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in the City
2020.08.11 00:23
좀비 드라마 '킹덤' 코로나 팬데믹의 악몽 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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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은 오늘 코로나 팬데믹의 악몽 같다"
한국산 좀비 드라마 '킹덤'(넷플릭스)과 코로나19
-뉴욕매거진-
"매사에 선을 딱 지켜, 내가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 2019)'에서 박사장(이선균 분)은 이렇게 선을 강조했다. '기생충'은 선과 계단을 메타포로 빈부격차를 보여주였다. 2020년 2월 9일 외국어 영화 사상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의 4개 부문상을 석권한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후 뉴욕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일상생활은 동결됐다. 세계는 코로나19(CIVID-19)이라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사람들은 6피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봉준호와 기생충이 2020년을 예견한 것일까? 지금 세계는 봉준호의 초현실주의적인 두뇌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이라는 '괴물'(The Host, 2006)과 코로나19, 테크 기업(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수천만 실업자들은 마치 '설국열차'(Snowpiercer, 2013)에 실려가고 있는듯 하다.
Kingdom, Netflix
2020년 8월 10일 현재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천22만9천754명, 총사망자수는 73만 7천 635명이다. 미국의 확진자수는 524만4천680명, 사망자 16만6천77명. 뉴욕주는 총 확진자수 45만991명에 사망자는 3만2천847명이다. '세계 문화의 메카' 뉴욕의 브로드웨이, 메트뮤지엄, MoMA, 링컨센터, 카네기홀 등 문화단체의 공연과 전시는 취소됐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동네의 단골 식당까지 영업이 중단된지 벌써 5개월째다. 호텔이 홈리스 셸터가 됐고, 마스크를 쓴 뉴요커들이 공포와 불안, 의심의 눈을 감추기는 쉽지 않다. 갈팡질팡하는 지도자를 둔 거대한 미국은 지금 휘청거리고 있다.
뉴욕은 지금 유령도시처럼 보인다. 뉴욕을 사수하고 있는 우리는 5개월째 집콕하면서 점점 좀비가 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코로나19의 창궐로 3월 중순 이후 영화관은 굳게 닫혀있고, '넷플릭스'(Netflix)나 '크라이테리온'(Criterion Collection)같은 손바닥, 컴퓨터 영화관(거실 영화관 캐스트)이라는 디지털 일상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최근 크라이테리온(Criterion Collection)으로 본 '베니스에서 죽다'(Death in Venice, 1972)에서의 공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실감있게 느껴졌다.
Kingdom, Netflix
2019년 초 소셜 미디어에서 조선 모자 '갓' 붐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킹덤(Kingdom)' 또한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다시 주목을 끌고 있는 한국영화다. 지난해 1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김은희 각본, 김성훈/박인제 연출)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죽었던 왕이 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세자 이창(주지훈 역)과 의녀 서비(배두나)가 좀비 역병을 해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좀비 미스테리 스릴러다.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의 영화 비평가 맷 졸러 자이츠(Matt Zoller Seitz)는 '킹덤은 지금의 악몽처럼 느껴진다(Kingdom Feels Like a Nightmare of Now)'는 제목의 리뷰에서 코로나 시대와 '킹덤'의 연관성을 지목했다. 자이츠의 리뷰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킹덤'은 미래를 예견한 작품" -뉴욕 매거진-
Kingdom, Netflix
자이츠는 "아주 새롭기 때문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전염병에 감염된 나라, 정치적인 혼란에 휩싸여 있는 나라를 상상해보라. 그 통치자는 치매 걸린 노인이며, 그의 부하들은 자신들의 아젠다를 위해 지도자의 쇠락을 위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서로 등지며 살고 있고, 의학 전문가들은 그 전염병을 연구하려고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최신의 결과물은 정부의 모든 계층에 보고해야 한다. 그들은 무관심, 어리석음, 적나라한 이기심과 상류층에 대한 갈망에 맞춘다.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체는 증가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묵시록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Kingdom, Netflix
그는 이것이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한국산 좀비 드라마 시리즈 '킹덤'의 세계라고 밝힌다. 독자들은 이것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미국으로 착각했을 터이다. 2017년 촬영이 시작되어 지난해 1월 넷플릭스로 데뷔한 12부작 2시즌의 '킹덤'을 보는 것은 으시시한 경험이었다고 자이츠는 고백한다. "'킹덤'은 미래를 예견한 작품같다"고 강조했다. '킹덤'은 템포가 빠른 시대극이자 호러 서사극으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대책에 실패한 (특히 미국)을 경멸스런 아이러니와 잔혹한 유머로 반영하는듯 하며, 5분 전 읽은 기사 제목처럼 보인다고 썼다.
