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헨리 황의 뮤지컬 '소프트 파워(Soft Power)' 드라마데스크상 11개 부문 후보
오프 브로드웨이의 토니상 2020 드라마데스크상(Drama Desk Awards) 후보가 발표됐다. 데이빗 헨리 황이 대본과 작사를 맡고, 제니 테소리가 작곡한 뮤지컬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최우수 뮤지컬 등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올해로 제 65회를 맞는 드라마데스크상 시상식은 5월 31일 온라인으로 열릴 예정이다.
*다음 인터뷰는 2011년 11월 26일자 한국 중앙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보완한 것입니다.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들의 대부
데이빗 헨리 황 David Henry Hwang
Photo: Lia Chang
데이빗 헨리 황(黃哲倫·54). 뉴욕 아시아계 연극인들에겐 유일한 희망이었던 작가가
올 가을 브로드웨이에 컴백했다. 1988년 ‘M. 버터플라이’로 토니상을 거머쥔 최초의 아시안아메리칸 작가. 그는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들의 대부였다.
데이빗 헨리 황은 오프-브로드웨이인 퍼블릭시어터에서 자전적 연극 ‘옐로 페이스’를 올렸고, 뮤지컬
‘아이다’에서 작곡가 엘튼 존과 콤비로 작사를 쓰기도 했다. 또, 독일에서 한인 작곡가 진은숙씨와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가사까지 쓰며 다양한 장르로 저변을 넓혀왔다. 그리곤 고향인 브로드웨이로 돌아온 것이다.
브로드웨이 아시안 연극인들의 등대인 그가 중국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칭글리시(Chinglish)’로 브로드웨이에 도전장을 냈다. 출연진 대부분이 중국계이자 자막까지 등장하는 ‘칭글리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오역 투성이의 중국 간판이 영감
데이빗 헨리 황의 브로드웨이 연극 '칭글리쉬(Chinglish)에서. Photo: Michael McCabe
클리블랜드의 간판 사업가 대니얼(게리 윌미스 분)이 중국의 개발도시 귀양에 간다. 오역 투성이인 간판을 바꾸려고 지역 문화국장을
면담하지만, 통역조차 엉망이다. 미모의 부국장 시얀(제니퍼 림)과 사랑에 빠진 대니얼이 엔론 출신임이 알려지며, 사업엔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칭글리시’는 어떻게 쓰게됐나.
“2005년 우리 연극의 문화자문인 조안나 이와 켄 스미스가 나를 상하이의 최신 문화센터로 데려갔다. 그곳은 오역된 간판만 빼곤 모두 아름다웠다. 그 간판들을 보면서 중국의 언어문제에 부딪히는 한 사업가에 관한 연극이 떠올랐다.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위엄으로 생각하는 중국인 등장인물들이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희곡을 쓰게된 것이다.”
-LA에서 태어나 교육받았다. 중국 표준어 ‘만다린’을 하나.
“내 만다린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대학 때 2년 만다린을 공부했고, 때론 개인교습도 받았다. 그런데도 난 통역자(캔디스 무이 감 청) 없이는 이 희곡을 결코 쓰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발견한 칭글리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나.
“우리 제작팀은 2010년 귀양에 리서치하러 갔다. 지역의 공무원이 우리을 위해 연회를 열어주었는데, 메뉴에 ‘나무개구리의 나팔관 튜브(Wood frog fallopian tube)’라는 것이 있었다. 연출가 리 실버만은 그 음식을 먹지않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버섯요리의 일종이었다.”
-대부분의 아시아계 배우인 연극을 브로드웨이에 올리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난 작가로 활동해오면서 늘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들과 일해왔다. 때로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칭글리시’에서 난점은 만다린에 정통한 배우들을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린 지금 공연에 출연하는 훌륭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좋은 후보자들을 많이 만나봤다.”
-어머니가 한인인 배우 제니퍼 림은 어떻게 발견했나.
“제니퍼는 페이스북의 상호친구인
연출가 메이 아드랄레스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있었다. 제니퍼는 우리가 제 1막을 겨우 끝냈을 때인 첫번째 리딩에
참가했으며, 우린 자막을 흉내내기위해 파워포인트를 테이블에 높고 둘러 앉았다. 제니퍼는 특히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그 역에 맞는 다른 여배우들을 찾기위해 분주히 노력했다. 그리곤 늘 제니퍼에게 항상 돌아왔다. 제니퍼는 우리가 시얀 역에서
원했던 온화함, 성적인 매력과 유머는 물론, 사나움과 강인함도 갖추고 있었다. 명백히 우리는 제대로 선택했다고 느낀다.”
-만다린어에 능통한 스티븐 푸치는 어디서 찾았나.
“캐스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우린 4개 대륙에 걸쳐서 찾다가 런던의 한 오디션에서 스티븐을 발견했다. 그는 훌륭하고, 잘
훈련된 배우이자 중국에서 2년간 살아봐서 만다린어도 상당히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스티븐은 이 연극에서 이 배역을
맡기위해 태어난 것과도 같았다.”
