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 다큐멘터리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의 '깊은 슬픔'
집 떠나기, 집으로 돌아오기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
5월 29일 필름포럼(Film Forum) 개봉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예고편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94)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집 떠나기, 집으로 돌아오기(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出家歸家)'가 암실 속에 15년간 갖혀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영국의 제럴드 폭스(Gerald Fox)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로버트 프랭크 자신이 널리 상영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1년에 3개 영화제에서 상영으로 제한했다. 왜 그랬을까?
로버트 프랭크는 1958년 방방곡곡을 돌며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속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어두운 초상을 담은 사진집 '미국인들(The Americans)'을 출간했다. 하지만, 2004년 80세의 로버트 프랭크 자신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그는 어디까지나 카메라 뒤에 머물러야하는 사진가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아웃사이더였다. 제럴드 폭스의 다큐멘터리는 스포트라이트를 기피하고 싶었던 전설적인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의 초상을 그려낸다. 스틸이 아니라 무빙 이미지로.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by Gerald Fox
홀로코스트의 악몽에서 탈출한 프랭크는 사진작가로서의 명성과 화가 준 리프(June Leaf)와의 행복한 결혼생활 뒤에 묻어두고 싶었던 과거가 있었다. 딸과 아들의 때이른 죽음, 그에게는 평생 트라우마가 된다. 화가 메리 프랭크(Mary Frank)와의 첫 결혼에서 낳은 딸 안드레아(Andrea)는 1974년 스무살 때 과테말라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아들 파블로는 1994년 호지킨스 림프종에 걸린 아들 파블로는 정신병원을 오가다가 눈을 감았다. 두 자녀를 앞서 보낸 사진가의 깊은 슬픔이 묻어난다.
제럴드 폭스 감독은 이 다큐를 제작할 당시의 조사원과 결혼해 3자녀를 두었다. 이것이 로버트 프랭크에게 마음을 열게 하고, 영화 상영권을 풀어주는 훈훈한 인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프랭크의 사진처럼, 과거의 노스탈쟈와 오늘(2004년 현재) 로버트 프랭크의 삶까지 희로애락을 흑백과 컬러로 변주한다.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by Gerald Fox
영화는 2004년 이스트빌리지의 공터에서 시작된다. 건물이 철거되어 폐기물들이 널부러져 있는 공터의 철조망 안으로 프랭크는 카메라맨을 안내한다. 그는 뉴욕은 많이 변하고 있다. 여피들 옆에 살고 싶지 않다. 이사가려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뉴욕 다운타운의 뒷모습이자, 로버트 프랭크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 구실을 한다. 프랭크는 반복되는 촬영에 대해 성질을 부린다. "이것 못하겠어. 나는 배우가 아니야, 이건 헛소리라구... 코니 아일랜드로 가는 편이 낫겠어."
그리고, 연로한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는 50여년만에 코니 아일랜드로 가서 자신이 찍은 사진 속 건물을 알아볼 주민을 찾는다. "사진으로 말해야지 내가 말할 필요가 없다. 머리가 있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있다면, 좋은 사진가가 될 수 있다." 침묵하고 싶었던 로버트 프랭크의 조언이다.
Robert Frank, Parade-Hoboken, New Jersey, 1955
Robert Frank, New Orleans, Canal Street, 1955
스위스에서 나치즘을 피해 뉴욕으로 이주한 사진작가가 상업사진(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의 패션 사진가)을 버리고, 삶의 진실을 담기위해 중고차에 가족과 몸을 싣고 2년간 미국 곳곳을 다니며 포착한 미국인들은 TV가 보여주는 화려한 미국의 모습과 정반대의 황폐하고, 절망스러운 사진들이었다.
Robert Frank, Charleston, South Carolina, 1955
이 사진 작업을 하면서 로버트 프랭크는 인종차별을 생생히 목격했다. 미씨시피 도로에서 흑인을 태워주었다는 이유로 경찰의 심문을 당했다. 그 이유로 더욱 흑인들에 렌즈를 댔다. 그는 "뚱뚱한 백인들에 비교할 때 얼마나 우아한가"라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아메리칸 악몽인 것. 프랭크는 그늘에서 진실을 담아냈다. 그가 촬영한 2만8천여컷 중 흑백인이 격리된 기차, 백인 아기를 안은 흑인 내니, 구겨진 성조기 등 83컷만이 사진집 '미국인들'에 담겼다.
Cocksucker Blues (1972) by Robert Frank
영화는 60년대 비트 세대를 이끈 소설가 잭 케루악(Jack Kerouac), 시인 알렌 긴스버그(Allen Ginsberg), 소설가 윌리엄 보로스(William Burroughs), 사진가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에드워드 스타이첸(Edward Steichen)에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다큐멘터리 '콕석커 블루스(Cocksucker Blues)'를 연출하던 에피소드도 담았다. 리더 믹 재거가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드에 더 잘 나왔다는 이유로 배급을 방해했다. 그리고, 한해에 3군데 이상에서 상영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영화감독으로서 이 치욕을 로버트 프랭크 자신이 20녀년 후 제럴트 폭스의 다큐멘터리에 적용한 것은 삶의 아이러니다. 프랭크에게 그 시대는 '낙관주의'와 '꿈'이 있던 시절...그러나, 지금 꿈은 없다.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by Gerald Fox
화가 부인 준 리프는 "로버트는 젓가락을 쥔 사람같다. 관찰하고, 관찰한 후 젓가락을 쥐고, 혼란 속에서 가장 지속적이면서 핵심이 되는 것을 집어낸다."고 말한다. 이 예술가 부부는 서로에게 자극이 되면서도 때때로 서로에게 비명을 지르며 소통한다.
영화는 시작했던 공터로 돌아간다. 그는 셀폰에 매달려 있는 뉴요커들을 개탄하다가 딜란시 스트릿를 걸으며(Crossing Delancey) 자신이 생존자(survivor)라며 카메라 앞 삶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버스에는 록스타 프린스(Prince, 1958-2016)의 매디슨스퀘어가든 콘서트 광고가 붙어있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다.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by Gerald Fox
다큐멘터리 '집 떠나기, 집으로 돌아오기'는 예술가로서 로버트 프랭크의 떠남과 돌아옴의 부메랑같은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취리히에서 뉴욕으로, 미국의 변방으로, 페루로, 유럽으로 돌다가 다시 뉴욕의 버스 속에서, 그리고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의 또 다른 집으로. 늘 아웃사이더로서의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일까? 카메라를 놓고 카메라 앞에 선 노장의 사진가의 모습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이 다큐는 헬렌 프랑켄탈러 기금과 로이 리히텐스타인 재단 기금의 지원으로 상영된다. 감독과의 대화는 5월 29일, 31일 6월 1일 오후 7시 50분 상영회에 진행된다. 러닝타임 85분.
LEAVING HOME, COMING HOME: A PORTRAIT OF ROBERT FRANK
May 29-June 11, 12:30, 2:20, 4:10, 6:00, 7:50, 9:40
Film Forum: 209 West Houston St.(West of 6th Ave.)
Tickets: $9(회원), $15(일반)
http://filmforum.org/film/leaving-home-coming-home-a-portrait-of-robert-fr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