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샤토(Château de Courcelles)에서의 하룻밤
프랑스 여행 <7> 샴페인 도시 랭스 인근 샤토 호텔
나폴레옹 다녀간 프랑스 샤토에서의 하룻밤
One Night at Château de Courcelles
랭스에서 30분 거리 샤토 드 쿠르셀레(Château de Courcelles) 전경과 우리가 묵은 방. 호텔에서 대여해준 자전거.
루이 14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던 베르사이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은 번쩍번쩍 호화스러워서 현기증을 일으키지만,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프랑스 시대룸(French Period Rooms) 갤러리를 지나다 보면, 한번쯤 저런 방에서 묵어보는 꿈을 꾸어본다. 이런 꿈이 유럽에선 가능하다. 브루클린 촌뜨기도 프랑스 성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지에선 동화같은 샤토(Château, 城)나, 수도원, 요새, 영주의 맨션 역사적인 건물을 개조한 호텔들이 적지 않다. 스페인은 호텔 체인 파라도르(http://www.parador.es/es), 포르투갈에선 포사다스(https://www.pousadas.pt/en)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럭셔리 호텔 체인 를레&샤토(Relais & Châteaux, https://www.relaischateaux.com)도 역사적인 건물이나 샤토를 개조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지역엔 10-20세기에 지어진 샤토만 300여개라는데, 모두 박물관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
2007년 포르투갈 여행 때 우리가 묵었던 코임브라(Coimbra) 인근 부싸코팰리스 호텔(Palace Hotel Bussaco, https://www.almeidahotels.pt/en/bussaco-palace-hotel)은 포르투갈의 마지막 왕 카를로스 1세가 사냥할 때 묵었던 산장(hunting lodge)이었다. 그 산장이 궁전급이다.
프랑스에서 샤토(Château)는 왕족, 귀족, 영주의 주택, 중세의 요새, 르네상스 궁전, 19세기 컨트리하우스 뿐만 아니라 보르도(Bordeaux) 와이너리 이름에도 붙인다. 유명한 보르도 와인 프로듀서들은 샤토 한채씩 갖고 있으니... 한편, 버건디(Burgundy/부르고뉴, Bourgogne) 와이너리에선 도메인(Domaine, 영지), 샴페인 메이커는 소박하게 메종(Maison, 집)으로 불리운다. 이번 여행에서는 샴페인 도시랭스(Reims)의 외곽에서 샤토를 개조한 호텔에 머물 수 있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왼쪽 위부터 시계 방양으로 샤토 드 쿠르셀레 호텔 전경, 우리 방에서 내다본 전망, 호텔 레스토랑, 우리 방.
프랑스 여행 첫날은 샴페인의 도시 랭스(Reims)에서 남쪽으로 40여분 떨어진 포도 마을 '르메닐쉬로제(Le Mesnil sur Oger)의 컨트리풍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태탕제(Taittinger) 카브 투어를 했고,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경한 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친구와 파리로 갈지, 샤르트르로 갈지, 퐁텐블루로 갈지 고민하다가 랭스 인근에서 묵기로 했다.
당일 호텔 할인 웹사이트 HotelTonight으로 검색해보니 랭스 그랜드호텔 컨티넨탈(Grand Hotel Continental, $141->$128 할인)과 샤토 드 쿠르셀레(Château de Courcelles, $344->$195 할인)가 눈에 들어왔다. 샤토 드 쿠르셀레는 멋진 샤토 사진을 내걸면서 "나폴레옹과 부인이 처음 만난 곳, 라신, 루소, 장 콕토가 묵어간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들도 샴페인을 즐겼을까? 그랜드호텔은 1분 거리, 쿠르셀레 샤토는 30분 거리지만, 할인폭이 크고, 매혹적인 '샤토'를 택했다. 작은 마을로 가면 샤토 호텔에 묵을 수 있다.
