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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허병렬: 뉴욕 시민 된 효녀 심청
은총의 교실 (54) 심청 뉴욕에 오다
뉴욕 시민권자 된 효녀 심청
연극은 재미있고, 어린이 연극은 더욱 재미있다. 이에 따른 교육 효과도 크다. 특히 미국의 한국학교에서는 어린이교육에 많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한국어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대화로 바꿔서 서로 주고 받는다. 다음에는 거기에 알맞은 몸짓을 보탠다. 여기에 손쉬운 도구를 활용하게 되면 이미 극적인 효과가 난다. 이것이 연극의 밑받침이다. 한국에서부터 어린이 연극에 관심이 있어서 수없이 작고 큰 연극을 하였고, 새벗사에서 일년 동안 어린이 연극 극본과 연출 방법을 소개한 일도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한국학교에서 세 차례 극장에서 연극공연을 하였다. 그 때마다 극본과 연출을 맡았고 총지휘를 하였다. 연극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복잡하고 다채롭다. 그러나 이것들을 진행하면서 생각을 골고루 하는 것이 즐겁다. 극본, 연출, 의상, 음악, 안무, 무대 장치, 조명, 음악효과, 소도구, 보험 섭외...등 한없이 이어진다.
이런 것들은 무슨 일을 하던지 따르는 번거러움이다. 모든 것들을 교사,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의논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가. 그러나, 어린이 연극의 극장 공연을 특별한 경우에만 할 일인가? 각 학교에는 교실과 강당이 있지 않은가? 내가 권하는 것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학습이 연극화 되면서 재미있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교사의 지혜로는 쉽게 전개될 수 있는 일이다.
역사 시간에 학생들이 이순신 장군, 유관순 누나도 되어보고, 음악 시간에 한국동요를 부르면 송아지도 되어보면 어떤가. 그렇다고 효(孝) 사상을 위하여 심청을 뉴욕에 데려왔다기보다는, 신데렐라, 피노키오처럼 여기 어린이들의 한국 친구로 그녀를 소개하는 것이다. 심청 연극 끝부분에서 뉴욕시장이 등장하여서 심청에게 뉴욕 시민권을 준다. 그래서 심청은 우리의 이웃이 된 것이다. 때로는 심청을 길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디서나 자주 심청을 만날 수 있기 바란다.
어린이 연극을 하면서 내가 조심하는 일은 그들이 말하는 대사 중에 교훈적인 말이 섞이지 않게 하는 일이다. 연극은 재미있게 보고, 교훈은 주고 받는 대사를 넘어서 각자 느끼게 하고 싶다. 우리가 어린이들과 연극을 하는 것은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 따르는 교훈은, 그 여백에서 어린이들이 제각기 크거나 작거나,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이다.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이야기 중에서 누가 되고 싶어요? 여기에 대한 답도 가지가지다.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재미있지 않은가!
‘나는 놀부가 되고 싶어요.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실컷 노니까요.’
‘나는 제비가 되어서, 착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박씨를 나누어 주고 싶어요.’
‘나는 흥부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나는 흥부네 가족이 되어서 일하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
‘나는 놀부도 되었다가, 흥부도 되었다가...마음대로 이것 저것 되고 싶어요.’
‘나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미고 싶어요.’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