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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트러플(송로버섯) 시즌이 왔다.

2017 화이트 트러플 페스티벌(2017 White Truffle Festival)이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미 대도시에서 열린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알바에서 온 트러플과 이 지역 와인 바롤로, 바바레스코를 곁들일 수 있는 축제. 뉴욕에서 참가하는 레스토랑은 마레아, 베코, 아이 피요리, 펠리디아 등. http://partners.winemag.com/trufflefest

 

캐비아, 푸아그라 & 트러플  Caviar, Foie Gras & Truffles 

<2> 트러플/송로버섯 Truff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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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 6만1250달러에 팔린 화이트 트러플(4.16lb/1.89kg).Photo: Sotheby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와 신임 지도부를 초청한 청와대 오찬 메뉴에 트러플(truffle, 송로(松露)버섯)과 캐비아, 샥스핀, 랍스터가 올랐다고 논쟁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음식, 요리사들이 흠모하는 식재료, 소더비 경매에 나왔으며,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한국의 네티즌들을 분노시킨 트러플(truffle, 송로버섯). 도대체 왜 비싸며, 어떤 맛이길래 식도락가들을 흥분시키는 것일까?

 

 

트러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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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탈리아 알바의 버섯/치즈 숍에 진열된 알바산 화이트 트러플(Tartufi Blanci d'Alba). Photo: Sukie Park

 

 

트러플/송로버섯은 캐비아(Caviar, 철감상어알), 푸아 그라(Foie Gras, 거위간)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힌다.

'땅 속의 다이아몬드' '천국의 맛'으로 불리우는 트러플은 사실 송이버섯처럼 통째로 먹는 음식이 아니다. 희귀하고 비쌀뿐만 아니라 냄새가 진하다. 호두만한 트러플 하나를 두면 집 안에 온통 냄새가 배일 정도. 트러플은 얇게 저며서 계란요리, 샐러드, 파스타, 리조토 등에 올려 먹는 토핑 재료나 푸아그라를 만들 때 주로 쓰인다. 

 

트러플의 명산지는 이탈리아(화이트)와 프랑스(블랙)이다. 최근에는 중국 운난성에서 생산된 트러플이 유럽의 100/1 가격에 싸게 팔리고 있다. 게다가 트러플은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수확 후 며칠 내에 먹어야 한다. 청와대 식탁에 올라간 송로버섯은 어디서 온 트러플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막 헌팅 시즌을 끝낸 호주에서 공수해왔을 수도 있다. 찜통 더위 속 청와대 식탁에 오른 트러플은 유럽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2007년 11월 말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토리노(영어로 튜린, Turin) 여행을 했다. 어느날 저녁 화이트 트러플 산지로 유명한 토리노 인근 알바(Alba)로 가서 버섯/치즈가게에 들렀다. 트러플 고린내가 진동하는 가게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부부가 큰 덩어리를 수백 유로 내고 사가는 모습을 보았다. 마침 그때는 트러플 헌팅 시즌이었다.

 

 

'요식업계의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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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계 여행객들이 이탈리아 알바의 한 가게에 진열된 알바의 명물인 화이트 트러플을 보고 있다. 

 

 

식도락가들이 트러플에 열광하는 이유는 맛보다도 희귀성이 아닐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1890년만 해도 세계의 트러플 생산량은 2천200톤이었다. 1914년엔 300톤으로 감소했고, 최근엔 25-150톤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트러플은 미술품이나 명품 와인처럼 경매에도 등장했다. 2014년 12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세계 최대의 화이트 트러플 4.16 파운드(1.89킬로그램)짜리가 6만1250달러에 팔렸다. 구입자는 대만인이었다고. 한국에도 흘러들어갔을지는 모를 일.

 

짝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인들이 트러플 시장에 가세했다. CBS-TV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운남성에서는 트러플이 인공재배되어 1/100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는 것. 중국산 트러플이 유럽의 레스토랑까지 배급되면서 진짜 속의 가짜로 둔갑되어 혼란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트러플 업계에선 샤토 라피트나 로마네 콩티같은 명품 와인, 루이 뷔통 핸드백처럼 중국산 트러플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명품 트러플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닥터 로마네 콩티와 위조와인 스캔달

 

 

이탈리아 화이트 트러플이 최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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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먹거리 마켓 Eataly에 진열된 블랙 트러플(왼쪽)과 화이트 트러플.

 

 

트러플은 참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등 인근 땅 속에서 자라는 버섯의 일종으로 못생긴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못생겼지만, 천상의 맛이 농축되어 있다. 그 향과 맛이 요리사와 식도락가들을 매료시킨다. 어떤 냄새일까? 땅 속에서 태어나, 자라 세상에 나왔기에 흙, 나무 냄새는 기본이며 암모니아, 사향내, 마늘, 치즈, 남자 겨드랑이 땀냄새가 혼합된듯한 오묘한 향과 맛이다. 정력에 좋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최음제,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트러플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식탁에 올려져왔으며, 고대 그리스에선 번개가 습지에 칠 때 만들어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북미(오레곤), 북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도 채취된다. 하지만, 최고급으로 치는 화이트 트러플(white truffle, tuber magnatum)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알바(Alba)에서 생산된다. 이탈리아에선 '타르투포(tartufo)'라고 부른다. 그보다 1/3 정도 싼 블랙 트러플은 프랑스 남서부의 페리고르(Périgord) 지역에서 나는 블랙 트러플(black truffle, Tuber melonosporum)이다. 프랑스어로는 트뤼페(Truffe).  

