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3/4) 작품상 전망... 2017 최고의 영화는?
Oscars 2018 Countdown
2018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은 어디로?
3월 4일 시상식 '셰이프 오브 워터'와 '쓰리 빌보드' 경합 예상
지난해 1월 도날드 트럼프의 취임식 후 열린 제 8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미국인들은 작품상 수상자 명단 오류 해프닝을 목격했다. 마치 2016년 11월 대선 막바지에서 모두가 예상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뒤짚는 도날드 트럼프의 역전극처럼 혼란의 드라마였다. 결국 미 영화인들은 어두운 드라마 '문라이트(Moonlight)'에 최우수 작품상, 낙관주의 뮤지컬 '라라 랜드(La La Land)'에 최우수 감독상을 수여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의 신사협정으로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것으로 믿어지고 있는 트럼프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2연임 제한헌법을 개정할 계획으로 장기 집권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가 무솔리니와 히틀러 시대로 퇴행하는 것일까? 세계 정세의 먹구름 속에서 가부장제 속에서 오랫동안 성폭력을 눈감아온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하며 할리우드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의 엽기적인 성추행 행각이 #MeToo로 연달아 폭로됐다. 맷 라우어, 찰리 로즈, 케빈 스페이시, 더스틴 호프만 등 부와 명예를 누렸던 남자들이 허리케인 속 촛불처럼 사라져 갔다.
올 초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지난 18일 영국의 아카데미상 BAFTA(British Academy Film Awards)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은 블랙 드레스로 성추행의 시간을 끝났다는 의미의 'Time's Up'으로 단합했다. 3월 4일 저녁 LA 돌비시어터에서 지미 킴멜의 사회로 열릴 제 9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어떤 축제가 될까? 다시 한번 미 여배우들의 검은 드레스 코드가 앙코르 재현될까?
골든글로브상은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90명 내외가 선정한다. 그러면, 미 영화인 6천여명이 선정하는 2017년 최고의 영화, 오스카는 어디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이다.
*작품상 후보 9편 예고편 Oscars 2018: Trailers for All Best Picture Nominees <YouTube>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1960년대 미소 냉전기 장애인 여자 청소부와 괴물의 러브스토리. 오스카 최다 13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 여우조연, 남우조연, 촬영, 각본, 편집, 오리지널 작곡, 의상, 미술, 사운드편집, 사운드믹싱) 후보에 올라 작품상으로도 가장 유력한 고지에 올라 있다. 또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으며, 올 초 골든글로브상 감독상과 오리지널 작곡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시나리오도 직접 쓴 이 영화는 표절 시비에 걸려있다. 그것도 두건이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폴 진델(Paul Zindel)의 아들 데이빗 진델이 '셰이프 오브 워터'가 아버지의 1969년작 희곡 'Let Me Hear You Whisper'을 표절했다고 고소했다. 진델 측은 청소부 여주인공이 돌핀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생체해부, 대걸레로 춤추는 장면, 세탁물 카트 탈출 장면 등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프랑스 장 피에르 쥬네 감독으로부터 표절 항의도 받았다. 쥬네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흑백 뮤지컬 영화가 방영되는 TV 옆 소파에서 엘라이자와 이웃집 자일스가 댄스 흉내내는 장면이 자신의 영화 '델리카트슨(Delicatessen, 1991)'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추는 댄스 장면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감독이 멕시코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2014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7개 석권, 2015년 알레얀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 감독의 '버드맨' 4개 부문 수상, 2016년 이나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3개 부문 수상으로 멕시코 감독들이 영광을 누렸다. 도날드 트럼프가 경멸한 멕시칸, 델 토로 감독으로 이어질 것인가?
*셰이프 오브 워터 ★★★★ 우리 시대 진짜 괴물은 누구?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딸의 강간범 체포를 위해 광고판으로 경찰서장을 망신 주는 엄마 이야기. #MeToo 시대에 가장 걸맞는 영화로 보인다. 영화가 사회의 거울이라면, 1960년대 배경의 동화 '셰이프 오브 워터'보다는 현실을 고발한 '쓰리 빌보드'가 사회성있는 작품이다. 앙상블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셰이프 오브 워터'와 나누어 가질 가능성도 있다.