그 나폴레옹 부인이 조세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사해보니 오스트리아 황녀이자 두번째 부인 마리 루이스였다는 점이 약간 실망스러웠다. 고2 때 서울에서 친구와 입시학원 성문종합영어 김영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분은 늘 "자신을 갖자"로 수업을 시작했고, 가끔 삼선교의 나폴레옹 과자점과 조세핀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빵순이들도 사랑했던 곳이다. 여행이 이처럼 문득문득 옛 추억을 곰씹게 하면서 어제보다 좀 나은 인간으로 만들게해주면 좋겠다.
샤토 드 쿠르셀레의 라운지 인테리어. 오른쪽 아래는 레스토랑.
랭스에서 북서쪽으로 밤길을 달려서 도착하니, 성채가 눈에 들어왔다. 통통한 리셉셔니스트는 밝게 웃으며 우리에게 방을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할인에 업그레이드까지? 날아갈듯 기분이 좋았다. 몇시간 전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본 미소짓는 천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의 방은 녹색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가 우아했다. 메트뮤지엄에서 본 시대룸처럼 데코레이션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던한 감각이 가미된 아름다운 방이다. 코너에는 중국 병풍으로 이국풍 취향을 가미했다. 욕조도 네모꼴이 아니라 종종 영화에서 본 달걀형이다. 정원으로 큰 창문도 나있다. 이런 욕조에선 영화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거품 목욕을 하고 싶어진다. 체크인을 늦게한 것이 아쉬웠다.
밤 9시경 우린 우선 허기가 져서 호텔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샤토 호텔 분위기에 맞게 루이 14세풍 데코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샹들리에와 은은한 촛불, 음악은 없고 고요했다. 깍듯한 매너에 나직하게 불어로 말하는 웨이터들이 마치 꿈결처럼 취하게 했다. 기왕에 샤토에 왔으니 저녁식사도 성대하게 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이런 샤토에 또 언제 오리?" 하는 생각에 테이스팅 메뉴로 가능한 오랜 시간, 로맨틱한 식사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 영어 메뉴가 따로 있었다. 우린 5코스 프리스티지 메뉴(Prestige Menu, 60유로/68달러, 세금과 팁 포함)를 주문했다. 뉴욕 레스토랑들의 테이스팅 메뉴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유럽에선 팁이 선택이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는데, 끝까지 돌봐준 웨이터에게 팁을 5유로 주었더니 감격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해서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미슐랭이 접시 하나를 선사하며 추천한 샤토 드 쿠르셀레의 프리스티지 5 코스와 프티푸르.
식전 아뮤즈 부셰(Amuse-bouche) 후에 첫 코스로 오리 푸아그라(Duck "Foie Gras")가 텃밭 위에 꽃장식을 하고 나왔다. 식용흙은 오징어 먹물로 만들었고, 호텔의 꿀벌로 만든 꿀식초, 브리오쉬 빵과 올려졌는데, 눈과 입을 자극하는 애피타이저였다. 다음에 민물고기 북극 곤들매기(Arctic char)는 아니스 씨앗을 가미한 소스, 샤토에서 기른 페널로 만든 묵(bavarois fenne)과 곁들여졌다.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양념 없이 원재료의 맛을 정교하게 낸 요리들이다. 세번째 코스는 리용 인근 지방 돔베스(Domnes)에서 기른 새끼오리 요리(Duckling fillet "from the Dombes")로 피칸 넛과 버터넛을 카라멜라이즈해서 달착지근하게 제공했다. 애저고기(새끼돼지)처럼 육질이 부드러웠다.
다음은 프랑스인들이 식후에 즐기는 치즈 코스. 은으로 만들어진 치즈 트롤리가 나와서 3가지 종류를 고를 수 있었다. 필자는 콩테, 소프트와 하드 염소치즈와 에푸아즈를 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초코필(The Chocophile)로 유명한 미셸 클뤼젤(Michel Cluizel)의 콜롬비아 초콜릿과 달달한 둘세 델 레체("dulce de leche")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졌다. 다 끝난는 줄 알았는데, 프티푸르(Petit four)가 미니 2층 은쟁반에 나왔다. 거부할 수 없는 미니 패이스트리. 싸서 아침식사로 먹고 싶은데, 샤토에서 체면 때문에 포기했다.
