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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 록펠러 가문의 팽팽한 줄다리기 

록펠러센터 벽화는 어떻게 철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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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 Rivera(1886-1957), Reproduction of Man, Controller of the Universe, 1934 Palacio de Bellas Artes, INBAL, Mexico City 


지금 록펠러센터 컴캐스트 빌딩(30 Rockefeller Plaza) 메인 로비에 있는 벽화에는 사연이 있다. 1930년대 스페인 화가 호세 마리아 세르트(José Maria Sert)의 '아메리칸 프로그레스(American Progress?)' 전에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멕시코 벽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벽화 '교차로의 남자(Man at the Crossroads)'는 미완성인 채 철거되기에 이른다. 만일 디에고 리베라의 용감무쌍한 벽화가 남아 있었더라면? 자본주의의 상징 록펠러 가문과 멕시코 공산주의자 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철천지 원수가 될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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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é Maria Sert(1874-1945), American Progress, 1937


1928년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의 존 D. 록펠러는 컬럼비아대학교로부터 맨해튼 미드타운 부지를 대여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빌딩을 건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 대공황이 밀어닥쳤고, 메트오페라가 이전할 자금이 없어 포기하게 된다. 이에 계획은 변경됐다. 아예 14개의 상업 빌딩으로 구성된 빌딩군을 아르데코 방식으로 건축하는 것이었다. 1931년부터 8년간 대규모 공사 후 5개의 인터내셔널 양식 건물이 추가됐다. 오늘날 미드타운의 록펠러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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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son Rockeller, 1958(left)/ Frida Kahlo and Diego Rivera, 1932-Carl Van V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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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센터 벽화 위임을 받을 당시 디트로이트뮤지엄에 그리고 있던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Diego Rivera(1886-1957), Detroit Industry Murals, 1933. Detroit Art Institute


1932년 록펠러센터의 센터피스인 RCA 건물(30 Rockefeller Plaza)이 완공된 후 존 D. 록펠러는 1층에 벽화로 장식하기를 원했다. 그의 부인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는 아트 콜렉터이자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창립자로 디에고 리베라의 팬이었다. MoMA에선 1931년 마티스 이후 두번째로 디에고 리베라의 회고전이 열렸다. 피카소가 세번째였다.  


그의 아들로 록펠러센터의 디렉터였던 넬슨 록펠러는 앙리 마티스나 파블로 피카소를 원했지만, 둘다 불가능했다. 당시 마티스는 필라델피아의 반즈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의 위임으로 작업 중이었으며, 피카소는 답장조차 없었다. 이에 애비가 멕시코의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추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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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 Rivera’s early sketch of his mural for Rockefeller Center, 1931. Courtesy Museo Frida Khalo


훗날 뉴욕주지사와 미 부통령 자리까지 올라갈 넬슨 록펠러는 리베라에게 주제를 던져주었다. '새롭고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고도의 비전과 희망을 지닌 교차로의 인간(Man at the Crossroads Looking with Hope and High Vision to the Choosing of a New and Better Future)'이었다. 디에고 리베라의 프레스코 벽화 작업료는 2만1천달러. 


리베라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대조하는 구도의 스케치를 록펠러가에 승인받았다. 63피트 길이에 노동자가 산업, 과학,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교차로에 서 있는 초상을 제안했다. 스케치엔 현대 사회와 과학문화의 측면이 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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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 Rivera(1886-1957), Reproduction of Man, Controller of the Universe(Detail), 1934 


하지만, 완성된 벽화는 유사하면서도 달랐다. 중앙에는 노동자가 기계를 조종하고 있으며, 그 앞에는 원자의 재조합을 묘사하고, 화학과 생물학 생성의 작용에서 세포를 분리하는 원구를 들고 있는 거대한 주먹이 있다. 중앙의 기술자를 중심으로 네개의 프로펠러 모양은 거대한 렌즈에 의해 창조된 빛의 포물선을 묘사하고 왼쪽을 향하며, 오른쪽 끝은 우주로 향하며 양 모서리로 뻗어있다. 디에고 리베라는 이것을 '길쭉한 타원'이라 불렀다. 그 안에 폭발하는 태양과 세포모양 등 우주적, 생물학적 힘이 묘사되어 있다. 이들은 망원경과 현미경에 의해 가능해진 발견을 표현한다. 

