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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er Show" on Broadway ★★★★

'팝계의 여신' 수퍼스타 셰어의 카멜리온 인생 


'맘마 미아!'보다 감동, '캐롤 킹'의 뷰티풀'보다 흥미진진한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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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l Wicks, Stephanie J. Block and Micaela Diamond in The Cher Show  Photo: Joan Marcus 


마돈나, 신디 로퍼, 비욘세, 제니퍼 로페즈, 레이디 가가... 그들은 셰어(Cher)라는 운동장에서 노는 선수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999년 셰어가 '빌리브(Believe)'로 컴백했을 때 연예계에서는 "핵전쟁이 터지면 지구촌에 살아남을 두개의 종족이 있다. 바퀴벌레와 셰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명은 셰릴린 사키시안(Cherilyn Sarkisian), 가수이자 배우이며 1960년대부터 2019년 오늘까지 변신을 거듭하면서 활동해온 연예계의 아마조네스, 불사조(Phoenix), 팝의 여신(Goddess of Pop)'이 셰어라는 인물이다. 


그녀의 나이 지금 72세. 브로드웨이에 셰어의 일생을 담은 주크 박스 뮤지컬 '더 셰어 쇼(The Cher Show)'가 이제서야 나왔다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런던에서 공연됐지만, 브로드웨이 입성엔 실패한 프레디 머큐리 뮤지컬 'We Will Rock You', 흥행에 지지부진해 폐막한 도나 섬머 뮤지컬 'Summer'와는 달리 '더 셰어 쇼'는 롱런으로 가기에 충분한 엔터테인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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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er Show, Neil Simon Theater


오늘의 젊은 세대에겐 1998년 레이디 가가같은 가창력의 디스코 댄스곡 'Believe'로 부활했던 왕년의 디바, 셰어가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수퍼스타 셰어의 삶은 디지털 시대, 소셜미디어 세대 뮤지컬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셰어의 끝없는 변신은 예술가들의 롤 모델이며, 자유분방한 정신과 생존력은 동성애 그룹의 지지를 받고, 강인함은 여성들에게 파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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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ie J. Block in The Cher Show  Photo: Joan Marcus 


'스타' 셰어 역의 블록이 해군들 앞에서 "내가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If I could turn back time)"을 부르며 시작된다. 

1989년 뮤직비디오가 MTV에서 방영하기에도 외설적이었던 패션으로 누비던 셰어. 블록은 두명의 셰어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1960년대 배우를 꿈꾸던 소녀시절부터 멘토이자 남편이 될 소니 보노와의 만남, '소니 & 셰어' 듀엣으로서의 성공, TV 쇼와 패셔니스타로서의 등극, 그레그 올만과의 재혼, '베이글 보이'와의 연애와 파파라찌, 디스코 댄스곡으로의 복귀...그리고 '빌리브'의 극적인 성공까지 셰어의 일대기를 현란하고, 스펙터클하고, 리드미컬하게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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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rrod Spector and Teal Wicks in The Cher Show  Photo: Joan Marcus 


뮤지컬 '더 셰어 쇼'엔 세명의 셰어가 등장한다. 진짜 주인공인 셰어 스타(Star, 스테파니 J. 블록), '소니와 셰어' 쇼 시절의 레이디(Lady, 틸 윅스),젊은 시절의 셰어 '베이브(Babe, 미카엘라 다이아몬드)가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고, 대역을 하고, 노래를 함께 부른다. 단일 배우가 분장해서 20대부터 70대까지의 셰어를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설정이다. 게다가 셰어의 삶을 반추하는 뮤지컬인 만큼 현재의 셰어가 자신의 젊을 날을 돌이켜보며,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 것으로는 세명의 아바타가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페미니스트적인 자매애(female bond)의 시너지까지 발휘한다.


