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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의 '광화문 아리랑'으로 광화문 광장 전시
6.25전쟁 70주년 기념 특별전 “전쟁을 딛고, 평화를 잇다”
UN 참전국 어린이 12,000명 그림과 강익중의 협업 공공미술

2020년 6월 15일-6월 30일

강익중 광화문 아리랑 해상도 중간-600.jpg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작가 강익중(1960-)과 6.25 전쟁 UN 참전국의 어린이 1만 2,000명이 협업하여 만든 공공미술 작품인 <광화문 아리랑>이 2020년 6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개된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회가 기획한 특별전 “전쟁을 딛고, 평화를 잇다”의 전시작품이다.

<광화문 아리랑>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UN 참전국 전사자들에 대한 추모, 어린이들의 미래에 대한 꿈, 통일염원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8m인 정육면체 형태이다. 작품은 위아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6.25전쟁 70주년을 상징하는 뜻에서 70초마다 90도씩 회전을 한다.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 형태의 작품은 강익중 작가가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거대한 조각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역사가 과거에서 미래로 서서히 연결되어 흐르는 것을 암시한다.

작품의 외관을 보면, 4면마다 한 가운데에 달항아리 그림이 있고, 항아리 주변은 강익중 작가의 한글작품 <아리랑>이 둘러싸고 있다. 달항아리 표면은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아리랑>은 민요 ‘아리랑’의 가사를 강익중 작가가 직접 써서 만든 한글작품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고 소통하게 해주는 노래다. 이 작품은 ‘아리랑’을 통해 한국과 참전국을 이어주고, 6.25 전쟁중 희생된 UN 참전국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리랑> 작품의 글자와 글자 사이에는 국내외 전사자 175,801명의 이름이 씌어있다. 작가는 희생 전사자들의 이름을 작품에 새겨 넣어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하였다. 

이 작품은 정육면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제작해 붙여서 완성했다. 전통적으로 달항아리를 빚을 때에도 상,하를 따로 제작해 붙여 만든다. 작품의 위와 아래가 만나 하나의 자연스러운 작품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화합과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달항아리 안에 있는 어린이들 그림은 우리나라와 UN 참전국 22개국을 합해 모두 23개국에서 어린이 1만2,000명이 가로, 세로 각각 3인치(7.62cm)의 정사각형 종이에 그린 것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 덕분에 현재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어린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 호국영령에게 쓴 감사의 메시지 등이 그림에 들어있다. 

달항아리 속에서 화음을 이루는 23개국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전세계 어린이들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이할 점은 외국 어린이들의 그림에 태극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강익중 작가는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에 먼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6.25전쟁에 대해 이 아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 전세계와 우리나라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역사는 끊어지지 않고 잊혀지지도 않으며,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다시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평화로운 현재가 있고, 이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과 통일이 이루어지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익중 작가는 <달항아리>와 <사루비아> 등 두 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역사(歷史)’라는 제목의 시(지나갔지만/지나가지 않았다/사라졌지만/사라지지 않았다/지워졌지만/지워지지 않았다/멈춰졌지만/멈춰지지 않았다/끊어졌지만/끊어지지 않았다)를 통해서도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는 주제를 표현했다. 이런 생각이 이 작품에도 담겨있다. 


강익중 광화문아리랑 노을.jpeg

이 작품은 이른바 ‘코로나19 시대’인 2020년 현재를 반영하기도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고통을 함께 느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지만, 물리적 거리(social distance)는 생겼어도 오히려 정서적으로는 사회적 공감 형성(social engagement)이 더 잘 되고 있다. 국경이 의미가 없고, 질병이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며, 어떤 문제든 전세계가 함께 고통을 느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전세계 사람들이 거대한 그물을 함께 만들어 ‘평화’라는 대어를 잡는다는 의미를 이 작품에 담고 싶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처를 겪어 온 나라이기 때문에 평화의 백신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나라이다”라고 말했다. 

평화와 통일은 강익중 작가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작가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그리는 <꿈의 다리>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남북한을 갈라놓은 임진강 위에 원형 미술관 모양의 다리를 만들고, 남과 북 사람들의 꿈과 실향민들의 꿈이 담긴 그림 100만장으로 내부를 꾸미고 남북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로 외벽을 장식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꿈의 다리>가 만들어지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되고, 꿈의 다리를 걸으면서 ‘이 다리를 건너서 북녁땅까지 마음껏 가고 싶다’고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런 염원이 모여 통일이 더 빨리 올것이다”고 말한다.

<광화문 아리랑>에 사용된 가로, 세로 3인치의 직사각형 그림들은 작가가 즐겨하는 ‘3인치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가는 뉴욕에 처음 유학 갔던 1984년에 델리숍에서 하루 12시간씩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미술대학을 다녔다.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어서 가로, 세로 3인치의 정사각형 캔버스를 여러 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오가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것이 지금의 ‘3인치 작품’의 시작이다. 이후 그는 세계 곳곳의 ‘특수한 장소’에서 그 장소의 주제에 맞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해왔다. 

작가는 특히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서로의 다른 점을 듣고 보고 배우기 위해 이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한다고 한다. <광화문 아리랑>은 작가가 서울 광화문에서 하는 두 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2007년에는 서울 광화문 복원현장에 가림막으로  미술작품 <광화문에 뜬 달>을 설치했다. 작가는 “광화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중요한 장소,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열리는 소통의 중심지”라며, 이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로서 광화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강익중의 <광화문 아리랑>은 2020년 6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광화문 광장에 전시된다.
 
강익중은 2016년 런던 템스강 페스티벌에 메인 작가로 초청돼 실향민들의 그림을 모아 만든 설치작품 <집으로 가는 길>을 템스강 위에 한달 동안 띄웠고, 2010년 상해엑스포 한국관, 2003년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의 중심에서 초청 받아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에는 아르코미술관에서 한 <강익중 내가 아는 것>(2017),  2018년 순천만 국가정원 <현충정원>, 경기도미술관 소장품 <5만의 창, 미래의 벽>(2008), 광화문 가림막 설치작품이었던 <광화문에 뜬 달>(2007),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 백남준과의 2인전 <멀티플/다이얼로그∞전>(2009) 등이 유명하다.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대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았고, 2012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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