- 전체(728)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1)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151) 이수임: 나도야, 패셔니~스타
창가의 선인장 (31) 쌈짓돈을 풀다
나도야, 패셔니~스타 Soo Im Lee, Blue legs, 2011, gouache and collage on paper, 14 x 11 inches “예전엔 자주 만나곤 했는데, 유명해지더니 뉴욕에 왔다는데 연락도 없네.” 서울에서 온 유명 작가에 대해 ‘사람이 그러는게 아니라.’며 섭섭한 표정으로 불만을 토하는 지인을 만나고 돌아왔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그녀와는 상반된 생각에 한동안 착잡했다. 세상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물 흐르듯 변한다. 아무리 애써도 멈출 수 없다. 무명 시절엔 시간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수 있지만, 유명해지면 갈 곳도 부르는 사람도 많아지고 노는 물이 달라지다 보니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도 있다. 지금 그녀의 섭섭함 또한 언젠가는 변한다. 알고 지내던 사람의 변화에 적응 못해 섭섭해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야말로 뭔가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하는 내적인 마음을 다스리는 변화는 참선으로, 우선 외적인 겉모습이라도 변신을 해보자. 눈에 띄지 않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옷차림으로 오프닝에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그녀가 입은 옷을 훔쳐보며 지내다 용기 내어 ‘옷을 잘 입는다’며 도와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입던 옷들은 모두 버려요." 그녀가 패션 코디네이터를 자청하며 쇼핑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소호에서 만났더니 하는 말. 그녀는 나를 위해 사전답사를 끝냈고 필요한 품목을 빽빽이 적어주며 내 옷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내가 가진 옷 중에서 그나마 좋아하는 옷이 머릿 속으로 휘리릭 지나가며 ‘전부다!’ 놀랬지만, 알았다고 했다. 아주 단순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검정, 회색, 베이지색이나 흰색 바지와 치마 그리고 카디건 스웨터, 청바지와 앵클부츠, 검은 뿔테 안경은 기본으로 있어야 하고 점잖은 모임에 입고 갈 옷은 일주일 후 다시 생전 들어가본 적이 없는 백화점에서 쇼핑했다. 늘어나는 카드빚으로 속이 쓰렸지만, ‘좋은 옷을 입고 싶어도 그럴 날이 얼마나 남았느냐?’ 는 그녀의 충고에 고개를 끄떡였다. 부실한 가슴을 가리는 Tug neckline 셔츠, 작은 키를 커버하는 Boot cut 바지, 아예 세탁소에 함께 가서 바지 기장을 줄이는 도움까지 받았으니. 조언자가 나타났을 때 물심양면을 다해 따라야 한다. 그냥 물 흐르듯 변화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노를 열심히 지어 좋은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발바닥이 불나도록 따라다녔다. 친정엄마가 아끼고 쓰지 않고 모은 돈, 결국 딸들도 쓰지 못하고 며느리만 귀부인으로 만들었는데 나야말로 누구를 위해 아낄 것인가? 남편의 동의 하에 쌈짓돈을 미련 없이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