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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허병렬: '도심의 오아시스' 로커펠러 센터
은총의 교실 (59) Arts in the City
'도심의 오아시스' 로커펠러 센터
Jeff Koons, Split-Rocker, 2014
맨하탄 로커펠러센터 일대는 대도시의 쉼터이다. 중앙에 있는 아담한 스케이트장은, 한국에서 넓은 논바닥을 스피드로 달리던 사람들에게는 아기들 놀이터 같지만 그나마 있어서 좋다. 여름이 되면 여기에 큰 파라솔을 펴고 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스케이트장 가장자리에 꽂힌 만국기 또한 이곳의 특징이다. 거기서 5 애비뉴를 향해 뚫린 골목은 계절에 맞는 꽃나무들의 잔치가 열리는 자리이다.
그런데 더 재미난 곳은 로커펠러센터 GE 빌딩(현 컴캐스트 빌딩)과 스케이트장 사이에 있는 공간이다. 크리스마스 계절에 나무를 세우는 곳을 말한다. 여기가 종종 특색있는 야외 조각이 전시되는 장소이다.
예전에 매우 흥미롭게 감상한 조각은 ‘하늘로 가는 걸음’(Walking to the Sky)이었다. 100피트에 달하는 스테인레스 기둥이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꽂혀 있다. 여기에 남녀 일곱 명이 발걸음을 옮겨 하늘로 걸어가고 있다. 직업여성과 회사원 차림의 남성이 가방을 들었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두 팔을 자유로 흔들며 걸어간다. 그 조각을 거리를 두고 옆에서 보면 그들은 서로 똑같은 간격을 유지하며 걸어간다. 그런데 바로 밑에서 보면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간격으로 걷고 있다.
스테인레스 기둥이 꽂힌 기반에는 세 사람의 조각이 위를 쳐다보고 서 있다. 그런데 그 조각 사람들 옆에 섞여서 하늘을 쳐다보는 구경꾼들 때문에 수효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이 거대한 조각은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작품이다.
Jonathan Borofsky, Walking to the Sky, 2004 Photo: Tom Powel/ Public Art Fund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인생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 미래를 향해 힘과 결심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 우리는 더 자유롭게 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이 조각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지혜와 깨어난 지각을 찾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조각을 보면서 ‘하늘’은 모든 사람의 이상(理想)이고, ‘걸음’은 진행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있다. 번잡한 대도시에는 곳곳에 휴식처가 있다. 또 넉넉한 볼거리가 있다. 거리를 산책하다가 빅 애플, 즉 큰 사과들을 여럿 만났다. 사과들의 크기는 동일한데 사과에 입힌 디자인은 다양하다.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인지 거리에 세워놓은 것들도 보았지만, 큰 건물 안에서도 여러 개를 보았다. 컴퓨터에서 찾은 뉴욕시 제공 정보에 따르면, ‘300개의 큰 사과가 뉴욕시를 침략하다’는 제목으로 이것이 하나의 모금 방법임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는 큰 사과 전시의 목적과 전시 후 경매 가격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뉴욕시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예술가들과 지역사회를 한데 묶어서 사회 봉사의 기쁨을 체험케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즐겁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기획인가.
이 밖의 모든 전시회·행사들이 작가와 관람자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있다. 미술관에는 창작교실이 부설되었고 과학관에서는 자유로 실험을 할 수 있고, 인형 연극 극장에서는 인형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동물 애호 단체는 어린이들이 애완동물을 돌보거나 같이 산책하며 운동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생활 환경 전체가 청소년들의 교육 장소인 것이다. 청소년들은 여기 저기서 새로운 체험을 하고, 그들의 창의력을 기르며, 삶을 즐기고 있따. 청소년들이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으니 창의력이 싹틀 수 밖에 없다. 21세기가 창의력 경쟁의 세기라고 한다. 창의력이 나라의 힘이라고 한다. 창의력이 먹고 살 수 있는 생활력을 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창의력은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창의력은 이미 완성된 기성 제품이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서서히 싹트며, 정성과 노력으로 키워야 하는 귀중한 생명이다. 하나의 조각이 인류의 이상을 상징하며, 큰 사과들이 미술가들의 창작 의욕을 불태우면서 도시 재정을 윤택하게 돕는 사회 분위기가 좋아 맑고 푸른 하늘을 본다. 분위기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서로 사랑할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또한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있다. 이것은 어른들의 일이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