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Power of Love and Music

글루크 작곡 바로크 걸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마크 모리스 연출, 제이미 바튼, 홍혜경, 박혜상 출연


IMG_9314-800.jpg

홍혜경, 제이미 바튼, 박혜상씨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공연 후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인이자 뮤지션인 오르페우스는 '음악의 아버지'로까지 불리운다. 오르페우스는 정령(님프)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아내는 자신에게 추근대는 양치기를 피해 도망치다 뱀에 물려 죽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애도하는 노래를 불렀고, 세상 사람들마저 슬픔에 잠기게 했다. 마침내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오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가는데... 오르페우스의 극진한 사랑 이야기는 미술, 문학, 영화, 발레, 그리고 오페라까지 수많은 예술에 영감을 주었다.



ORF_2356a-L.jpg

Hei-Kyung Hong as Euridice and Jamie Barton as Orfeo in Gluck's "Orfeo ed Euridice." Photo: Ken Howard / Met Opera


독일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1714-1787)의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19-20 시즌에 리바이벌됐다. 글루크는 이전의 아리아 중심 오페라에서 탈피, 간결한 대사, 스토리와 등장인물로 극적인 긴장감을 강화하고, 합창과 무용을 추가하며 오페라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힌 '오페라의 개혁자'였다. 


글루크는 후대 모차르트, 베토벤, 바그너에게 영향을 주게된다. 세계 여행으로 견문을 쌓은 글루크가 아 시인 라니에리 데 칼자비지의 대본에 그리스 신화의 비극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한 점도 획기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오페라 여주인공들이 죽음으로 최후를 맞는가? 글루크는 1762년 에우리디체를 죽음에서 부활시킨다. 



ORF_1621a-L.jpg

Jamie Barton as Orfeo in Gluck's "Orfeo ed Euridice." Photo: Ken Howard / Met Opera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07년 글루크의 걸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초연하기 위해 뉴욕의 안무가 마크 모리스(Mark Morris)를 연출가로 스카웃했다. '현대 무용계의 모차르트'로 불리우는 마크 모리스는 음악성에 유머 감각을 갖춘 귀재이자 스타 안무가다. 여기에 그의 콤비인 패션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 Isaac Mizrahi)를 기용해 죽음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절절한 러브 스토리에 무용과 컬러풀한 팔레트의 패션, 그리고 유머를 향신료로 가미했다.       



ORF_2802a.jpg

Jamie Barton as Orfeo in Gluck's "Orfeo ed Euridice." Photo: Ken Howard / Met Opera


마크 모리스 프로덕션에서 세트 디자이너 알렌 모이어(Allen Moyer)는 3막을 인터미션 없이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무대를 설치했다. 거대한 새장같은 저승세계의 스태디움식 세트에는 메트 합창단 80여명이 클레오파트라에서 징기스칸, 인디언 추장, 조지 워싱턴, 에이브라함 링컨, 헨리 8세, 간디, 지미 헨드릭스, 존 레논, 다이애나 황태자비, 테레사 수녀 등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로 변신해 러브 스토리의 구경꾼들이자 그리스 신화의 코러스 역할을 한다. 


이들의 의상을 아이작 미즈라히가 일일이 디자인해서 정령들, 목동들, 유령들, 분노의 영혼들의 현대 의상과 대조를 이룬다. 이 세트가 180도 돌면 무대는 이승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3막 오페라는 인터미션 없이 90분으로 마무리된다.



ORF_3500a-L.jpg

Jamie Barton as Orfeo in Gluck's "Orfeo ed Euridice." Photo: Ken Howard / Met Opera


이번 시즌에 리바이벌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특히 메트 데뷔 35년째인 베테랑 소프라노 홍혜경(Heyi-Kyung Hong)씨가 에우리디케 역으로, 신인 소프라노 박혜상(Hera Hyesang Park)이 '사랑의 신' 아모레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주인공 오르페오 역은 메조 소프라노 제이미 바톤(Jamie Barton)이 맡았다.


오리지널은 이탈리아어(Orfeo ed Euridice, 오르페오 에드 에우리디체)로 오르페오 역을 카스트라토가 불렀다. 이후 프랑스어(Orphée et Eurydice, 오르페 에 외리디스)로 개작되면서 테너가 불렀고, 오늘날엔 메조 소프라노/알토가 주로 맡는다. 하지만, 2015년 로열오페라에서는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도 오르페 역을 맡았으며,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도 오르페 아리아(*프랑스 버전 J'ai perdu mon Eurydice)를 녹음했다. 메트오페라 리바이벌작은 오리지널 이탈리아어 버전이다. 


중량감있는 보컬의 제이미 바튼은 1막에서 아내의 죽음에 탄식하는 애처로운 아리아(Ah! Se interno a quest’uma funesta)에서 사랑하는 사람아 밤이 밝기 전에 내게로 돌아 오라는 내용의 아리아(Chiamo il mio benco)"로, 제 2막에선 애통함과 분노의 감정을 쌓아가며 믿음직한 남성 오르페오가 되었다. 그리고, 3막의 널리 알려진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Che faro senza Euridice)"으로 청중의 열띤 갈채를 받았다.



ORF_2341a-L.jpg ORF_0508a-L.jpg

Hei-Kyung Hong as Euridice and Hera Hysesang Park as Amore in "Orfeo ed Euridice." Photo: Ken Howard


에우리디체 역의 홍혜경씨는 막이 오른 후 약 1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오르페오와 재회하며 무대에 등장한다. 어두컴컴한 삼림 속에서 남편 오르페오와 함께 부르는 "남편이여, 이리 와요(Vieni, appaga il tuo consorte)"에서 베테랑 소프라노 홍씨는 60세의 나이를 무색케하는 서정적인 보컬로 "Torno o bella, al tuo consorte"를 불렀다. 

