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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스테파니 S. 리: 어느 새벽 우리 아이 숨소리
흔들리며 피는 꽃 (12) 엄마의 마음
어느 새벽 우리 아이 숨소리
Time, 2014, Stephanie S. Lee, Color & gold pigments and ink on Hanji
새벽에는 무슨 소리든 크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내 숨소리에 집중해 본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던 소리다.
나는 한숨을 잘 쉰다. 콧구멍이 좁은 건지 비염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코로 들이키는 숨이 영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뱉아야 속이 좀 후련한데 주변사람들은 이 한숨이 심란한지 듣기 썩 좋지 않은 모양이다.
무엇이 그리 분주한지 정신없이 살아내다가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아이의 자는 모습을 유심히 본다. 아이는 새근새근 이쁘게도 숨을 쉰다. 이제는 다 커버렸지만 숨소리 만큼은 아기 때와 똑같이 사랑스럽다. 갓난 아이일적엔 이 작은 것이 숨이라도 막히면 어쩌나 불안해서 자는 동안에도 늘 지켜봤는데 요즘에는 좀 컸다고 나 자기 바빠서 자는 모습을 예전만큼 자주 못 본다.
요사이 종종 마주치는 아이의 어릴적 사진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는데 그때는 왜 그리 힘들다고만 했던가 싶다.
생각해보니 좋은 추억이 없는것이 아니라 아무리 멋지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내가 그것을 담기 부족했기 때문이었던 것을…
언제 이렇게 커 버렸나…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내 손 꼭 붙들고 뒤뚱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곧 훨훨 날아갈 수 있게 놓아주어야 겠지…
집착하지 말고 쿨하게 제자리 찾도록 보내줘야지 하면서도 벌써부터 부쩍 커버리는 모습이 서운하고 아쉽다.
색색거리며 반복되는 아이의 숨소리가 마음을 고요히 안정시킨다.
생명의 표식인 숨이라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