샤토 드 쿠르셀레 셰프 루카스 바니에르, 치즈 트롤리, 레스토랑 테이블.
저녁식사 중간에 셰프가 나와서 테이블마다 인사를 했다. 루카스 바니에르(Lucas Vannier)는 프랑스의 미슐랭 2스타(메종 쥬네 Maison Jeuner, 라코테생-자크 La Côte Saint-Jacques)와 1스타(오버쥬 데 탕플리에 Auberge des Templiers)에서 수련했다. 샤토드쿠르셀레 레스토랑은 품질 좋은 음식으로 2017년 미슐랭 접시(L'Assiette Michelin)를 받았다. https://restaurant.michelin.fr/2bt74js/chateau-de-courcelles-courcelles-sur-vesle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베르사이유 궁전급은 아니지만, 소박하게 다듬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식 가든과 영국식 가든을 조성한 공원이 펼쳐졌다. 르메닐쉬로제의 숙소 샹파뉴바라동미쇼데(Champagne Baradon Michaudet)에서 산 로제 샴페인을 오픈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매일 아침 샴페인을 마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톡 쏘는 상쾌한 청량감이 기운을 치솟게 하며 에너지를 준다. 샴페인은 아마도 커피보다 나은 아침 음료일지도 모른다.
샤토 드 쿠르셀레 호텔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마을을 둘러보았다. 자그마한 교회 담벼락에서 쉬는 자전거.
샤토 공원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마침 호텔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고 했다. 공원은 자갈길로 울퉁불퉁했다. 호수와 여름옷을 벗은 나무들이 조금 가련하게 펼쳐졌다. 호텔 공원에서 나가 마을로 들어가니 중세에 세워졌을 법한 교회와 꽃으로 장식한 창문들이 엽서같은 풍경이다. 자전거를 넣은 풍경은 노스탈직하고, 평화롭다.
호텔 구경을 했다. 몇개의 라운지 방 역시 박물관급 데코였다. 옛날엔 접시가 자랑거리였는지, 벽에 트로피처럼 장식했다. 공원이 보이는 식당 인테리어도 화려했다. 오전 11시에 체크아웃하려니 다시 아쉬워진다. 동화같은 샤토 드 코르셀레를 떠나는데, 리셉셔니스트가 자그마한 쇼핑백을 선물로 준다. 머핀 두개가 리본에 묶여서 병물과 함께 담겨있다.
호텔이 아니라 박물관이 된 샤토 샹티이(Château Chantilly)로 가는 길, 코르셀레 머핀과 냉수로 요기를 하면서 가을의 꿈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Château de Courcelles
샤토 드 쿠르셀레는 루이 14세의 말년인 1690년 자크 들라 그랑쥬(Jacques de la Grange) 남작의 명으로 건축이 시작되어 4년만에 완공됐다. 1810년 조세핀과 이혼한 나폴레옹 1세가 두번째 부인이 될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의 딸이자 마리 앙투아네트의 조카딸인 마리 루이스를 이 샤토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18세기엔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운영했고, 계몽주의 시기엔 철학자 장-자크 루소가 묵었으며, 19세기넹 알렉산더 뒤마, 쟝 라신, 쟝 들라 퐁테인, 장 콕토가 쉬어갔다. 시인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장 콕토는 이 샤토의 난간을 디자인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후에는 패션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오르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정원이 총 23헥타르 규모에 달하며,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딴 프랑스와 영국 양식의 가든이 조성되어 있다. 1988년부터 호텔로 운영되기 시작, 1993년 를레&샤토 체인의 회원으로 들어갔다. 4스타 호텔로 객실 14개, 스위트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샤를르드골 공항에서 45분 거리. http://www.chateau-de-courcelles.fr
*프랑스 샹파뉴의 시골마을 르메닐쉬로제(Le Mesnil sur Oger)에서 하룻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샴페인 태탕제(Taittinger) 셀러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