그중 단연 스타는 목소리, 제스처, 가창력까지 셰어의 복사판같은 스테파니 J. 블록이다. 블록은 자신만만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스타'로 위트있으며 섹시한 패셔니스타 '레이디' 셰어 틸 윅스는 셰어를 신빙성있게 연기한다. 하지만,  베이비 셰어 역의 미카엘라 다이아몬드는 가창력은 뛰어나지만, 셰어보다 뮤지컬 배우 패티 라포네(Patti LuPone)를 닮았다. 코맹맹이 소리 소니 보노 역의 재로드 스펙터는 익살맞은 연기를 보여주며, 셰어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엄마 조지아 홀트와 배우 루실 볼 역을 맡은 에밀리 스키너의 열연도 감칠맛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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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rrod Spector and Micaela Diamond in The Cher Show  Photo: Joan Marcus 


60년대 그룹 '포시즌스'의 이야기를 그린 히트 뮤지컬 '저지 보이스(Jersey Boys)'의 릭 엘리스(Rick Elice)가 쓴 대본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대사도 감칠맛이 난다. 3인의 셰어가 주고 받는 대화는 셰어의 희망과 절망과 현실감각을 드러낸다. 캐롤 킹 전기 뮤지컬 '뷰티풀(Beautiful)'이 노래들은 환상적이지만, 이야기가 느슨한 반면, '셰어 쇼'는 스피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며, 시각적으로 풍요하다. 


뮤지컬 '애브뉴 Q(Avenue Q)'와 '슈렉(Shrek the Musical)'의 연출가 제이슨 무어(Jason Moore)는 TV 버라이어티쇼의 카메라와 스탭을 동원해 흑백 스크린으로 재현하며 '소니 & 셰어 코미디 쇼'의 빈티지 느낌을 살리며, 라스베가스 극장을 방불케하는 호화 무대에 셰어의 콤비 밥 맥키가 의상 디자인을 맡아 호화스러운 패션쇼를 가미해 숨돌릴 틈새가 없는 미장셴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뮤지컬 '뉴시즈(Newsies)' '왕과 나(The King and I)'의 안무가 크리스토퍼 가텔리(Christopher Gattelli)는 뉴올리언스 점쟁이의 이야기를 노래한 "다크 레이디(Dark Lady)"를 잊혀지지 않는댄스의 묘미를 선사한다. 셰어의 두 남편 소니 보노와 그레그 올만의 듀엣에 곡예와 같은 춤을 추는 댄서는 '다크 레이디' 애쉴리 블레어 피츠제럴드(Ashley Blair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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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hley Blair Fitzgerald dancing in The Cher Show  Photo: Joan Marcus 


셰어가 할리우드 배우로 변신, '문스트럭'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을 때까지의 배우 커리어는 소니&셰어의 명곡 "리듬은 계속되고(The Beat Goes On)"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래미상, 에미상, 오스카상까지 석권한 셰어는 사생활 또한 요란했다. 19세에 12세 연상의 소니 보노와의 결혼, 록커 그레그 올만과의 결혼, 톰 크루즈, 발 킬머 등 청년 배우들을 거쳐 퀸즈 베이글 가게 출신 바텐더와의 로맨스까지 셰어는 남성에게 선택당하는 여인이 아니라 남자를 선택하는 페미니스트였다. 남들과 다른 용모로 소외됐던 아웃사이더 셰어에겐 '유명해지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그녀는 오뚜기처럼 좌절에서 일어나고, 카멜리온처럼 변신에 성공한 생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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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er Show finale


뮤지컬 '더 셰어 쇼'는 60여년간 팝계에서, TV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을 누비면서 변신해온 수퍼스타 셰어의 신화는 화려한 다이제스트판으로, 패스트 포워드로 선사한다. 성전환자가 된 셰어의 딸 채스티티(Chaz Bono)의 이야기를 생략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피날레는 뮤지컬 '맘마 미아(Mamma Mia!)'의 댄싱 퀸처럼 셰어의 최대 히트곡 "빌리브(Believe)"가 흐르며 출연진과 관객들이 춤을 추며 하나가 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ABBA의 노래만으로도 즐거웠던 뮤지컬 '맘마 미아!' 이후 오랜만에 엔돌핀을 솟게 하는 뮤지컬이다. 



