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와인 저널 (1) 007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샴페인 볼랭제 (Bollinger)
CulBeat Wine Journal <1> 볼랭제 로제(Bollinger Rosé)
007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샴페인 볼랭제(Bollinger)
뉴이어스이브에 샴페인 한병? 볼랭제 로제.
엘리자베스 여왕(Elizabeth II, 92)의 무병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여왕 폐하는 하루에 칵테일 기본 4잔, 매일 밤에 잠 들기 전에는 샴페인 한잔을 마신다고 한다.
그 샴페인은 다름 아닌 볼랭제(Bollinger)로 알려져 있다. 007 샴페인으로도 유명한 볼랭제는 영국 왕실로부터 조달 허가증(Royal Warrant)을 받은 첫 샴페인이다. 1884년 빅토리아 여왕은 볼랭제에 왕실조달 허가증을 하사했고, 1950년 조지왕 6세가 다시 주었다. 이제까지 영국 왕실 조달 허가증을 받은 샴페인은 볼랭제 외에 크루그(Krug), 랑송(Lanson), 그리고 윈스턴 처칠이 사랑하던 폴 로저(Pol Roger) 등 8개 브랜드다.
볼랭제 하우스 정문에 붙은 엘리자베스여왕조달허가증. 샴페인을 즐기는 엘리자베스 여왕, 007 영화와 제휴한 볼랭제 광고.
볼랭제와 007의 제휴는 1973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 Die)'부터 시작됐다. 사실 제임스 본드가 좋아했던 샴페인은 태탕제(Taittinger)였다. 007 시리즈의 원작자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은 태탕제 열혈팬이었고,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는 주로 태탕제를 마셨다.
숀 코네리가 분한 제임스 본드는 영화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에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트레인 장면에서 태탕제 블랑드블랑을 마신다. 그런데, 본드걸(타티아나 로마노바)와 악당이 함께 자리한 식사에 태탕제 샴페인에 독이 들어간다. 그후 영화 제작사 측은 클로드 태탕제를 찾아갔지만, 이후의 영화 협찬에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007 다니엘 크레이그와 볼랭제 광고
볼랭제는 이안 플레밍의 소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 언급된다. 영화에서는 1973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 Die)'에서 제임스 본드로 분한 로저 무어가 호텔 룸서비스로 볼랭제를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1978년부터 영화 프로듀서(알버트 브로콜리)와 볼랭제(마담 릴리 볼랭제)의 파리 협정으로 007의 볼랭저 시대가 공식 시작된다.
'뷰 투어 킬(A View to a Kill, 1985)'에서 제임스 본드는 에필탑 꼭대기에서 볼랭제가 제공되는 것을 알아차리며, '리빙 데이 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1987)'에서 본드(티모시 달튼)는 코소보 장군에게 배달되는 선물 바구니에서 샴페인을 본 후 "볼랭제 R.D. 최고야!"라고 말한다.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2002)'에서 본드(피어스 브로스난)는 북한 감옥에서 석방되면서 1961년 빈티지 볼랭제를 요청한다.
그리고,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1999)'에서 본드(피어스 브로스난)은 본드걸과 나란히 침대에 눕는데, 옆에 볼랭제가 담긴 아이스 버킷이 있다. '카지노 로열(Casino Royal, 2006)'에서 007(다니엘 크레이그)는 볼랭제를 주문한다. 이로써 볼랭제는 무려 14편의 본드 영화에 등장하며 '007 샴페인'으로 굳어진 것이다. 볼랭제의 애칭은 "볼리(Bolly)".
프랑스 샹파뉴 아이(Ay)의 볼랭제 하우스. 2019
지난해 9월 말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샴페인)를 여행하면서 태탕제(Taittinger)에서는 와인 저장고(동굴, 카브) 투어와 프라이빗 테이스팅을 할 수 있었지만, 볼랭제는 불가능했다. 와인 배급업자나 유력한 와인 비평가들에게만 오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랭제 하우스는 샴페인의 메카 랑스(Reims)와 27킬로미터(40분) 남쪽에 자리해 있다.
영국 왕실 조달 허가증을 문패처럼 달아놓은 샴페인 하우스만 밖에서 구경하고, 여행자들에게 오픈한 선물의 집에 들렀다. 에는 1829년 이후 볼랭제를 이끌어온 조상들 사진이 걸려있었다. 007 마케팅을 강조한 패키지와 특별판 볼랭제는 이미 매진 상태였고, 레귤러 샴페인도 3병 이상씩만 구매 가능하다. 기념품으로는 에이프런, 열쇠고리, 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Bollinger Rosé
2018년을 마감하며 마신 볼랭제 로제 브뤼 넌빈티지(Bollinger Brut Rose)의 색깔은 오렌지와 구리빛이 섞인듯한 강렬하게 유혹적이다. 컬러는 인근 아이와 베르제네이 포도로 제조한 레드와인을 5% 블렌딩하면서 나온다고. 라스베리와 토스트빵, 레몬의 아로마가 혀에서 짜릿하게 감도며, 감미롭고, 부드럽다. 007 주제가 "Nobody Does It Better"를 연상시키는 최상의 로제 샴페인. 음식으로는 랍스터, 새우, 크랩 등이 어울린다. 피노 누아(62%) 함량이 높은 편이며, 샤도네이(24%), 피노 무니에(14%)의 블렌딩이다.
실상 와인 테이스팅 노트에는 시각(eye), 후각(nose), 미각(palate)를 설명하며 청각(sound)이 빠진다. 하지만, 샴페인 코크를 '펑!'하고 따는 소리부터, 잔에 부을 때 자잘한 거품들이 솔솔 올라오며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샴페인은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할 수 있는 와인이다.
샴페인 글래스로는 예전부터 플룻잔(flute)이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넓은 잔들이 선호되고 있다. 샴페인의 향미가 플룻잔에 갖혀있지않고 퍼져나오기 때문이다. 태탕제 테이스팅에서도 보르도급 큰 글래스에 따라주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서는 샴페인 플룻잔의 무용성을 제기했다. 한 와인 전문가는 "샴페인을 플룻잔에 마시는 것은 오페라에 귀마개(earplugs)를 하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Bollinger Special Cuvée & Rosé
로제에 이어 볼랭제 스페셜 퀴베(Special Cuvée) 반병짜리를 오픈했다. 사과향에 매콤하며, 로제처럼 강렬하지 못했다. 샴페인 병은 클수록 좋다. 피노누아(60%), 샤도네이(25%), 피노 무니에(15%) 블렌드.
볼랭제는 160헥타르의 포도원에서 60% 이상을 샴페인 제조에 조달하고 있다. 난빈티지 샴페인은 3년, 빈티지 샴페인은 5-8년 숙성시킨다. 그랑 안네(Grande Année(great year)/vintage)와 R.D. 샴페인은 카브/동굴 저장고에서 손으로 일일이 돌려주면서 발효숙성시킨다. https://www.champagne-bollinger.com
"나는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샴페인만 마신다."
-릴리 볼랭제-
"샴페인은 당신에게 매일이 일요일같은 느낌을 준다."
-마를레네 디트리히-
"샴페인은 인생의 우아한 엑스트라 중 한명이다."
-찰스 디킨스-
*How the champagne wine glass is killing the f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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