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프란츠 클라인의 벽화 '리하이튼(Lehighton)' 찾아 알렌타운미술관으로
펜실베니아주 알렌타운미술관으로 가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굵은 선의 파워풀한 선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클라인(1910-1962)이 무명시절 그렸던 벽화 '리하이튼(Lehighton)'이 70여년간 재향군인 클럽 연회장에 걸려있다가 올 1월 이 뮤지엄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렌타운미술관의 스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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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가야할 세계 명소
<36> 알렌타운 미술관 Allentown Art Museum, PA
프란츠 클라인의 무명시절 리하이튼 타운 벽화
미재향군인협회 연회장에서 알렌타운미술관으로
Franz Kline, Lehighton, 1945, oil on canvas, 166 x 75 in. Allentown Art Museum
펜실베니아주는 넓이가 280마일에 달한다. 필라델피아에서 피츠버그까지 자동차로 330여마일, 5시간 30여분 걸린다. 이 광활한 펜주에서 알렌타운(Allentown)은 놀랍게도 인구면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다. 2016년 현재 필라델피아(156만명)와 피츠버그(30만5천명)에 이어 인구가 많은 도시가 알렌타운(11만8천명)이다.
뉴욕에서 90마일, 필라델피아에서 50마일 떨어진 알렌타운은 아팔래치안 산맥 기슭으로 흐르는 델라웨어강 줄기인 리하이강(Lehigh River) 유역에 자리한 도시다. '로스트(Lost)'의 다니엘 대 김(Daniel Dae Kim)이 부산에서 태어나 두살 때 알렌타운 인근의 베들레헴(Bethlehem)으로 이주해 성장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에 비견될 수는 없지만, 알렌타운에는 미술관 'Allentown Art Museum'에 오케스트라 'Allentown Symphony Orchestra', 그리고 자유의종 박물관(Liberty Bell Museum), 맥트럭역사박물관(Mack Trucks Historical Museum), 인디언원주민 박물관(Museum of Indian Culture) 등 특수 뮤지엄도 있다.
Allentown Art Museum, PA
알렌타운미술관으로 가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굵은 선의 파워풀한 선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클라인(1910-1962)이 무명시절 그렸던 벽화 '리하이튼(Lehighton)'이 70여년간 재향군인클럽 연회장에 걸려있다가 올 1월 이 뮤지엄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렌타운미술관의 스타'가 되었다. 클라인은 1939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과 어울리면서 추상표현주의로 전향하게 된다.
클라인은 알렌타운에서 1시간 거리인 윌키스 베어(Wilkes-Barre)에서 태어났다. 7살 때 술집 주인이었던 아버지가 권총 자살했고, 이웃의 리하이튼고등학교를 다녔다. 반장과 야구, 농구에 축구부 주장을 지낸 스포츠보이였다. 세 대학에서 스포츠 장학금 제안을 받았지만, 무릎 부상으로 포기해야 했다. 그러니, 광산촌인 리하이튼은 재혼한 어머니와 양부, 6명의 자녀들이 어우러져서 살며 자신의 청소년기의 추억이 남아 있는 타운인 것이다. 뉴욕에 정착한 후에도 클라인은 모친이 살고 있는 리하이튼을 종종 찾아갔다.
Franz Kline, Untitled, 1961, Oil on canvas, #Gallery 921,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Self Portrait, 1946
'리하이튼 벽화'는 1946년 서른 다섯살의 무명화가 프란츠 클라인이 리하이튼의 재향군인회 클럽 314(American Legion Post 314)의 위임을 받고 그린 마을 풍경이다. 클라인은 6피트 X 14 피트의 대형 캔버스에 증기기차, 철교, 목장, 공항, 마을 장터, 호텔과 주택, 사람들이 있는 풍경을 그렸다. 인물이 벽화 작업도 연회장에서 진행했으며, 붓을 맥주에 씻으면서 그렸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이때 벽화 작업으로 받은 돈은 600달러로 알려졌다. 리하이튼 벽화가 완성된 후 클럽 연회장 홀의 벽에 설치되었고, 그후로 70년 가까이 담배 연기와 먼지를 흡수하며 상태가 악화됐다.
2013년 뉴욕 버룩칼리지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Franz Kline: Coal and Steel'의 리뷰가 실린 뉴욕타임스로 벽화의 존재가 알려진 후 알렌타운의 디렉터 데이빗 미켄버그(David Mickenberg)가 진두지휘하면서 벽화 구제 작업에 나섰다. 킥스타터 캠페인으로 기금을 조성, 벽화를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뉴욕의 복원회사 '루카 보네티 페인팅 리스토레이션'에 복원을 맡겼다. 1873년 이탈리아 피렌체 광장에서 비바람과 군중 사이에 훼손되어가던 다비드상이 아카데미아미술관으로 들어가고, 복제 조각이 광장에 대치된 것을 연상시킨다.
314클럽 연회장에 걸렸던 '리하이튼' 벽화.
*Franz Kline mural restoration: LEHIGHTON <YouTube>
그해 3월 클럽 314에 찾아가보았다. 벽화가 걸린 연회장은 어두웠다. 수명을 다한 형광등 때문에, 그리고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담배와 시가 연기, 먼지, 알코올 기운이 흡착되어서 인지 그림은 좀 찌들어 보였다. 하지만, 클라인의 라하이톤 벽화는 커쉬너와 라이오넬 피요닝거의 컬러풀하고 명랑한 풍경화처럼, 이동하 소설의 ‘장난감 도시’처럼 향수 어린 그림이었다.
프란츠 클라인의 하얀집(오른쪽에서 두번째) 지붕 꼭대기에 하트 모양과 K로 표시됐다. 친구집은 왼쪽의 빨간색으로 실제보다 가깝다.
리하이튼에서 25마일 떨어진 알렌타운미술관은 추상표현주의 대가 프란츠 클라인의 벽화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314클럽으로부터 매입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작품을 떼어오는 대신 복사품을 벽화자리에 설치했다. 그리고, 올 1월 29일부터 뮤지엄의 스타 작품으로 등극했다. 갤러리에는 리하이튼 벽화와 함께 클라인이 뉴욕으로 이주한 직후 그린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컬러풀한 시장 풍경화(Lower East Side Market Scene, 1938-40)도 걸려있다.
Franz Kline, Lower East Side Market Scene, 1938-40, Allentown Art Museum
1934년 인상파 화가 월터 에머슨 바움(Walter Emerson Baum)의 주창으로 창립된 알렌타운미술관은 1959년 펜주의 백화점 재벌이자 아트 컬렉터였던 S. H. 크레스(Kress)가 기증한 르네상스와 바로크 회화 및 조각 53점으로 뮤지엄급으로 올라섰다. 메트뮤지엄과 유사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프란시스 W. 리틀 하우스 도서관이 재현되어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로렌조 로토를 비롯, 존 싱거사전트, 밀턴 에버리, 로버트 마더웰, 루이스 네벨슨, 키스 헤어링 등 1만7천여점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뉴욕역사협회박물관(New York Historical Society)에서 대여한 허드슨강파 풍경화전 'The Poetry of Nature: Hudson River School Landscapes from the New-York Historical Society'(9/29-12/31)이 열리는 중이다.
Allentown Art Museum
31 North Fifth St. Allentown, PA 18101
http://www.allentownartmuseum.org
*프란츠 클라인: 내 그림의 영감은 서예가 아니라 석탄
*NYCB Gallery <257> 알렌타운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