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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 허병렬: 젊어지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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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비결
젊음의 묘약을 마시는 여인들의 욕망, 로버트 제메킥스 감독, 메릴 스트립, 골디 혼, 브루스 윌리스 주연 '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 1992)' 중에서.
신문에 광고가 났다. ‘젊어지는 샘물’행 특별 열차 운행, 7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승차권 1,000장을 예매함. 그 광고가 나간 다음 날의 기사다. “죄송합니다. ‘젊어지는 샘물’행 기획을 철회하겠습니다. 예상외로 승차권 희망자가 온 세계에서 3억이나 몰려들어 승차권을 사지 못한 그분들한테서 원망 듣는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때 화제였다.
아무리 젊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한 시간에 3억의 희망자가 쏟아졌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왜 젊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만약 젊어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젊음이란 그렇게 값진 것일까? 이 신문 기사는 독자들에게 갖가지 상념이 오락가락하게 만들었다. 나 자신은 젊은가? 아니면 젊음이 내게서 떠나고 있는가? 아니면 나는 이미 멀리 떠난 젊음을 그리워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젊음이란 말조차 잊어버린 내 자신이 되었는가? 나는 젊음을 아주 무시하는가?‘젊음’이란 무엇일까? 나이가 어리다, 혈기가 왕성하다, 건장하다 등은 주로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다. 그렇다면 다른 젊음도 있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미래를 생각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스포츠를 즐긴다, 그룹 활동을 좋아한다, 새로운 발명품에 예민하다...등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삶을 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어린 늙은이도 있고, 늙은 어린이도 있겠다.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어린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옛날이나 현재나 동서양의 전래동화는 선행을 장려하고, 악행을 징계하는 내용들이다. 자녀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어떤 교훈을 버무려 주는 어른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그 이야기 중에 ‘젊어지는 샘물’이 있다. 동네 친구가 샘물을 마시고 젊어진 것이 부러워서 욕심쟁이 할아버지가 그 샘물을 욕심껏 마셨더니 어린이가 되어버렸다는 내용이다. 이야기가 슬기롭고 구성이 재미있다.
어른이 되고 싶어하던 소년이 하루 아침에 어른이 되는 이야기, 페니 마샬 감독의 '빅(Big), 1988)'에서 톰 행크스.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는 이런 샘물이 숨어있지 않을까? 그런데 누군가가 소리친다. 바로 그 샘물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둘레를 에워싸고 귀를 기울였다. 그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우리를 놀리느냐?”고 하는 군중의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제각기 젊어지는 샘물을 가지고 있어요.” 군중은 무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며 말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지 않을 뿐이지요.” 군중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볼 뿐이다. 이윽고 군중은 하나 둘씩 그 자리를 떠났다. “젊어지는 샘물을 내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그들은 제각기 그 말을 입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말 그렇다. 결국 젊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 결정한다. 약을 먹거나, 주름 없애는 크림을 발라도 젊음을 간직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찾는 젊음은 바로 내 마음에 있다. 우선 나이 따위는 던져버리고 개의치 않는다. 왜 매사에 나이를 먼저 생각하는가. 옳고 그르고, 좋고 싫고,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따위를 생각할 때 나이는 거추장스럽다. 또 일상생활을 즐기면 거기 젊음이 있다. 특히 고급 비타민은 어린이와 접촉을 많이 하는 일이다.
아, 저기에 젊어지는 샘물의 게시판이 새로 생겼으니 읽어보겠다. 1. 젊어지는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2. 젊어지는 샘물은 무상으로 드린다. 3. 젊어지는 샘물은 친구들을 만든다. 4. 젊어지는 샘물은 마음부자를 만든다. 5. 젊어지는 샘물은 사는 세계를 넓힌다. 6. 젊어지는 샘물은 온 세계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렇다면 이 샘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를 활기 있게,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해서. 특히 제각기 그 보물을 지니고 있다니 행복한 일이 아닌가.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