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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허병렬: 집 같은 학교, 학교 같은 집
은총의 교실 (25) Homeschooling
집 같은 학교, 학교 같은 집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한편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하는 가정이 2013년 현재 학생이 약 170만 가구가 넘는다고 추정한다. 이런 가정학습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화제가 되있다.
그 이야기인즉 가정학습 학생들이 스크립스 하워드 전국 철자대회에서 1~3위를 차지하였고, 전국 지리 경시대회에서도 우승을 했다는 사실이다. 또, 철자대회에 참가했던 학생의 10% 이상은 가정학습 학생이었다. 이래서 가정학습 교육의 효과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가정학습 교육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될 염려가 없다. 다른 학생들과의 갈등에서 해방된다. 학생의 관심에 따라 교육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가정생활에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다는 등등의 장점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학습시킬 경우는 부모가 그 일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그럼 학교 교육의 장점은 무엇인가. 여럿이 모여서 학습한다. 커리큘럼이 다양하다. 교육 전문가가 이를 담당한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활동을 한다.
이렇듯 가정학습과 학교 교육은 제각기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반면에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즈음 학교 폭력이 늘고, 교실 파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학교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현황에서 가정학습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올린 사례를 어떻게 볼 것인가. 가정학습 반대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경시대회에서 입상한다는 것이 교육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암기 능력을 말하는 이외에 뜻이 없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오직 경시대회 과목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또 가정학습 학생들은 폭 넓은 과정을 제치고 특정 분야에 몰두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교육의 목표를 생각해 봐야 하겠다. 교육과정이란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교육 내용을 학습자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배열 조직한 전체 계획이다. 이것은 마치 한 국가의 헌법처럼 교육의 중추를 이루는 중요한 것이다.
사회생활에 참가하려면 지식과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가정학습이나 학교 교육에서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하자.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으로 성장기에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살 수도 없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모든 것은 여럿이 힘을 합해야 한다. 여기서 바라는 것은 원만한 인간 관계이다. 어떻게 의견을 조정하고, 어떻게 타협하고, 어떻게 의사 결졍을 하고, 어떻게 협력하면서 일을 진행시키고, 어떻게 즐거움을 나누느냐 하는 것이 우리 삶의 형태이다.
어린 시절, 학생 시절 등 모든 성장의 계절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제각기 다른 시절마다 유감 없이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이 때에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인간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인간 관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간 관계를 배우게 된다. 친구들과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는 동안에 서로의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이를 배우게 된다. 말다툼, 싸움, 용서, 화해 등의 기술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 이 시절이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가정학습 학생들은 이런 삶의 기술을 어디서 배우는가. 가정에서 이루는 교육 활동이니까 가족 사이에서 배울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인간사회는 기초단위로서의 제한이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처럼 다양성을 띤 삶의 현장은 아닐 게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 교육의 단점들이 있다. 그러나 이 공교육을 좀 더 바람직한 교육 현장으로 만드는 일이 우리들의 책임이다. 가정학습의 장점까지 포함하여서, 공동의 지혜를 모아서 우리의 자녀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각 가정의 바램을 활발하게 반영시키는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에서 가정학습을 시키고 있다는 한인가정의 정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시기를, 과연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고 싶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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