브로드웨이는 흥행이 생사 좌우
오역 투성이의 회담. 연극 '칭글리쉬(Chinglish)에서. Photo: Michael McCabe
“별 네개! 데이빗 헨리 황의 유쾌한 칭글리시, 중국의 호랑이가 포효하고, 미국인 사업가는 휘청거린다. 웃음과 성적인 쾌락의 번역. 기민하고, 시의적이며, 날카로운 코미디. M. 버터플라이 이후 황의 최고작” -시카고 트리뷴-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며, 브로드웨이의 어떤 작품과도 다른 독특한 작품. 칭글리시는 사려깊고, 재밌고, 통렬하면서도 기적적으로 번역에서 의미를 잃지않고 있다” -AP
‘칭글리시’는 올 여름 시카고의 골드만시어터에서 초연되어 완전 매진에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10월 27일 브로드웨이의 롱에이커시어터(1096석)에서 공식 개막됐다.
롱런뮤지컬 ‘라이온킹’이나 ‘위키드’, 토니상을 휩쓸은 뮤지컬 ‘북 오브 몰몬’과 휴 잭맨의 원맨쇼 ‘휴 잭맨: 백 온
브로드웨이’처럼 주당 1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는 않지만, 주당 약 37만불의 흥행성적으로 연극으로서는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왜 시카고에서 초연했나.
“우린 언제나 뉴욕 바깥에서 먼저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대본과 제작을 수정할 두번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시카고를 택한 이유는 내가 한번도 새 연극을 초연한
곳이 없는 매우 중요한 ‘연극도시’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와 뉴욕의 관객 반응은 다른가.
“시카고 관객은 뉴욕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시카고 관객들은 우리의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과 정사를 벌이는데 동의하는 것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
-문화 자문의 역할은.
“조안나 리와 켄 스미스는 동서문화의 놀라운 중매쟁이이자 조력자들이다. 이들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미국과 위대한 중국 간의 문화적
주요인사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귀양에서 오래 살았으며, 이번 제작에서 귀양의 소도구를 가져온다든지 등 미국인이 방문하는 중국
도시를 실제로 방문하는 것같은 느낌을 주도록 다양하게 자문했다.”
-연출자는 중국계가 아니라 미국인 리 실버만인데.
“이 전에 중국인 연출자와 함께 일한 적이 있으며, 또 다시 할 생각이다. 하지만, 리와 나는 전작 ‘옐로 페이스’에서 작업하면서 무척 효율적인 창작의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리는 나의 창의적인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으며, 무척 재능있고,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않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연출자다. 리와 함께 일하면, 제작에서 아무 걱정도 없다.”
-자녀들이 보고 뭐라든가.
“시카고에서도 브로드웨이에서도 둘다 좋아했다.”
-흥행성적과 리뷰, 그리고 관객의 반응은 얼마나 중요한가.
“첫째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는 자기 자신을 위해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때로는 운이 좋아서 타인들이 우리와 동의한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은 흥행성적에 따라 살고 죽는다. 이제까지 우리의 성적은 충분히 좋은 편이며, 매주 수익을 거두고 있다. 계속
흥행이 되기를 희망한다. 흥행성적은 대개 입 소문이나 관객의 평이 바탕이 된다. 처음엔 관객들이 리뷰에 따라 흔들리지만, 몇
주가 지나면 입 소문이 표를 사게 만들며, 공연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시안을 위한, 아시안의 연극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영감을 받은 ‘M. 버터플라이’(1988)는 대 성공을 거두었다. 푸치니에게 빚을 진 셈이 아닌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푸치니가 오페라 원작으로 한 책을 쓴 존 러터 롱이나 피에르 로티에게 빚을 졌다고 말하는 편이 아닐까.”
-5년 후엔 북경 오페라 배우들의 동성애 관계를 그린 영화 ‘패왕별희’가 나왔다. 그것도 ‘M. 버터플라이’의 영향이 아닐까.
“첸 카이거 감독이 ‘패왕별희’를 만들 때 ‘M. 버터플라이’를 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첸 카이거는 87년부터 뉴욕대학교의 교환교수를 지냈고, 1993년 ‘패왕별희’를 연출했다.)
Flower Drum Song
-브로드웨이의 리바이벌 뮤지컬 ‘플라워드럼송’(2002)은 모두 아시아 출연진으로 구성됐다. 그때 각색을 담당했는데, 무엇이 성취됐나.
“비
아시안뿐만 아니라 아시안아메리칸들을 위한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플라워드럼송’이 미 전역에서 공연되어온 것에
감사할 뿐이다. 난 기억에서 잊쳐져가는 아시안아메리칸에 관한 유일한 뮤지컬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M. 버터플라이’에서 ‘플라워드럼송’, 그리고 ‘칭글리시’까지 브로드웨이의 아시안아메리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 브로드웨이급의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재능의 풀은 수준도 높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88년과 지금, 할리우드에서 아시안 남성에 대한 시각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할리우드는 마침내 아시안아메리칸의 민족성이 이야기의 주요 포인트가 아닌, 다시 말해 어쩌다 우리가 아시안이 된 것뿐이라는 가정으로 영화를 만들기를 수락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는 이런 방향으로 큰 도약이다.”
