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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사 프랭클린 영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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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의 여왕(Queen of Soul)'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76)이 8월 16일 디트로이트에서 췌장암으로 눈을 감았다. 8월 16일은 1977년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60년 가수 생애 그래미상 18개를 석권하며, 7천500만장의 레코드를 팔았고, 여성 최초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아레사 프랭클린은 '흑인 음악의 산실'이었던 모타운 레코드가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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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프랭클린 스테이션에 붙은 아레사 프랭클린 추모 'Respect' 사인.

필자는 아레사 프랭클린을 201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2013년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NJPAC)에서 보았다. NJPAC 콘서트는 휘트니 휴스턴의 대모였던 아레사 프랭클린이 휴스턴에게 바치는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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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tha Franklin, Newport Jazz Festival, 2008


휘트니 휴스턴 헌사 NJPAC 데뷔 리사이틀 스케치

아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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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PAC은 플래시를 쓰지 않는 사진 촬영을 허용한다. 오케스트라석엔  iPhone으로 촬영하는 이들이 밤 하늘의 별들처럼 보였다. 아레사 프랭클린과 떨어질 수 없는 핸드백이 피아노 아래서 지키고 있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을 처음 본 것은 200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였다. 그 해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소니 롤린스, 아레사 프랭클린, 허비 행콕, 크리스 보티웨인 쇼터…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엔 4차례 가봤지만, 2008년 여름이 잊혀지지 않는다.

헤비웨이트급을 이미 넘어선 프랭클린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집시의 시간’에 나오는 할머니보다 더 큰 몸집에 화이트 드레스, 진주 목걸이, 꽃을 귀 뒤에 꽂은 채 흰 손수건을 들고 숨가쁘게 히트곡 뉴포트의 포트아담스주립공원 메인스테이지에서 ‘RESPECT’를 불렀다. 오케스트라의 피아노 아래엔 커다란 핸드백이 있었다. 

0001aretha.jpg Newport Jazz Festival, 2008

아레사 프랭클린에게 핸드백은 자신의 분신이다. 
핸드백이 무대에 나타나면, 그녀가 무대에 곧 오를 것임을 시사한다. 공연이 끝나고도 핸드백이 피아노 아래 있으면, 앙콜을 할 것이라는 예보. 뉴포트에서 핸드백은 아레사 프랭클린과 함께 무대를 지켰다. 아레사 플랭클린은 명백히 자신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동안 자기 핸드백을 누가 뒤지거나 혹은 훔쳐갈까봐 염려하는듯하다. 그러나, 누가 아레사를 의심많은 할망구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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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바마대통령 취임식에서.  Photo: Cecilio Ricardo, U.S. Air Force 

2009년 1월 ‘소울의 여왕(Queen of Soul)’ 아레사 프랭클린은 미 최초의 ‘흑인’(*사실은 흑백 혼혈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리본 모자(*디트로이트 한인 디자이너 루크 송의 작품)을 쓰고 나타나 ‘우리나라는 주님의 것(My Country Tis of Thee)’을 불러 주목을 끌었다. 

Aretha, The Queen of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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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사 프랭클린은 멤피스에서 개척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나 디트로이트에서 성장했다. 10살 때 어머니가 사망했고,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교회에서 가스펠을 부르다가 15살에 첫 앨범을 냈다. 그리고, 팝, 리듬&블루스, 소울, 펑크,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이후 그래미상을 20여회 수상했으며, 세계에서 7500만장의 레코드를 판매했다. 2008년 미 팝 매거진 ‘롤링스톤스’는 프랭클린을 ‘미 역사상 위대한 가수 100인’의 1위에 선정했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지난해 11월 10일 뉴왁의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NJPAC, New Jersey Performing Art Center)에서 첫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다. 그런데,  첼리스트 요요마가 ‘첼로 안에 앉은 느낌”이라고 격찬한 NJPAC 데뷔 리사이틀이 취소된 것이었다. 

오바마가 재선에서 막 승리한 이후라 프랭클린의 무드가 최상이었을 텐데, 샌디가 잿밥을 뿌리고 말았다. 우리도 표를 사놓았는데, 
10월 29일 허리케인 샌디의 습격으로 프랭클린의 리사이틀은 올 3월 30일로 연기됐다.