 

 

트러플 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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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의 한 레스토랑에서 리조토와 파스타에 화이트 트러플을 올렸다. 신선한 트러플 토핑에 30유로쯤 부과했다.

 

 

한국에 산삼 캐는 심마니(심메마니)가 있다면, 유럽에는 암퇘지와 견공이 헌팅한다. 헌팅 시기는 11월 말에서 3월 초. 어느해에는 뉴욕에서 이탈리아 피데몬테 지역으로 화이트 트러플 헌팅할 관광객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그런데, 트러플은 사람의 눈과 코로 채집할 수 없다. 암퇘지는 발정난 숫돼지 침에서 발견되는 성 호르몬(pheromone) 냄새같은 트러플을 맡으면 날뛴다고. 그런데, 암퇘지는 트러플을 파낸 후 분리시키지 않으면 트러플을 다 먹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특별히 훈련된 개들로 대치되고 있는 추세다. 개들은 트러플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상으로 과자만 주어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선 라고토 로마그놀로(Lagotto Romagnolo)종이 트러플 전문 사냥견. 

 

트러플 사냥견이 트러플이 숨은 땅을 지적하며 컹컹 짖어 파내면, 흙덩어리 속에 트러플이 숨어있다는 것. 사이즈도 천차만별. 골프공만한 트러플에서 주먹만한 트러플까지 캐낸다면, "심봤다"인 셈이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다시 트러플이 자랄 수도 있다는 것. 경매에 나올 때 발굴자와 견공의 이름이 크레딧으로 올라간다.

 

 

트러플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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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마사(Bar Masa)의 성게알 트러플 리조토. 블랙 트러플을 썼다.

 

 

트러플은 수확한 며칠 후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파스타와 리조토 위에 얇게 슬라이스해서 얹어 먹거나 오믈렛이나 스크램블드 에그 위, 샐러드에 토핑으로 얹기도 한다. 주로 레스토랑에서는 웨이터가 테이블로 트러플을 통째로 가져온다. 투명한 통 안에서 꺼내 저울에 단 후 슬라이서로 저며 음식 위로 주로 올려준다. 

 

토리노의 영화박물관 몰(Mole) 앞의 식당에서 파스타와 리조토에 트러플을 추가했더니 각 30유로씩 추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바의 한 식당에서도 파스타 위에 올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원산지 인근이라 오묘한 향미가 코를 쏘듯 자극적이었고 깊은 맛이 났다. 양도 넉넉하고, 가격도 훨씬 쌌다. 트러플은 이처럼 플레인 파스타와 리조토에 얹으면, 요리의 맛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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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비스트로 모던의 DB 버거엔 블랙 트러플과 푸아 그라가 패디 안에 심어진다.

 

 

뉴욕에서는 일식당 마사(Masa)의 자매식당인 바 마사(Bar Masa)에서 성게알 트러플 리조토(Uni Risotto with Truffle)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 성게알과 블랙 트러플과 리조토를 모두 좋아해서 이 트리오의 만남은 환상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실험적인 트로이카의 실패. 성게알이나 트러플 중 하나만 쓰는 것이 원재료의 맛을 더욱 살렸을 것 같다. 맛이 서로 충돌했다.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불루가 운영하는 DB 비스트로 모던(DB Bistro Moderne)의 오리지널 DB 버거($35)는 햄버거 속에 푸아 그라와 블랙 트러플을 끼운다. 프랑스 출신인 만큼 블랙 트러플 전문 조달업체가 있다고. 소호의 프랑스 식당 세린느(Serene)에선 작곡가 로시니가 좋아했다는 투르네도스 로시니 스테이크에 푸아그라와 트러플을 올린다. 하지만, 트러플은 심플한 음식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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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더카슬론(Duckathlon) 행사에 나온 트러플 치즈.

 

장기간 보존하고 싶을 때는 아예 기름 속에 재워두거나, 2주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방법. 트러플 오일이나 트러플 버터로도 즐길 수 있다. 트러플이 함유된 치즈는 그윽한 감칠 맛이 리조토나 파스타 토핑보다 우위였다는 생각이다. 첼시 마켓의 부온 이탈리아(Buon Italia)에서도 살 수 있는 트러플 오일은 참기름처럼 약간만 뿌려주어도 음식의 맛을 돋운다. 

 

 

*투르네도 로시니 스테이크=필레미뇽+푸아그라+트러플

*다니엘 불루 제국의 맛

*미슐랭 3스타 자매 바 마사(Bar Masa) 디너 테이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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