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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연사숙: K-Food+를 위하여
동촌의 꿈 <6> 일본의 식문화 마케팅
K-Food+를 위하여
다이수케 나카자와 셰프의 뉴욕 레스토랑 ‘스시 나카자와’는 뉴욕타임스 별 4개, 미슐랭 별 1개를 받았다.
얼마 전 식당을 찾은 멋진 중년 부인의 손님이 식사 도중 나를 불렀다. “당신이 매니저냐, 나는 여기 셰프와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셰프의 부인이고, 식사가 끝나면 그를 데리고 오겠다고 했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와 남편 모두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당연히 한국 식당에 왔으니 그정도 쯤은 알 것이라 생각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당황스러웠다. “나는 한국은 잘 모르겠고, 여기 셰프가 프랑스 식당 다니엘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다니엘이 르써크(다니엘이 뉴욕에서 첫 헤드 셰프로 있었던 프랑스 식당)의 셰프일 때 부터 봐 왔다”며 그녀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두번째 우리 식당을 찾았는데, 음식이 맛있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나누고 아름답게 헤어졌다.
그녀는 분명 우리 식당을 좋아하는 듯 했지만 마음 한켠은 참... 씁슬했다. 그 부부는 뉴욕의 내노라는 아티스트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회사를 운영하는듯 했는데, 한국 음식을 하는 식당을 찾았다기 보다는 다니엘 출신의 셰프가 하는 음식이라 왔던 것 같기 때문이다. 비단 이 손님 뿐 아니라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에게 가끔 듣는 얘기다. 괜한 자격지심 같지만 ‘일본사람이라도 저렇게 말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식당을 선택하는 이유는 제각각 모두 다르다. 배고픔을 간단히 달래기 위한 패스트 푸드 식당부터 주변 지인들과 친목을 나누는 캐주얼 다이닝, 그리고 데이트나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가는 파인 다이닝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식당이 갖고 있는 요소는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장소, 그리고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소통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이곳 뉴욕의 식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접하고 소통하는 중심의 공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셰프 다이수케 나카자와(왼쪽에서 두번째)는 도쿄 지하철역에 식당 스키야바시 지로를 운영하는 스시 장인 지로 오노의 수제자였다. 데이빗 겔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Jiro Dreams of Sushi' 포스터.
최근 몇 년간 뉴욕에선 ‘스시 오마카세(Omakase, 주방장 특선요리)’라 해서 회초밥 한점씩을 20여가지 코스로 나눠주는 등의 오마카세 식당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잠시 일본에서 공수한 생선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오마카세 식당 붐이 일기 시작했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곳만 해도 수십곳이 되고, 프렌치 식당을 가서 와인을 마시는 것 보다 스시바에 앉아 젓가락을 이용해 한점씩 회초밥을 먹으며 사케를 마시는 것이 더 고급스럽다는 인식도 공공연히 퍼지며 특별한 날엔 오마카세를 가는 것이 더 쿨해 보이는 것처럼 소셜 미디어를 장식한다. 1인당 300달러에 사케라도 마시면 500달러를 훌쩍 넘는데도 오마카세 식당들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어떻게 회초밥으로 이런 값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 배경에는 일본에서 공수한 생선과 셰프가 있다. 어눌한 영어에 일본에서 모셔온 스시 장인과 일본에서 공수했다는 생선이 그 주인공이다.
우나기-야 하치베이에선 요리 전 일본에서 공수한 장어를 보여준다.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2스타를 받았다.
얼마전 친구 생일에 간 맨하튼 미드타운의 장어 전문 식당에서도 일본에서 직접 갖고온 장어라 해서 장어덮밥이 65달러에 장어 스키야키는 2인분에 180달러나 했다. 거창한 인테리어도 없고 스시바도 없는 그저 평범한 캐주얼 다이닝이었지만 일본 직원들이 직접 장어를 가져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그래도 레스토랑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일본에서 온 것이란 신문기사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난 2017년 일본의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이 7,502억엔(7조 5천억원)인데, 올해까지 1조엔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에 중점 품목은 일본산 와규 소고기, 수산물, 사케 등이 중점 품목이다. 이렇게 일본에서 건너온 와규비프나 수산물, 사케는 엄청난 가격에 팔리면서 그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원활히 수출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뒷받침과 치밀한 전 세계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힘이다.
