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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허병렬: 부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은총의 교실 (52) Money, Money, Money
부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Andy Warhol, Dollar Sign, 1981, Synthetic polymer paint and silkscreen ink on canvas, 90 × 70 inches, Gagosian Gallery
‘모던 메추리티’라는 잡지가 다양한 연령층 2,500여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 결과 ‘부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는 응답자가 35%였다고 한다.
‘미국 사람’의 이미지 속에 ‘열심히 일하여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섞여 있었다면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돈이 삶의 내용을 선택할 수 있고, 삶에 자극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을 돕는 금력의 위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돈이 사람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질시키는 속성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35%의 사람들은 부자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들은 돈 보다 가치있는 것들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가치 추구가 인생의 목표라면, ‘돈’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값지게 살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값지게 살 수 있는 방법은 그 돈을 이웃 사랑과 공익에 쓸 때 분이다.
돈이 만능처럼 보이지만 돈의 위력에도 한계가 있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에 따르면 사랑·가족·자존심·자기 완성·건강·마음의 평화 등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옳은 판단이다.
또한, 이 돈은 돌고 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특집에 따르면 세계 부자 판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 ‘90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것으로 나타났던 10명이 2000년 기준으로는 톱 10에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허망한 것을 좇느라고 귀한 삶을 낭비할 것은 아니다.
I Love Money Raccoon Thief Coin Purse
인터넷이 삶의 속도를 고속화 하고 있는 요즈음 ‘느림’의 가치를 논하는 기사가 신선하였다. 세계의 정신적인 지도자라고도 일컫는 달라이 라마가 워싱턴DC에서 많은 관중에게 설득한 것은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취하라는 요지였다. 시류를 거스르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부호가 태평양의 한 섬에서 ‘이 파란 하늘,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 맑은 공기, 싱그러운 과일... 나는 이것들을 위하여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드디어 모든 것을 얻었다’고 말하자, 듣고 있던 원주민이 ‘난 돈이 없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만화를 보았다. 이 예는 어떤 사람에게는 극도의 사치가,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단지 평범한 일상 생활일 수 있다. 행복은 느끼는 사람의 몫이다.
부자 되기를 거부하는 35%에 속한다면 어떤 생활 양상이 전개될까. 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족과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온 가족이 건강한 즐거움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다.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냅색을 짊어진 핫 팬츠의 가족들은 아마도 마음 편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호숫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가족, 캠프촌의 가족, 산길을 오르는 가족, 해변의 가족 등이 건강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는 여름이다.
이 여름을 즐기려면 우선 35%의 그룹에 참가할 일이다. 신청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참가 허가서도 주지 않는다. 다만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고, 행동이 자유롭게 될 때 이미 그 그룹에 속하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