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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American, born Brooklyn, New York, 1927), Purple Wind, 1995, Oil on line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Word of the Wind 


Mah Jonggi 


After all of us leave,

if my spirit passes by you,

don’t think even for a moment it is

the wind that sways the spring boughs.

Today I will plant a flower

on a corner of the shadow

where I got to know you;

when the flower grows to bloom,

all the distress that stemmed from our acquaintance

will turn into petals and fly away.


It will turn into petals and fly away.

Though it is unbearably distant

and futile,

how can we measure all the things in the world

with only a small ruler?

When every now and then you turn your ears toward where the wind blows,

my beloved, don’t forget even if you become tired

the word of the wind that comes from faraway.



wind.jpg

Harold Anchel(American, 1912–1980), Wind, 1935–43, Lithograph,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Translated by Dr. Chae-Pyong (“J.P.”) Song 송재평 교수 

Korean Poetry in Translation  https://jaypsong.wordpress.com



mahjonggi.jpg 마종기(1939- )

일본 도쿄에서 아동문학가 마해송씨와 무용가 박외선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미국으로 이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다. 2002년 은퇴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1959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해부학 교실'을 발표하며 등단. 이후 시집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이슬의 눈'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등을 출간했다. 학원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미주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마종기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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