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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은총의 교실
2018.07.25 17:37

(353) 허병렬: 일기를 써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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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교실 (40)


일기를 써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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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Museum Mile


‘초등학생 일기 검사는 인권 침해’ 전에 한국 내 발행 신문에서 본 기사 제목이다. 국가 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에서의 일기장 검사 관행은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양심의 자유 등 아동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왜 이 문제가 제기되었을까.


이 소식은 반가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계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였다. 반가웠다는 것은 교육계에서 학생들의 인권 침해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을 지켜보는 까닭은 일기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본래 ‘일기’란 그 날 그 날 겪은 일이나 감상 등을 적은 개인의 생활 기록이다. 따라서 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기록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보이려고 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기 안에는 개인의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연이 섞일 수도 있다.


“선생님이 왜 내 일기를 읽어야 해요? 내 개인의 기록인데”

학생들은 곧잘 이런 질문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 일기는 내용을 읽지 않고 날짜만 체크하겠어요”- 교사는 이런 방법으로 일기 검사를 실시한다. 그 이유는 ‘일기 쓰기’의 교육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한글로 일기를 쓰게 하는 일은 한국어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의 일기 쓰기의 경향을 보면 성장 과정에 따라 그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초급 학생은 우선 그림일기로 시작하는데 먹은 것, 논 것 등이 많다. 다음 차례에는 무엇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주로 쓴다. 바람직한 단계라면 그 날의 생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곁들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날짜를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이라도 계속해서 일기를 쓰게 되면 차차 인내심을 키울 수 있다. 인내심은 요즈음 어린이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마음가짐이 아닌가. 그래서 일기를 쓰고 싶지 않은 날은 ‘쓰기 싫다’라고 하고, 또 ‘쓸 것이 없다’라고 쓰더라도 날짜를 거르지 말라고 약속을 하게 된다. 


‘일기 쓰기’를 생활지도의 자료로 쓸 생각을 한다면 학생들의 솔직함을 해칠 우려가 있다. 자칫 꾸며서라도 착한 일 모음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것보다는 학생과의 대화 자료로 쓰는 것이 좋겠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다’는 일기에 ‘나도 먹고 싶은데요’라고 쓴다든지 ‘숙제를 많이 내주는 선생님이 싫다’고 한다면 ‘미안해요. 다음에는 알맞게 숙제를 낼게요’라고 써준다면 교사와 학생 관계가 친밀하게 될 것이다. 


자녀의 일기를 부모가 읽을 때도 솔직함을 칭찬하고 이에 대처함이 현명할 것이다. ‘우리 엄마는 동생이 잘못했는데 나만 꾸중하신다’는 글을 읽고 변명하는 것보다는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기 쓰기의 교육 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인권 침해 운운하는 문제가 제기된 까닭은 방법이 지나쳤기 때문으로 나타나 있다. 강제로 쓰게 하고, 일기의 내용이나 글씨를 평가의 자료로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런 지나침을 피하고,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의 대화 자료로 사용한다면 그들 자신의 성장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은가. 일기 쓰기는 자아 형성의 과정이고, 발견의 과정이다. 또한 글로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도 일기를 쓰는 많은 학생들을 보았다. 그들은 한글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져서 우수한 글짓기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학생의 능력에 따라서 일기를 영어로 쓰기, 한글을 섞어서 쓰기, 한글로 쓰기의 단계를 밟으며 글짓기를 지도할 수도 있다. 학생의 인권 침해를 하지 않는 ‘일기 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허병렬100.jpg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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