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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가기
일상생활이란 특별한 일이 아닌 날마다, 항상, 평소대로 거듭되는 예사로운 생활을 말한다. 이런 일상생활이 때로는 권태로울 수 있다.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도 한다. 아무 일도 없이 습관적으로 거듭되는 일들에 대해 의문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무의미한 생활처럼 생각할 때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평화로운 일상생활의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일상생활이 깨진다고 하자. 세계무역센터 사건같은 일이 돌연 발생하였을 때 일상생활은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인 변화가 서서히 개인의 일상생활에 스며들며 평소의 생활 리듬이 바뀌게 된다. 이것은 마치 이슬비에 옷이 젖듯, 혹은 소나기에 옷이 젖듯 시간과 더불어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온다.
다리를 다쳤을 때 평상시 걷는 거리를 줄이려고 하던 생각을 어리석었다고 깨닫게 된다. 한 손가락을 다쳤을 때 다섯 손가락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자기가 고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음을 감사하게 된다. 일상생활이 깨지면서 무미 건조하다고 생각하던 일상생활의 고마움에 눈을 뜨게 되는 것도 자연 현상인 것 같다.
위정자들은 전대로 일상생활을 계속하라고 말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여행도 하고, 소비생활도 즐기면서 일상에 되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 시민들도 그렇게 하고 싶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 까닭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도 불안한 모습이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불안감을 씻을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어야 하겠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일상생활에 되돌아가는 길은 불안감을 불식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사회적인 여건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일반인은 각자 마음을 다스릴 수밖에 없다.
첫째,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끔찍한 장면이 영상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막고, 앨범 속에 과거를 가두는 것이다. 얼마 전의 일이지만 먼 과거의 일로 처리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둘째, 아늑한 일상생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용하게, 편안하게, 기계적으로 이어지는 일상생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하겠다.
셋째, 가족애를 재인식해야 한다. 가족간에 더 솔직하게 애정을 쌓아가며 일상생활을 즐겨야 할 것이다.
넷째, 어른은 어린이를 보호하는 책임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알려서 신뢰하고 안심하는 가정 분위기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다섯째,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들의 생활이 여러모로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정책에 따른 가정과 사회생활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어려움을 나누어야 하는 입장에서 이에 협력하려면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혜택만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고통도 나누어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