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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이수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창가의 선인장 (74) '한국 남자' 변명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거길 왜 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큰소리치더니
“아무래도 머리를 내밀어야 할 것 같아.”라고 남편은 말을 바꾼다.
그의 변덕에 기가 차서 째려보니, “한국 남자들의 오랜 습관이잖아.”
내가 모르는 영어 단어 뜻을 물어보면 남편은 조용하다.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 빨리 대답해. 아는 척하지 말고!”
으레 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한국 남자들이 원래 다 그렇잖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툭하면 성질을 부리며 짜증은 왜 내는데?”
이번에는 그 한국 남자 타령은 어디 가고
“집안 내력이 워낙에”라고 말머리를 돌리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머머! 자기 총각 시절 룸메이트, 집세 떼어먹고 연극한다고 거들먹거리던 사람 성추행으로 기사 떴어.”
“내 그럴 줄 알았지. 조선 500년간 놀고먹는 양반계급이 어둑어둑해지면 기생집을 찾던 버릇이 아직 남아서.”
전해 내려오는 관행이니까 비껴가도 된다는 식의 뉘앙스로 말하다 갑자기 열을 내며 “마누라 요즈음 입이 왜 이리 거칠어졌어?”
“성추행, 성폭행 사건 때문에 성질이 치밀어 오르니까. 그렇지.”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한국 옛 아낙네들이 해왔던 것은 지켜야 한다며 주장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참고 살아야 쿨한 여자란다. 남편이 바람나서 집 나갔다가 골골해져 지팡이 짚고 돌아오면 받아줘야 덕 있는 여자라니. 조신하게 남편 말에 귀 기울이고 내조 잘해야 집안이 잘된다질 않나. 종일 일 하고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가 밥상차려 바치지 않으면 삐치는 인간이 한국 남자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많지만.
별 볼 일 없는 권력 나부랭이를 휘두르며 지저분하고 구차한 성추행과 폭언이 관행이었기 때문에 익스큐즈할 일이란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한국여자 골프 선수들의 통쾌한 휘갈김이 어쩌면 그 못난 남성들에게 억압받으며 살아온 여인들의 한풀이가 아닐까?. 근사하게 승화된 스포츠로 복수하는. 하얀 골프공처럼 난타당하지 않으려면 한국 남자들 이젠 바뀌어야 한다.
요즈음 #Metoo 캠페인으로 저질 관행에 충실했던 그들이 조용히 처박혀 떨고 있겠지. 잠수타고 있다 잠잠해 지면 슬그머니 수면으로 떠오를 시기를 기다리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