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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사람과 사막
2017.02.12 14:06

(247) 박준: 금수저 작가, 흙수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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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막 (9) 투정

금수저 작가, 흙수저 작가


road to yosemite4   parkjoon.jpg

Park Joon, Road to Yosemite 4



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쉽지않은 선택이다.

현대의 작가들은 작품만을 만들며 살아갈 수는 없는 사회의 시스템속에 노출되어 있다. 물론 금수저 작가들도 존재해서 생존의 어려움과 전혀 상관없이 소위 예술가?로 살아가는 운좋은 작가들도 존재한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느낌과 소견은 그런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불편함을 느낀다. 화가 이중섭의 작품은 아득함, 평화로움, 기다림, 소박하지만 절박한 가족 사랑이 느껴져서 내 마음을 사랑스런 평화로움으로 가득하게 만들고, 사진가 유진 스미스(Eugene Smith)의 다큐멘터리 작품에서는 생존의 이유와 삶의 긴장감에 흥분하게 된다.


아름답고 화려하며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결과물과 예술계 최고의 평론가들의 훌륭한 평론으로 중무장한  작품도 훌륭 하지만 당대 어려운 환경에서도 생의 모든 것인 것처럼 작품에 몰두한 절실함이 묻어나는 작품도 훌륭하지 아니한가? 화려하거나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도…



road to yosemite7   parkjoon2.jpg 

Park Joon, Road to Yosemite 7 


끔 사진가로 살면서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 있다. 같은 생각과 작업을 하는 좋은 이웃들과의 만남이다. 이런 만남은 내 삶과 존재의 이유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 물론 매번 행복한 만남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가에게는 사진기라는 도구가 없으면 작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 중요한 도구다. 문제는 고가의 사진기가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데 절대적 조건이 될 수 없음에도 첫 만남부터 고가의 사진기에 대한 열띤 사랑을 표현하는 사진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진심 불편하다. 사진가들이 나에게 묻는다. 사용하는 사진기는 어떤 것인가?


난 사실 거의 20~30년된 사진기로 작업을한다. 렌즈도 2~3 종류가 전부다. 사진기는 거의 초보 수준이다.오히려 내게 사진을 배우는 분들보다 초라한(?) 수준이다. 더 웃기는 것은 사진기에 대한 정보가 이분들이 거의 박사 수준이라는 사실이고, 나는 초보 수준이라는 현실이다. 물론 비싼 사진기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은 주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사실과 가난해서 비싼 사진기로 작업할 수 없어도 내용이 충실한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오랫동안 지켜봤던 후배 사진가 강재석이 10년동안 열정으로 작업했던 퀸즈 롱아일랜드시티 작업실을 높은 렌트 때문에 철수해야 한다는 가난한 현실, 화가 이중섭과 사진가 유진 스미스의 작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뉴욕의 눈 내리는 새벽이다.



parkjoon100.jpg 박준 Park Joon/사진작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해군 제대 후 83년 암울한 정치적인 상황을 피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 포토그래픽아트센터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됐다. 1997년 첫번째 전시 후 카메라 들고,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만 30회 이상 촬영했으며, 7월 뉴욕에서 LA까지 크로스컨트리 여행도 10여회 하면서 ‘로드 러너’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와이와 US 버진아일랜드만 빼고 전국을 돌았다. 아웃사이더로서 미국의 역사와 역사 속의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배우기 위해 떠난다. 1년에 2번씩은 대륙여행을 하고 있다. 2005년 뉴욕타임스는 생선과 인물을 모델로 작업하는 박씨를 대서특필했다. 그에게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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