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뉴뮤지엄 아티스틱 디렉터
뉴욕에서 광주 거쳐 베니스로
스타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Photo: Di Selva Barni
이제 겨우 서른아홉. 뉴뮤지엄의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큐레이터다.
‘스타 큐레이터’로 불리우는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맡아 ‘만인보’를 주제로 한 미술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광주비엔날레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50여만명의 관람객을 끌었다.
그리고, 지금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지휘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백과사전 궁전(The Encyclopedic Palace)’. 무려 38개국에서 158명의 미술가들이 초대됐다. 예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다. 설치작가 김수자씨가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가한다.
2010 4월 광주비엔날레 홍보 차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지오니는 귀엽고, 유러머스하고, 장난끼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획력은 지금 세계 미술계의 톱클래스다.
Massimiliano Gioni
Photo: Sukie Park/The Korea Daily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은 도시 광주의 비엔날레와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선 뉴욕 뉴뮤지엄의 큐레이터가 만났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이 4월 20일 맨해튼 뉴뮤지엄의 스카이룸에서 제 8회 광주 세계 미술축제의 베일을 드러냈다. 지오니 예술총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비엔날레의 주제와 전시작가를 소개했다.
올 9월 3일부터 11월 7일까지 광주 곳곳에서 열릴 비엔날레의 주제는 고은씨의 동명 시집에서 착안한 ‘만인보(萬人譜, 10000 Lives)’.
지오니 예술총감독은 “올해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이며, 5•18 정신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이나 역사성에 비추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고은 시인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됐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연작시 ‘만인보’는 그가 생애를 통해 만난 인물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인류애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시집이다. 집필기간 25년, 3800여편, 30권으로 구성된 ‘만인보’는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등 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고은 시인은 노벨상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광주 비엔날레가 차용한 ‘만인보’는 만인들의 삶, 시각예술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상징한다.
“주제가 설명하듯 야심만만하고, 기본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하기까지한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Photo: Sukie Park/The Korea Daily
지오니 예술총감독은 1901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해온 세계 작가 100명을 초대했다. 앤디 워홀, 신디 셔만, 브루스 나우만, 제프 쿤스에서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초대작가 양혜규씨까지 유명작가들도 포함됐으며, 광주 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도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광주비엔날레 사상 최초의 유럽인이자 최연소로 비엔날레 지휘자로 발탁된 지오니 예술총감독은 이후 뉴욕과 광주를 부지런히 오갔다.
이탈리아 출신인 지오니는 “스파게티는 이탈리아가 아시아의 국수에서 베낀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광주에서 홍어회를 즐긴다!”는 그는 이번 비엔날레를 ‘어둡고 무겁지만은 않은 전시’로 꾸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리시타임스의 미술담당 기자 벨린다 맥권은 “수많은 생명이 빼앗긴 사건이 일어난 곳이므로 비엔날레의 주제가 된 것은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미술전시는 인간 생애의 복합성과 다양성, 그리고 그 뒤로 남겨진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이다. 광주 비엔날레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오니 예술총감독이 기획하지는 않았지만, 5.18을 추도하는 특별전 ‘5월의 꽃’도 마련된다. 이 전시에는 고 백남준씨와 뉴욕화가 변종곤씨, 설치작가 이불씨 등 40여명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 Massimiliano Gioni
밀라노에서 40분 떨어진 부스토 아르시지오(Busto Arsizio)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의 ‘더 존’ 섹션 큐레이터를 비롯해 2006년 베를린비엔날레 전시 기획, 2007년 리옹비엔날레의 자문위원을 맡았다. 2003년부터 밀라노의 니콜라트루사르디재단 예술감독을 거쳐 2006년 뉴뮤지엄의 특별전 디렉터로 발탁됐다. 2009년 뉴뮤지엄의 트리엔날레 ‘제너레이셔널: 예수보다 젊은(The Generational : Younger Than Jesus)’전을 기획했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거친 후 뉴뮤지엄의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인터뷰는 2010년 4월 20일 뉴욕중앙일보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