IMG_5368.JPG NJPAC

하지만, 3월의 콘서트도 나름 의미는 있었다. 
미국에서 여성 역사의 달이자, 아레사 프랭클린의 생일(1942년 3월 25일)이 끼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개월 이상이 지연된 아레사 프랭클린의 NYPAC 콘서트는 더욱 더 열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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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PAC의 메인홀인 프루덴셜홀. 가수 이문세가 콘서트를 열었던 곳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콘서트 시작 시간이 오후 7시(전화), 7시 30분(웹사이트), 8시(타임아웃 뉴욕 잡지)로 혼선이 빚어졌다. 

이미 프랭클린의 20여명으로 구성된 빅 밴드 오케스트라는 제각기 자리에서 준비 중이었다. 시간을 끌기위해서였을까? 오후 7시 10분 경 NYPAC의 관장 존 슈라이버가 무대에 나와서 “아레사 프랭클린이 마침내 홀 안에 들어왔다”고 인사말을 한 후 수퍼스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왁시장 코리 부커를 소개했다. 

IMG_5374.JPG Cory Booker

잠깐 코리 부커(Cory Booker)에 대해 샛길로 들어가자면, 올 43세로 스탠포드, 옥스포드와 예일법대를 거친 싱글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6년 뉴왁 시장이 된 부커는 한때 범죄의 온상이었던(특히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이후 방화가 잦았고, 범죄와
폐허도시로 몰락했었던) 뉴왁을 변신시키는데 수훈을 세웠다. 특히 그의 수퍼맨과 같은 영웅담은 화제에 올랐다. 마약매매를 금지하기 위한 텐트 안에서 10일간의 금식, 허리케인 샌디 피해자들을 자신의 집에 재운 일, 방화가 난 집에서 여인을 구조한 일, 그리고 얼어죽어가는 개를 구조한 일 등 영웅담을 만들면서 스타 시장이 됐다. 

그의 부모는 흑인 최초로 IBM의 간부가 됐다. 부커는 2009년 오바마가 백악관의 도시행정 수뇌직을 제안했을 때 거절한 바 있다. 
부커는 차기 뉴저지 주지사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두번째 흑인 대통령 후보로도 가능성이 충분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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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남성 한 명을 포함한 백 코러스 6인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7시33분 경 말쑥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백을 들고 나타나 피아노 
아래 놓고 퇴장했다. 그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오래된 연인 윌리엄 위커슨으로 보였다. 우리는 알았다. 아레사 프랭클린이 곧 무대에 
등장하리라는 걸. 백이 있는 곳에 아레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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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웨이트급이었던 아레사 프랭클린은 은색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지미 추 스타일의 하이힐을 신고 나타났다. 가발로 보이는 헤어스타일은 미셸 오바마가 ‘중년의 위기’로 명명했던 애교 머리가 내려져 있었다. 

“아레사 프랭클린이 뉴왁에서 최초의 콘서트를 연다”고 소개한 코리 부커는 콘서트를 구경하지 않았다. 프랭클린이 공연 도중 부커를 두 번씩이나 불렀으나, 객석에 없었다. 프랭클린은 “부커가 남자 화장실에 있나보다”라고 한 후 한참 지나 2부에서 다시 객석의 부커를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부커는 아마도 시장 일로 바빴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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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의 레퍼토리 중 알 수 있는 곡은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과 “Respect”. 밴드는 프랭클린의 생일을 축하하는 "Happy Birthday to You"를 연주했고, 소울의 여왕은 꽃다발을 받았다.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프랭클린이 피아노를 치면서 부른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였다. 무대의 스크린에서는 지난해 절명한 뉴왁 출신 수퍼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이미지가 흘렀다. 71세의 '소울의 여왕'이 48세로 요절한 명예 조카 휘트니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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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그래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사망한 휘트니 휴스턴을 기리며 노래하는 아레사 프랭클린.

aretha on time 062868_0.jpg 1968. 6. 28 타임즈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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