최근 맨하튼에서 열린 Skurnik Grand Portfolio Tasting, 미국인 직원들이 와인잔에 사케를 능숙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산하 JFOODO(일본식품해외프로모션센터)는 1년에 두번씩 뉴욕과 런던에서 ‘사케위크’를 진행한다. 뉴욕과 런던의 사케를 파는 식당에 가서 생선요리 뿐 아니라 토마토나 치즈 같은 음식을 사케와 곁들였을 때 사케 한잔을 더 주는 행사다. 이 음식을 시킨 손님에게는 일본에서 갖고 온 젓가락을 나눠주기도 하고, 식당 직원들에게는 일본식 앞치마나 일본 전통의 하피자켓(Happi Jacket)을 주고, 미국 언론에 사케위크에 대한 기사를 실으며 사케가 일본음식 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와 접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식당에서 접하게 함으로써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것이라면, 유럽의 것이라면 비싸도 좋다는 인식이 일본 음식에도 적용되는 것인데, 그들의 사업성을 받쳐주는 것 일등 공신은 일본 술 ‘사케’다. 뉴욕에선 와인업계 관계자 뿐 아니라 레스토랑, 리커스토어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위한 와인 테이스팅이 종종 열린다. 최근 Skurnik Wines and Spirits에서 주최한 테이스팅에선 다양한 일본 사케도 나왔다. 미국인 직원들이 아주 능숙하게 일일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정미를 했는지 등 사케를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사케는 어느 주류 판매점을 가도 셀 수 없을 만큼의 종류에, 알아보기 쉬운 등급제로 가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다.
뉴욕의 한인 캐롤 박씨가 만든 웰빙 캔 막걸리 막규, 미국인 브랜드 힐이 한국에서 배운 양조기술로 브루클린에서 개발한 토끼소주, 맨하튼 주요 한식당에 소개되고 있다.
우리 식당 수길(SOOGIL)을 열기 전에는 더 많고 좋은 한국 술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 일본 술인 사케는 일단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 들어온 한국 술의 종류가 별로 없는데다, 사케를 찾는 손님들의 요구에 들여놓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에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K-POP과 한국 드라마, K-뷰티 등이 뜨면서 한국 음식도 제법 많이 알려졌다.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의 단어를 아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아직은 한국음식과 문화가 대중화에 접어든 단계 정도로 볼 수 있을까. 일본음식과 술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최근 뉴욕에서는 미국인이 만드는 한국의 전통소주 ‘토끼소주(Tokki Soju)나 현지인 입맛에 맞게 개발된 웰빙 막걸리 막규(Makkyu) 등이 선보였다.
최근 한국서도 다양한 전통주 방식의 술들이 선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 더 한국음식, 아니 세계의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는 술이 더 많이 선보였으면 하는 희망이다. 음식과 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궁합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임에는 분명하기에. 한국산이라 더욱 좋고, 한국음식을 먹을 때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갖춰 예의와 법도를 따르며, 근사한 한국의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이곳 뉴욕에서 유행하는 그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연사숙/ 레스토랑 수길's Mom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제대학원 금융공학과 졸업. 한국경제TV에서 9년간 경제-금융전문 기자, SBSCNBC에서 2년간 월스트릿/뉴욕증권거래소 전문 뉴욕특파원으로 일했다. 2009년 뉴욕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다니엘(Daniel) 수셰프 임수길씨와 결혼 후 뉴욕에 정착, 아들 알렉스를 두었다. 2018년 1월 이스트빌리지(동촌)에 남편과 함께 한식과 프렌치 테크닉이 만난 레스토랑 수길(Soogil)을 오픈, 뉴욕 타임스로부터 별 2개를 받았다. https://www.soog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