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새해 새날은
새해 새날은
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Sunrise at Bryce Canyon, Utah
오세영 (1942- )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졸업. 보성여고 교사와 충남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를 지냄. 1968년 현대문학에 시 ‘잠깨는 추상’으로 데뷔.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공초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시집으로 ‘바람의 그림자’’수직의 꿈’’푸른 스커트의 지퍼’ 등이 있다.
Oh Se-young (1942~ )was born in Yeongkwang, Jeollanam-do. He is both a prolific poet and critic. He has published eighteencollections of poetry. His lyrical poetry is known for its simplicity; it is often imbued with Buddhist imagination of the emptiness of self and nonattachment to materialism. After years of shuttling between academia and creative writing, he has recently retired from teaching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Oh is a recipient of many prestigious awards including the Sowol Poetry Award, the Jung Ji-yong Literary Award, and the Manhae Literary A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