-현재 오프브로드웨이에선 이영진, 줄리아 조, 다이애나 손 등 한국계 희곡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그들의 작품을 어떻게 보나.
“세 명의 작품은 물론 더 젊은 훌륭한 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계(APA, Asian/Asian Pacific American) 희곡작가들의 작품을 즐겼다. 사실 지금은 새 APA 연극계의 놀라운 시기다. 지금 활동 중인 무척 재능있는 작가들이 많다.”
아시안 배우는 많아도, 배역은 소수
Yellow Face
-연극은 물론 뮤지컬, 영화, 오페라 등에서도 활동해왔다. 각각 어떤 즐거움이 있나.
“모든 장르에 장점과 난점이 있다. 나에겐 기본적인 차이점은 항상 최우선으로 창의적인 비전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온다. 연극을 할 때는
내가 보스이며 다른 모든 이들은 내 비전을 서포트한다. 오페라에선 작곡가가 가장 중요하며, 영화에선 감독이다. 따라서 난 내
기술을 그들의 비전을 도우려 노력한다. 모든 형태의 예술양식을 각각 다른 이유로 즐기고 있다.”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 ‘옐로 페이스’에선 코리안아메리칸인 훈 이와 한국계 배우 줄리안 한젤카 김이 주연을 맡았다. 한번은 퍼블릭 시어터 공연에 갔더니 당신이 위스키 한병을 들고 객석에 있더라. 자신의 작품을 객석에서 보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옐로 페이스’는 나에게 훌륭한 경험이었으며, 나 자신을 ‘아시안아메리칸 롤 모델’로 내세우는 것이 정말로 흥미진진했다!”
-‘칭글리시’뿐 아니라 20일 공식 개막되는 새 연극 ‘세미나’엔 한인 배우 헤티엔 박이 있고, 토니상 최우수리바이벌뮤지컬상 수상작인 ‘애니싱 고우즈’에도 레이몬드 리와 앤드류 카오 등 아시안 배우들이 나온다. 이제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 아시아계 배우의 수가 충분한 것일까.
“재능있는 APA 배우들이 무척 많지만, 역할은 충분치않다고 생각한다. 제작자, 연출자와 작가들은 배역의 민족성이 특별히 지정되지 않는 한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를 캐스팅할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계 그렉 박 감독의 단편영화 ‘아시안 프라이드 포르노(Asian Pride Porno)’에서 주연도 했는데, 배우가 된 기분이 어땠나.
“그렉이 시나리오를 보내면서 나 자신을 맡아 연기해보겠냐고 했다. 난 결국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어떤 면에서 ‘아시안 프라이드 포르노’에서 내 경험이 나 자신을 더 조롱하기 위해서 쓴 ‘옐로 페이스’의 영감을 주었다. 난 영화 연기를 즐겼으며, 곧 개봉될 퀜틴 리 감독의 영화 ‘하얀 개구리’에선 목사 역을 맡기도 했다.”
Alice in Wonderland
-바바리안스테이트오페라의 신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선 한인 작곡가 진은숙씨와도 일했는데.
“진은숙씨와 작업하는 것을 상당히 즐겼다. 은숙씨는 독특하고도 타협하지않는 비전을 갖춘 헌신적인 아티스트다.”
-미국 공연 계획은.
“내년 세인트루이스 오페라에서 미국 내 초연될 예정이다.”
-글쓰기의 영감은 어디서 오나.
“글을 쓰는 일은 내가 주제에 대해 아주 깊은 곳에서 진짜로 어떻게 느꼈는가를 탐험할 기회를 준다.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자기 탐험의 여정이다.”
*What Matters Most
“인생은 여정으로, 난 내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풍요하게 만들고 싶으며, 내가 지구 상에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Lia Chang
☞데이빗 헨리 황 David Henry Hwang
1957
년 LA에서 상하이 출신 은행원과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탠포드대학을 거쳐 예일대 연극과에서 수학했다. 1988년 프랑스
외교관과 북경오페라 배우의 사랑을 그린 ‘M. 버터플라이’가 유진오닐시어터에 올려져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을 수상했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중국가족 이야기를 그린 리바이벌 ‘플라워드럼송’을 개작했으며, 2007년 ‘미스
사이공’의 캐스팅을 비꼰 자전적 연극 ‘옐로 페이스’를 퍼블릭시어터에 올렸다. 이외에도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다’와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사가를 썼다. 이외에도 영화, TV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일했다.
올 10월 롱에이커시어터에 개막된
‘칭글리시’에 이어 현재 이소룡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브루스 리: 서부로의 여정(Bruce Lee: Journey to the
West)’을 집필 중이다. ‘M. 버터플라이’에서 대역을 맡았던 배우 캐슬린 레잉과 결혼 두 자녀를 두었다. 이들은 케빈
클라인과 피비 케이츠 부부가 살았던 맨해튼 링컨센터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박숙희 뉴욕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Suki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