셰어 (Cher,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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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커리어 60년, 셰어의 대표 앨범들


1946년 캘리포니아 남부 엘센트로에서 태어났다. 킴 카다시안처럼 아버지가 아르메니아계, 엄마에겐 인디언 원주민 피도 섞였다. 부모는 셰어가 10개월 이혼했고, 2류 배우였던 엄마는 재혼을 거듭하며 살면서 수퍼스타가 될 셰어를 사립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검은 머리에 갈색톤의 피부로 아웃사이더였던 셰어는 소외감을 느끼다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본 후 오드리 헵번이 롤 모델이 됐다. 


16살 때 유명해지겠다는 일념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해 LA로 갔다. 할리우드를 기웃거리다가 12세 연상 뮤지션 소니 보노(Sonny Bono)를 만났다. 그와 결혼해 듀엣 소니 & 셰어(Sonny & Cher)로 이름을 바꾼 후 1965년 런던에서 포크 송 "I Got You Babe"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른다.


이어 CBS-TV의 버라이어티 쇼 '소니 & 셰어 코미디 시간(Sonny & Cher Comedy Hour)'를 진행하면서 셰어는 패션 디자이너 밥 맥키(Bob Mackie)의 인디언 추장 옷, 히피, 글램, 디스코 의상을 소화하며 70년대 패션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된다. TV 브라운관 앞에서 셰어는 유머로 소니의 기를 죽였지만, 실생활에선 소니의 가부장적인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이 버는 돈도 소니의 관리 하에 들어갔다. 급기야 소니와 셰어는 갈라선다. 


이후 록밴드 올맨 브라더스의 그레그 올만과 결혼했지만, 아들을 출산한 후 약물 중독에 빠진 올만과도 이혼에 이른다. 1978년 록밴드 '키스(Kiss)'의 리더 진 시몬스와 연애를 시작하며 자신의 법적 이름 'Cherilyn Sarkisian La Piere Bono Allman'을 아예 Cher로 바꾸면서 두 아이의 싱글 맘으로 새로운 챕터에 들어간다. 


*Top 10 Best Cher Songs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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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쥬이슨 감독의 '문 스트럭'에서 셰어와 니콜라스 케이지. 1988 오스카상을 수상한 셰어. 1986년 시상자로 참석한 셰어.


1980년대 셰어는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다. 1983년 메릴 스트립의 레즈비언 룸메이트로 출연한 영화 '실크우드(Silkwood)'로 골든글로브상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2년 후 기형소년의 엄마로 분한 '마스크(Mask)'로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87년엔 니콜라스 케이지와 공연한 '문스트럭(Moonstruck)'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1995년 남자 가수들의 히트곡을 여성의 관점으로 해석해 부른 앨범 "It's a Man's World"을 냈다. 셰어와 이혼 후 팜스프링스의 시장을 거쳐 하원의원 시절이던 1998년 스키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해 출반한 디스코풍의 앨범 '빌리브(Believe)'가 1천만장이 팔리는 히트를 기록하며, 수퍼스타덤에 복귀했다. 영국에서 '빌리브'는 여성 가수 사상 최고의 히트곡으로 기록된다.  


9.11 참사 후 "Song for the Lonely"를 발표한 후 2002년 북미, 뉴질랜드, 호주까지 200회의 투어 'Living Prrof: The Farewell Tour'로 220만명을 동원하며 1억45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며, 여성 뮤지션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2017년엔 라스베가스 몬테카를로 호텔과 2년 계약으로 공연했으며, 뮤지컬 영화 '맘마 미아! 2'에 출연했다. 


2018년엔 문화예술인 최고 영예인 케네디센터 명예상을 수상했다. 정열의 70대를 과시하고 있다. 셰어의 딸 채스티티는 성전환 수술을 했으며, 셰어는 오랫동안 게이들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아왔다.  


The Cher Show

티켓: $59-$269. lottery ($30) https://lottery.broadwaydirect.com/show/cher

Neil Simon Theatre: 250 West 52nd St.

https://thechershowbroad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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