 

신인 박혜상씨는 핑크색 폴로셔츠에 날개를 달고, 카키 팬츠와 운동화 차림의 발랄한 큐피트신, 아모레로 천장에서 내려왔다. 박씨는 비통한 오르페오에게 아내를 이승으로 돌려올 수 있는 전제 조건을 알려주는 핑크빛 천사로 음침한 무대에서 돋보였다. 그는 코믹한 제스추어와 함께 아리아 "Gli sguardi trattieni"를 힘찬 보컬로 선사했다.

 


ORF_2577a-666.jpg

Hei-Kyung Hong as Euridice and Jamie Barton as Orfeo in "Orfeo ed Euridice." Photo: Ken Howard 


아모레가 자살을 시도하던 오르페오를 구제하자 에우리디체가 계단으로 다시 등장하는 장면은 리와인드 씬처럼 코믹해 객석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마크 모리스다운 유머로 보인다. 코러스 한명한명에 캐릭터를 살리며, 메트 오페라 합창단에 드라마를 부여했다. 커튼 콜에 코러스 마스터 도날드 팔럼보(Donald Palumbo)씨가 무대 인사를 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메트 코러스에는 소프라노 이승혜(Seunghye Lee), 알토 최미은(Catherine MiEun Choi), 테너 정연목(Christian Jeong), 이주환(Juhwan Lee), 베이스 이요한(Yohan Yi)씨 등 한인들이 활동 중이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댄스 오페라'이기도 하다. 마크 모리스 무용단원 20여명은 초반엔 정령과 목동으로 후반엔 하데스 문을 지키는 분노와 유령으로 분해 춤을 춘다. 2막의 플룻 솔로가 아름다운 '정령들의 춤(Dance of the Blessed Spirits, *결혼장 음악으로 친숙한 곡)'에서 생의 환희를 담은 컬러풀한 "사랑의 찬미(Trionfi Amore)"로 낙관적인 러브 스토리의 막을 내린다.  



IMG_9287-800.jpg

홍혜경, 제이미 바튼, 박혜상씨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공연 후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영국국립오페라(English National Opera)의 음악감독 마크 위글워스(Mark Wigglesworth)의 지휘봉은 목가적인 서곡에서 오르페의 비통한 감정을 실은 톤에 이어 클라이맥스의 속도감있는 연주로 극을 스피디하게 이끌어갔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사랑과 음악의 힘, 그리고 기적에 대한 믿음을 주는 아름다운 아리아와 드라마, 춤과 합창이 어우러진 바로크 걸작이다. 이번 리바이벌은 10월 20일 일요일 낮공연으로 시작, 24일, 29일, 11월 1일, 4일, 7일, 10일 7차례 열린다. 10월 24일과 11월 1일 공연은 라디오 시리어스 XM 채널 75의 메트오페라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방송되며, 1일 공연은 메트오페라 웹사이트에서 라이브스트림된다. https://www.metopera.org/season/2019-20-season/orfeo-ed-euridice



*소프라노 홍혜경(Hey-Kyung Hong)씨 인터뷰

*현대 무용계의 모차르트 마크 모리스(Mark Morris)

*아이작 미즈라히(Issac Mizrahi) 특별전@쥬이시뮤지엄

*메트오페라하우스 그랜드 티어 레스토랑(Grand Tier Restaurant)


?
  • yh77 2019.11.01 16:23
    Sukie씨의 자상한 기사 감사해요!! 보통 오페라가 너무 길고, 자막읽으라 복잡하고 해서 , 억지로 버티다 인터미션에 나온 경험이 있어 오페라를 별로 즐기질 않는데, 이 기사를 보고 Rush TIcket 를 구입했습니다.인터미션이 없이 90분, 그리고 심플한 스토리 라인에 스토리 전개에 집중, 마크 모리스의 안무, 그리고 홍혜경씨와 박혜상씨, 하나 하나의 캐릭터를 살린 코러스, 그리고 무엇보다 오르페오를 연기하는 제이미 바튼이 궁금한네요^^
  • sukie 2019.11.01 20:01
    오르페오 보러가시는군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
    집에서 메트오페라 라디오 중계로 들었는데, 3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연이 중단되었더라구요. 라디오로 다시 들어도 음악이 참 좋네요.
  • yh77 2019.11.03 13:06
    공연자 한분에 문제가 있어 3막 시작하자 중단되었는데, 다행이 3막을 다시 시작하고 잘 마치었습니다.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덕분에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 오페라와 연관시키지는 못했는데 countertenor Andrea Scholl의 " Che faro sendza Euridice" 를 좋아했었는데 이 오페라 나오는 노래더군요.
  • sukie 2019.11.03 20:33
    미스테리가 풀렸네요. 메트오페라에서 대역으로 캐스팅되면, 리허설도 함께 하고 공연날에도 몇마일 이내에 있어야 한다던데요. 갑자기 주역이 공연을 취소해서 대역으로 올랐다가 스타가 되는 경우도 많지요.
    너무나 아름다운 아리아 "Che faro sendza Euridice"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도 불렀는데, 저는 프랑스 카운터테너 Philippe Jaroussky의 "Che faro sendza Euridice"가 제일 좋더라구요. https://youtu.be/Z8dIevs0VlU
    이번 시즌 '라보엠'과 '투란도트'도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