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ke and the City <5> 카르페 디엠! 거버너스 아일랜드

자동차 금지된 고요한 섬, 금요일 오후 자전거 산책

뉴욕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의 날씨부터 체크한다, 마치 우산장수처럼. 날씨 앱(App)에 햇님이 활짝 웃고 있으면, 자전거 타러 나가기 좋은 날이다. 그날이 금요일이라면, 페리 타고 거버너스 아일랜드로 가고 싶어진다. 금요일 오후엔 모처럼 컬빗도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올 여름 거버너스아일랜드는 금요일에 밤 10시까지 개방해서 스펙터클한 선셋을 보너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가 없는 섬에서 자유의 여신상 옆으로 지는 해가 질 무렵엔 선셋 크루즈를 즐기는 요트와 세일 보트들이 그림엽서 풍경처럼 떠다닌다. 맨해튼에서 10분 내외 거리, 왕복 3달러로 고요한 섬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아이스크림 콘 모양이다. 시티바이크를 타기 전 걸어서 다녀 본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섬의 반(1/2) 밖에 몰랐다. 지도에서 녹색의 '아이스크림' 부위다. 원래 거버너스아일랜드는 콘이 없는 아이스크림, 달걀 모양의 섬이었다. 인디언 원주민 레나피족(Lenape)이 견과류 열매를 따고, 낚시를 하며 살던 22에이커 크기의 섬에 1620년 네덜란드 군대가 들어온다. 이들은 견과류 나무가 많아서 섬 이름을  '넛 아일랜드(Nooten Eylandt/Nut Island)라 불렀다. 

영국군대가 뉴암스테르담(뉴욕)을 빼앗은 후엔 발음을 잘못해서 '너튼 아일랜드(Nutten Island)라 부르다가 영국 총독을 위한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이름이 '거버너스 아일랜드'로 붙여진다. 그러니 미국 주지사들의 섬은 오해였고, 식민지 시대 영국 로열 총독(His Majestie's Royal Governors)의 섬이었던 것이다.

미 독립전쟁 때 이 섬은 군사적 요충지가 된다.  1775년엔 요새 포트 제이(Fort Jay)가, 1811년엔 또 하나의 요새 캐슬 윌리엄스(Castle Williams)가 세워졌다. 1911년 맨해튼에 렉싱턴애브뉴(4,5,6) 지하철이 건축되면서 나온 spoils를 매립하면서 거버너스아일랜드엔 콘 모양이 붙여지며 172에이커로 확장된다. 로어맨해튼의 배터리파크가 WTC 건축 때 debris로 매립된 것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이후 거버너스아일랜드는 미 육군을 위한 베이스였다가 이후 해안경비대와 그 가족의 거주지로 활용되었다가 1996년 해안경비대의 철수로 군사지역으로서의 막을 내린다.  2003년 뉴욕주와 뉴욕시로 이양된 거버너스아일랜드의 북부(오리지널)는 랜드마크로 지정됐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섬을 국립공원국(National Park Service) 산하로 들어갔고, 섬의 개발이 추진되었다. 2014년 거버너스아일랜드는 닫힌 섬에서 열린 섬으로 변모한다. 공식적으로 오픈했을 때는 매립지역의 1차 공원이 개방됐고, 2년 후엔 건축회사 웨스트8(WEST 8)의 설계로 70피트 높이의 언덕(Hill)도 방문객을 맞으면서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재된다. https://govisland.com

맨해튼 사우스 페리(스태튼아일랜드 페리 터미널) 바로 옆의 거버너스아일랜드 페리 터미널은 원래 명칭이 Municipal Ferry Pier, 이후 배터리 마리타임 빌딩(Battery Maritime Building)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현재는 GOVERNORS ISLAND라는 대형 사인이 설치되어 있다. 1909년 워커 & 모리스(Walker & Morris) 설계 이후 스네어(Snare), 프레데릭(Frederick)을 거친 보자르(Beaux-Arts) 양식의 건축도 멋지다. 1976년 미사적지구로 등재됐다. 

맨해튼 페리는 10여분만에 거버너스아일랜드의 스와손스 랜딩(Soissons Landing)에 도착한다. (*브루클린 페리는 양키 페리, 뉴욕 페리/편도 $2.75는 피어 102) 이스트 언덕 위에 시티바이크 스테이션에서 자전거를 대여하고 섬의 테두리를 돌아본다. 남단의 피크닉 포인트(Picnic Point)의 시티바이크 역에 반환하고, 언덕에 오르면 자유의 여신상과 뉴욕 항구, 로어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뉴저지 저지시티의 스카이라인, 브루클린까지 360도의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녹색 잔디에 눕거나 빨간색 애디론댁(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도시의 소음이 없이 뉴욕 항구의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속살은 언덕 옆으로 타고 올라가면 구불구불 미로같은 길들이 이어진다. 나무 그물 침대(해먹 그로브, Hammock Grove)에 몸을 맡겨볼까나. 코널의 길(Colonels Row)에 펼쳐진 19세기 빈 집들은 언젠가 호텔로 귀속될까? 2020년 스파&리조트 호텔와 B&B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간판이 스쳐간다. 이미 올 여름 거버너스아일랜드에는 럭셔리 캠핑(glamping) 'Collective Restreats'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급 호텔을 방불케하는 텐트 시설로 식사도 제공된다. 캠프 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1박이 $650이라고. https://www.collectiveretreats.com 이제 2년 후면 오늘같은 평화로움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늘을 즐기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자동차 없는 자전거족을 위한 섬, 거버너스아일랜드가 뉴욕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갔던 어느 금요일 저녁 해가 지면서 웅장한 추상화가 펼쳐지는데, 필자가 앞장 서서 속살을 보여주겠다며 잘난 척하다가 그만 사고가 났다. 어두워져서 속살 투어보다는 강변 주행으로 선셋을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언덕에서 갑작스럽게 U턴하다가 넘어지면서 그 무거운 시티바이크가 다리 위로 내려앉은 것. 

다음 날 무릎에는 자두만한 상처가, 넙적다리에는 참외만한 멍이 시커멓게 들어있었다. 멍이 검푸른색에서 자주색으로, 노랗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2주간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가장 안전한 곳에서 보호자 친구까지 대동하고 일어난 대형 사고. 그나마 충돌 사고는 아니었고, 나 홀로 넘어졌기에 다행이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아 병원에 가지 않았으니 그 또한 다행이다. 하지만, 자전거는 자만심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다시 가르쳐주었다. 자전거도 골프처럼 삶을 곰씹어보게 해준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자전거 타기

-시티 바이크(CitiBike): 3개의 도킹 스테이션(Soissons Landing, Yankee Pier/Picnic Point)이 있다.

-블레이징 새들스(Blazing Saddles): 1인 자전거와 단체용 4륜 자전거 서리(Surrey)를 렌탈할 수 있다. 리게트 테라스(Liggett Terrace) 인ttps://www.blazingsaddles.com/new-york/bikes-and-rates/governors-island-bikes-surreys

거버너스 아일랜드 방문

-개방 일정: 5월 1일-10월 31일, 월-목요일 10AM-6AM, 금요일 10AM-10PM(*9/14까지), 토요일 10AM-11PM(7/7-9/1), 일요일(10AM-7AM)

-페리 스케줄: 거버너스아일랜드 페리 터미널(Battery Maritime Building, 11 South St.,맨해튼 사우스페리 옆)/ 브루클린브리지파크 피어6(토-일요일만) https://govisland.com/visit-the-island/ferry

 *뉴요커들의 셸터,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즐기는 10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