영화배우조합(SAG)상 3개 부문, 영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아카데미상 7개 부문(작품, 각본, 여우주연, 남우조연 2, 편집, 음악) 후보에 올라 있다. 1997년 남편 조엘 코엔 감독의 '파고(Far Go)'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연기파 프란시스 맥도만드와 망나니 인종차별주의자 경관 역으로 열연한 샘 로크웰은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우디 해럴슨과도 경합하며, 오스카를 품에 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남우조연상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모텔 관리인으로 호연한 윌렘 데포에게 오스카가 미소를 보낼 수도 있다.
#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Call Me By Your Name)
이탈리아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게이 로맨스로 아카데미 작품, 남우주연, 각색, 주제가상 등 4개 부문 후보작이다. '전망 좋은 방'의 영국감독 제임스 아이보리와 이탈리아 감독 루카 과다그니노가 함께 시나리오로 각색했는데, 연출은 과다그니노가 맡았다. 그리고 각색상 후보에 나란히 올라 있다. 89세의 아이보리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령 후보자. '지난 여름 휴양지에서 갑자기'... 동성애에 눈뜨는 청소년 티모세 찰라멧의 연기가 압권이다. 찰라멧은 1939년 이후 최연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아담이 눈뜰 때...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
# 레이디 버드(Lady Bird)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벗어나려는 10대의 절규.
배우 그레타 거윅(34)의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진솔하며, 따뜻하다. 여고생 레이디 버드 역으로 연기파 서샤 로난에 부모(트레이시 렛츠, 로리 멧칼프), 남자 친구들(티모테 찰라멧, 루카스 헷지스)까지 앙상블 연기가 돋보인다. 아카데미 5개 부문(작품, 감독, 여우주연, 여우조연, 각본) 후보작. 하지만,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이라기보다는 독립영화 칼리버에 가깝다.
*새크라멘토와 엄마에게 바치는 러브 레터 '레이디 버드' ★★★★
# 팬텀 쓰레드(Phantom Thread)
오스카 3관왕 연기파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아쉬운 은퇴작, 아카데미 6개 부문(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조연, 작곡, 의상디자인상) 후보작.
'나의 왼발' '피가 있으리' '링컨'으로 오스카 트로피 3개를 거머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시나리오 작업까지 참가한 '팬텀 쓰레드'는 완벽주의자 패션디자이너의 아집과 그의 기를 꺾는 시골 출신 웨이트레스의 파워게임이 흥미롭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탄탄한 연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누이 역 레슬리 멘빌의 호흡이 절묘하지만, 상대 역 비키 크리엡스의 연기는 함량미달이다.
*남자 길들이는 방법은 독버섯? '팬텀 스레드' ★★★
# 던커크(Dunkirk):제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북부 던커크에서 연합군 철수 작전(다이나모 작전)을 담은 영화. 스타일리스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일런스, 톰 하디 등이 출연하며,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합작이다. 오스카 작품, 감독, 촬영, 편집, 작곡, 사운드편집, 사운드믹싱, 미술상 후보에 올라 있다.
#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 역시 제 2차 세계대전 노스탈쟈? '던커크'를 윈스턴 처칠의 시각으로 그린 조 라이트 감독의 작품. 게리 올드만이 윈스턴 처칠로 분해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보여준다.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상을 이미 수상했으며, 오스카 남우주연 트로피는 따놓은 당상. 오스카 6개 부문(작품, 남우주연, 미술, 촬영, 분장, 의상) 후보작.
# 겟 아웃(Get Out): 흑인 조단 필(39) 감독의 인종문제가 엮인 호러영화. 흑인 청년이 백인 여자친구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이야기. 아카데미 4개 부문(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후보작이다. 주연 다니엘 칼루아는 '로만 J. 이스라엘'의 변호사 역 덴젤 워싱턴과 나란히 후보에 올라 있다.
# 포스트(Post): 한때 흥행의 귀재였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워싱턴 포스트지를 둘러싼 정치 스릴러를 연출했다. 메릴 스트립이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함 역을, 톰 행크스가
1970년대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쟁 관련 기밀문서 발행을 시도하는 이야기. 워터게이트를 다룬 'All The President's Men'을 연상시키는 소재와 이제는 닳고닳은 스트립, 행크스, 스필버그의 콤비네이션이 데자 뷔, 식상하게 느껴진다. 오스카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