 

프로펠러 사이에는 현대생활의 장면들이 그려졌다. 왼편의 부유층 여인들은 카드놀이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반대쪽엔 레닌이 다민족의 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왼쪽 여인들 위에는 병사과 전쟁 기계가 차지하고 있으며, 오른쪽 위엔 러시아 노동자의 날 시위대가 붉은 깃발을 들고 행진 중이다. 


리베라는 전쟁 중 싱업자들이 지켜보는 '방탕한 부자들'과 레닌이 도입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대조하는 사회적 비전을 표현했다. 대형 렌즈 너머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초대형 조각이 있다. 왼쪽은 번개에 의해 멈춰진 천둥을 들고 분노한 주피터가, 머리가 없는 조각은 시저다. 리베라는 자연의 과학적 정복에 의한 미신의 대체와 해방된 노동자들에 의해 전체주의가 전복되는 것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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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프로펠러 사이의 인물이 레닌. Diego Rivera(1886-1957), Reproduction of Man, Controller of the Universe(Detail), 1934 


자본주의의 상징인 록펠러 빌딩에 레닌과 러시아 노동자의 날을 묘사한 것은 록펠러 가문에 대한 모욕이었다. 뉴욕월드-텔레그램(New York World-Telegram) 신문은 리베라의 벽화가 '반 자본주의 선전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넬슨 록펠러는 리베라에게 레닌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리베라는 이를 거부하면서 대신 에이브라함 링컨을 삽입하는 것으로 타협하자고 제안했다. 팽팽한 줄다리기, 얼마 후 리베라는 잔금을 지불받았고, 벽화는 미완성인 채로 천에 가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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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리베라는 사회주의 영웅 레온 트로츠키(안경), 엥겔스(털보 좌)와 마르크스(털보 우)도 그렸다.


벽화가 가려지자 화가 존 슬론,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등은 항의했으며, 개발업자는 벽화를 MoMA로 옮기는 것을 제안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그림은 접근 금지였다. 벽화가 철거될 것을 우려한 리베라는 조수를 보내 몰래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찍어온 사진은 흑백이었다. 


해를 넘겨 1934년 2월 벽화가 철거되기에 이른다. 이에 리베라는 "철거가 노동혁명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벽화 철거 사건은 정치, 미학, 창작의 자유와 자본가의 검열 문제를 야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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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D. 록펠러는 프로펠러 사이 안경 쓴 이로 여인과 술을 마시고 있다. Diego Rivera(1886-1957), Reproduction of Man, Controller of the Universe(Detail), 1934 


리베라는 이후 작은 버전으로 복제해 멕시코시의 미술궁전(Palacio de Bellas Artes in Mexico City)에 그렸고, 제목을 '인간, 우주의 통제자(Man, Controller of the Universe)'로 바꾸었다. 구도는 똑같지만, 친구였던 레온 트로츠키, 칼 마르크스, 프레드리히 엥겔스 등 사회주의 사상가들까지 추가했다.


왼쪽엔 진화론자 찰스 다윈, 넬슨 록펠러의 옆에는 나이트클럽에서 한 여성과 술을 마시는 그의 아버지 존 D. 록펠러의 모습을 그려넣었다. 존 D. 록펠러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의 머리 위에는 매독 박테리아 접시가 있다. 리베라는 그림으로 복수한 셈이다.


대체될 화가로 피카소가 거론됐지만, 피카소는 3만2천달러를 요구하며 스케치를 보여주는 것도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스페인 화가 호셉 마리아 세르트가 2만7천달러에 수락했다. 디에고의 벽화는 1937년 세르트의 '아메리칸 프로그레스'로 대체되기에 이른다. 이 모노크롬 벽화에는 에이브라함 링컨과 마하트마 간디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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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a Americana : Mexican Muralists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99 Gansevoort Street, New York
개관 시간: 일, 월, 수,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금,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화요일 휴관 
입장료: $25(성인) $18(노인/학생) 무료(18세 이하), *맘대로 내세요(금요일 오후 7-10시) http://whitne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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