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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커스의 에덴동산' 언터마이어 가든(Untermyer Garden)


글, 사진: 홍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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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에 살면 도시의 정글을 떠나 평화로운 쉼터를 종종 그리워하게 된다. 이럴 때 가볼 만한 멋진 정원을 소개하고 싶다. 

브롱스 북쪽 경계선, 웨스체스터 카운티가 시작되는 곳, 용커스시(Yonkers)에  위치한 언터마이어 가든(Untermyer Garden)이다.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고, 이렇게 좋은 정원이 무료이다.


전에 용커스에 사는 지인이 그 동네에 예쁜 정원이 있어 사계절 산책한다는 이야기를 흘려 들은 적이 있었다.  얼마 전 용커스에 일이 있어 갔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언터마이어 가든에 들렀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아직 몰랐을까….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가든이라는 생각에 뉴욕컬처비트 독자들에게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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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ed Garden


아르테미스 (Artemis) 여신 조각이 새겨져 있는  문을 들어서면, 정원의 모습이 신비하게 눈에 들어온다. 문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모습은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펼쳐지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두개의 문을 통해 프레임된 전망이 가장 인상적이다. 또 다른 문은 정원의 아래층 테라스에서 비스타 전망대(Vista Overlook)으로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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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서 보이는  정원(왼쪽), Vista


가든 안내서에서도 설명되어 있듯이, 언터마이어 가든은  창세기 2장에 묘사된 에덴동산에서 영감을 얻은 고대 페르시안 양식의 정원이라고 한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쌓여 있고, 그 안에는 마치 네개의 강물이 흐르듯, 정원 중앙을 십자가 형태로 물길이 가로지르고 있다. 분수가 샘솟고, 연꽃이 피고, 잉어들이 노닐고, 주변엔 희귀하고 이국적으로 보이는 꽃, 나무들이 피어 있어  과연 낙원이 이런 모습일까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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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phitheater


멀리 북쪽으로는  한쌍의 스핑크스 기둥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록펠러센터 아이스 링크 앞에 있는 동상, 프로메테우스를 조각한 아트 데코 스타일의  거장 폴 맨쉽(Paul Manship)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 너머에 있는 야외극장은 세익스피어나  그리스 비극을 여기서 공연하면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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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mple of the Sky


서쪽으로는  지붕이 없는 그리스 템플 '하늘의 신전(The Temple of the Sky)'이 있고, 원형으로 둘러싼 코린트 양식(Corinthian) 기둥 틈 사이로 허드슨강과 펠리사이드 클리프가 눈에 들어 온다.  그 아래쪽으로 보이는 수영장은  많이 파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모자이크 타일로 새긴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의 문양들이 곳곳에 보여 한때는 아름다운 수영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찌보면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인도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정원에 함께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고, 아직도 손길과 복원이  필요한 구석도 많이 보이지만, 이 곳에 있으면 시간을 거슬러 뭔가 신비한 고대와 만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있다면  정원 입구에 들어와 바로 있는  돌의자, 나무 그늘이 시원해 보이는 그 의자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십자로의 물길과 그 주의의 풍광을 하염없이 바라 보고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0730_113303.jpg North Pond in the Walled Garden


아래층 테라스를  따라 북쪽으로 정원을 나서는 문을 통해 들어온 광경(Vista)은 처음  정원을 들어올 때 느꼇던  경이로움, 또 다른  환희를 선사한다. 경사진 150개의 계단과 계단 아래에 우뚝 속은 두개의 로마시대의 거대한 치폴리노(cipolino) 대리석 기둥, 그 너머에 허드슨강과  팰리사이드 클리프의 경치는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가까운 우리 주위에 이런 곳이 있구나하고 미소를 머금게 된다.    


Vista Outlook 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Woodland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론 Temple of Love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아기자기한 돌계단과 폭포와  다리가 있는 Rock Garden 의 정상에 오르면 숨을 고르며 아름다운 사랑의 정자에서 쉬어 갈 수 있다.



20170922_121005.jpg Temple of Love & Rock Garden


Woodland  산책길을 따라 왼쪽길(Temple of Love로 향하는 길)로 가지 말고 계속 내려가면  폐허가 된 Gate House에 이르게 된다. 사자와  얼굴이 없는 유니콘 (아니면 말?) 조각을 볼 수  있는데 , 이 사자 얼굴이나 표정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뉴욕시 공립도서관 앞 두마리의 사자상 인내(Patience)와 용기(Fortitude)를 조각한 에드워드 클락 포터(Edward Clark Potter) 작품이라고 한다. 손상된 유니콘의 얼굴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복구되었으면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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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on &  Unicorn Gate and Guest House(back).


사자상 근처에있는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고목을 잘라 앉기 좋게 만든 나무 토막들이 있었다. 도시락과 간식을 도란도란 앉아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Old Croton Aqueduct 길을 따라 계속 펼쳐지는 숲속 길을 여유롭게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든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일몰 45분 전까지 개방한다. 



사무엘 언터마이어(Samuel Untermyer)는 누구인가?


000UntermeyerNew.JPG Samuel Untermyer (1858-1940)


언터마이어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정원 안내지에 있는 그에 대한 글을 요약해 보았다. 사무엘 언터마이어(1858-1940) 는 유태인 출신의 변호사로 그 당시에는 유례없이 한 케이스에 백만불까지 변호사비를 받는 유명한 변호사로  명성과 부를 쌓았다. 


1899년 허드슨 강변에 있는 Greystone 저택을 구입하고 대지를 더 확장하여150 에이커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진 땅 위에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정원을 만들려는 야심을 키웠다. 1916년에 그는 그 당신 록펠러가의 저택 Kykuit에 정원을 만든 William Willes Bosworth에게 정원 설계를 맡겼다. 


식물이나 정원에 관심이 많던 언터마이어는 전성기에는 60명의 정원사를 두고 60개의 온실을 관리하게 했다. 그는 이 정원을 일반 대중과 나누기를 원했고 공개를 해 1939년 10월 하루는 이 정원을 방문객이 3만명 가량 됐다는 기록이 있다.


언터마이어는 사후에 이 곳을 주립공원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휴식처로 보존되고 유지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원은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뉴욕주나  웨스체스터 카운티에선  받아들이질 못했다. 결국 부지의 일부인 43에이커 땅을 1946년에 용커스시에 기증하게 된다. 그간 많이 피폐되고 방치되었는데 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 가 결성되어, 1920년 30년 당시 한창 피크였던  아름다운 정원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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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글을 마무리 하다 보니 센트럴 파크  컨서바토리 가든에 있는 불란서 정원 한가운데 위치한 분수가 'Untermeyer  Fountain'라고 불렸던게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Three dancing Maiden, 세 처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한 가운데  물을 뿜는 분수였는데, 알고보니 그 분수가 이 언터마이어저택에 있던  분수를 사후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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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

945 North Broadway, Yonkers, NY 

http://www.untermyergardens.org



홍영혜100.jpg 홍영혜/ Young Hae Kang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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