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 보헤미언홀 비어가든으로 가다 by 류원혜
Bohemian Hall & Beer Garden
월요일 저녁 보헤미언홀 비어가든으로 가다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점점 무더워지는 여름에는 톡쏘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다양한 맥주를 야외 정원에서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퀸즈 아스토리아(Astoria)의 '보헤미안홀 & 비어가든Bohemian Hall & Beer Garden'은 어떨까. 1910년부터 오픈한 이 곳은 체코에서 이민을 온 사람들이 맛 좋은 맥주를 직접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큰 야외 마당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보헤미안홀을 나타내는 커다란 초록색 파라솔 밑에서 햇빛을 피하며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맥주 한 잔을 들이켜기에 안성맞춤이다.
낮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친 지난 24일 저녁, 필자는 그 날따라 선선한 바람과 함께 조용히 야외에서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평소에는 발디딜틈 없이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비가 온데다가 월요일이라 손님이 적어 여유있게 맥주 한 잔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친구들과 함께 보헤미안 홀로 발걸음을 향했다.
맨해튼에서 지하철 N 또는 W선을 탄 후 아스토리아 블러바드 31스트릿(Astoria Blvd-31 St.)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역에서 내려 지도를 보며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이런 곳에 무슨 야외 비어홀이 있다는건지 잘못왔다고 생각하며 걷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건물 옆에 쓰인 'Bohemian Hall'이 보였다. 여기구나!
뉴욕은 만 21세부터 음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한 신분증 검사를 한 후 바로 입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손님이 많은 곳이라서인지, 아니면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가방 검사까지 했다. 위험물질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어가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켠에는 공연 무대도 있었고, 규칙적으로 세워진 초록색 파라솔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상대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넓은 야외정원에 곳곳에 자리잡은 사람들을 둘러보니 대부분 연인, 친구들, 동료들로 보이는 사람들끼리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테이블 하나를 잡고 앉아 웨이터가 친절한 미소와 함께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에는 'Happy Hour'라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금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맥주 한 잔에 $4, 피처에 $14로 할인해주고 있었다. 아뿔사! 이미 오후 7시 30분. 해피아워를 놓쳐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정도 분위기에서 맥주 한 잔에 $7, 피처에 $18이면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하며 주문했다.
메뉴에는 독일, 체코식의 음식이 많았다. 우리는 애피타이저(Starters)로 체코 포테이토 팬케이크(Czech Patato Pancake, $10), 메인디쉬(Entrees)로 포크 슈니첼(Pork Schnitzel, $15), 그릴(Grill) 섹션에서 그릴드 브랏버스트(Grilled Bratwurst,$10)였다. 체코식의 감자 팬케이크는 우리나라 감자전과 빈대떡을 합친 듯한 맛에 사과소스와 사워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슈니첼은 쉽게 말해 독일식 돈까스. 독일에 있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 때문에 주문해놓고서도 맛이 다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메뉴였는데, 역시 기우였다. 레몬즙을 뿌려 먹으면 부드럽게 육즙이 퍼진다. 체코식의 감자 샐러드와 같이 나와서 더 든든했다. 마지막 브랏버스트는 말그대로 구운 소세지이다. 길다란 소세지와 머스타드 소스, 담백한 빵이 함께 나왔다.
그 다음 가장 중요한 맥주. 메뉴 중에서 알고 있던 맥주 이름이 보이지 않아 독문학도인 필자에게 익숙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10월 초에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가 들어간 이름의 Spaten Oktoberfest를 주문했다. 다른 맥주들에 비해 색이 진했는데, 톡 쏘면서 끝 맛이 여운이 길게 남는 맛으로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Photo: Bohemian Hall
한국에도 보헤미안홀처럼 분위기 좋고 넓은 야외 맥주집이 많긴 하지만, 워낙 작은 나라에 비싼 땅값 때문인지 서울 시내의 야외 맥주집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 불편하다. 야외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제대로 맥주 한 잔 하려면 근교 지역으로 나가야했다. 독일에 살 때 매 끼니마다 맥주를 마셨는데, 여름날씨도 한국처럼 더운 것은 아니라서 비만 오지 않는다면 굳이 실내에서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야외 테라스에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었다. 한국과 달리 땅이 넓은 유럽이나 미국은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고 그러한 문화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 호프집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시끄럽기도 하고, 정신도 없다. 편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음식의 맛을 느끼며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보헤미안 비어가든은 안성맞춤이었다. 월요일 저녁의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탁 트인 정원에서 맛좋은 맥주와 음식을 함께 먹으니 더할나위 없었다. 날씨가 좋은 평일이나 주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 하니, 조금 일찍 가서 자리도 잡고 해피아워도 만끽해보고, 아스토리아 석양을 배경으로 맥주와 함께 더위를 날려보면 좋을듯 하다. 주중에는 오후 5시, 주말엔 오후 12시에 오픈한다.
Bohemian Hall Bar and Restaurant
29-19 24th Ave. Astoria, New York
http://www.BohemianHall.com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