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FF (9) 마지막 성조기 날다(Last Flag Flying) ★★★★ 11/3 개봉
뉴욕 영화제 NYFF 2017(9/28-10/15) 개막작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마지막 성조기 날다(Last Flag Flying) ★★★★
Last Flag Flying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2003년 베트남전 참전용사 세명(해군 2, 해병대 1)이 30년만에 재회한다. 이유는? 베테랑 래리(별명, Doc/스티브 카렐 분)의 아들이 바그다드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다. 아내를 암으로 잃고 홀로 된 래리는 옛 베트남전 동료들을 만난다. 래리는 술집 주인 살(브라이언 크랜스톤 분)을 만나 목사가 된 리처드(로렌스 피시번 분)의 교회로 찾아간다. 한때 베트콩과 싸웠던 퇴역 군인들은 또 다른 전쟁 이라크에서 사망한 2세의 장례식을 위해 길을 떠난다.
Last Flag Flying
물론 모든 전쟁영화는 반전영화다. 제 55회 뉴욕영화제 개막작 '마지막 성조기 날다(Last Flag Flying)'는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 식의 전쟁영화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보이후드' 등로 따뜻한 가슴을 보여준 링클레이터는 스티브 카렐, 브라이언 크랜스턴, 로렌스 피시번이라는 세 베테랑 배우를 베테랑 군인에 캐스팅, 3인조의 로드무비로 연출했다.
The Big Chill
장례식을 위해 오랜만에 재회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1983년 로렌스 캐스단 감독이 '빅 칠(The Big Chill)'을 연상시킨다. 미시간 대학시절 반전 운동가 동창들인 톰 베린저, 윌리엄 허트, 케빈 클라인, 제프 골드브럼, 글렌 클로즈, 멕 틸리 등이 자살한 동창(*케빈 코스트너가 엑스트라 시체로 등장)의 장례식에 15년만에 모인다. '빅 칠'이 대학시절 베트남전에 반대했던 대학생들의 재회라면, '마지막 성조기 날다'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의 재회다.
The Last Detail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마지막 성조기 날다'는 사실 할 애쉬비 감독, 잭 니콜슨 주연작 '라스트 디테일(The Last Detail, 1973)'의 속편 격이다. 두 원작 소설의 작가 대릴 포닉산(Darryl Ponicsan)이 링클레어와 함께 시나리오로 각색했다. 전편의 시나리오는 전설적인 로버트 타우니(차이나타운).
9월 28일 월터리드시어터 기자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켄트 존슨 NYFF 프로그램 디렉터(왼쪽부터), 원작자 대릴 포닉산, 로렌스 피시번, 브라이언 크랜스턴, J. 퀸턴 존슨,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라스트 디테일'을 못보아서 '마지막 성조기 날다'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3인조 남성들의 전쟁 씬 없는, 전쟁 후유증에 관한 이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링클레어 감독은 자신의 '뮤즈'인 에단 호크 대신 베테랑 세 배우와 핑퐁식의 유머러스한 대사와 노련한 연기로 풀어나간다. 여기에 링클레이터의 전편에 흐르는 따사로운 연출이 조화를 이룬다.
Last Flag Flying
아들 사망에 얽힌 진실을 알게된 래리는 알링턴 국립묘지 매장을 거부한다. 옛 용사들과 고향 뉴햄프셔로 관을 이동하는 여정은 유머 속에서 비관이 흐른다. 앙숙처럼 보이는 살과 뮬러의 신을 두고 벌이는 언쟁, 이들이 유홀 트럭 렌탈 사무실에서 직원과 오가는 설왕설래, 그후 국토보안부 직원들의 출현 해프닝, 3인조가 뉴욕 펜스테이션에 내려서 셀폰 구입을 두고 옥신각신벌이다가 모두들 구입해서 테스트하는 장면도 근저에는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메시지에 노스탈자도 흐른다.
한국에서 늘 술자리에 등장하곤 했던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에 지겨웠지만, '마지막 성조기 날다' 속 남자들의 수다는 유쾌하고, 애잔하다. 세속적인 니힐리스트 살 역의 브라이언 크랜스턴은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 아우라에 속사포같은 유머를 쏘아댄다. 특히 개과천선해서 목사가 된 예전 리처드 역의 로렌스 피시번과의 성과 속의 대결, 캐릭터 갈등이 두드러지며, 극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로렌스 피시번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젊은 병사 역을 했기에 더 없이 적절한 캐스팅이다.
Last Flag Flying
월남전 베테랑, 3인조의 2003년 현재의 삶은 30년 전과 비교할 때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살이 냉소적이며 속물적인 무신론자라면, 베트남에서 다리부상을 당한 리처드는 신을 발견해 성직자가 됐다. 과묵한 래리는 아름답지만, 조금 느린 여인과 결혼했다가 암으로 사망했고, 아들마저 이라크전에서 잃었다. 래리 역의 스티븐 카렐은 거의 관찰자적인 캐릭터로 침묵의 연기를 보여준다.
감칠맛 나는 대사들과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비록 연극적으로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로드무비지만,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125분. 11월 11일 베테랑스 데이를 앞두고 11월 3일 뉴욕, LA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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