Kingdom, Netflix
'킹덤'은 한밤중 왕궁(강녕전)에서 시작된다. 어의(이승희)와 제자(단이)가 비밀리에 왕의 침실을 방문, 어의는 제자에게 왕의 침소를 절대 엿보아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어의가 침을 정리하고, 제자가 탕약을 바치려할 때 장막이 쳐진 침소에서 짐승의 울부짖음 소리가 들린다. 제자는 침소를 엿보고, 누군가에 끌려가 공격을 당한다. 궁궐 내부에서는 왕의 상태를 비밀로 유지해왔으며, 왕의 바램에 따라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해왔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배신에서 주요 촛점은 왕의 후계자인 세자 이창(주지훈 분)과 왕의 아이를 임신한 계비 조씨(김혜준 분)이다. 만일 세자가 망가지거나 옥에 가두어지면, 계비의 아기는 왕위에 오르게 되며, 영의정(류승룡 분)은 아기를 대신해 권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왕세자와 경호원 무영(김상호 분)은 전국에 퍼지고 있는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길을 떠나며, 의녀 서비(배두나 분)를 만나 이 역병이 좀비(*zombie, 기괴한 몰골로 변한 뒤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한다)임을 알게 된다.
자이츠는 "드라마 '킹덤'은 정치인들의 이기심과 뻔뻔함이 없었더라면 봉쇄될 수 있었던 유행병(팬데믹)에 관한 이야기. 진짜 악당들은 국민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한 당국의 인물들"이라고 지목했다.
'Night of the Living Dead'(1968) by George Romero/ The Dead Don't Die'(2019) by Jim Jarmusch
그는 할리우드의 좀비 영화를 예로 들었다. 조지 로메로(George Romero) 감독의 'Night of the Living Dead'(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1968)은 베트남전, 미국내 시위와 인종문제를 담았으며,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 1978)'은 버려진 쇼핑몰을 배경으로 'Me 세대'의 이기심과 소비주의를 풍자했다.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이 리메이크한 '시체들의 새벽'92004)는 9/11, 이라크전, 외국인 혐오가 나온다.
한편,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코믹 좀비 영화 'The Dead Don't Die'(2019)에는 트럼프 시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 슬로건) 모자를 쓴 우익이 이웃들에 의해 둘러싸인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 처음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흑인이다.
Kingdom, Netflix
자이츠는 "'킹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시무시한 예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좀비 이야기처럼 질병으로 붕괴된 사회의 도덕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문명 전체, 또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들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표준적인 악귀 영화의 요소는 정치적 풍자와 인간혐오적인 유머에 의해 짜여지며, 우리는 전염병 이야기가 관리들의 부패, 무능함과 과학에 경청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의해 악화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자이츠는 "칼과 말, 그리고 갓(stovepipe hats)이라는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킹덤'은 현재의 악몽처럼 느껴진다. 혹은 '킹덤'의 미국 데뷔 단 1년 후에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예고처럼 느껴진다. 그건 마치 조지 로메로 감독이 1950년대 후반에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해 아시아에서 끝나지 않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고립적이며, 반동적이며, 폭력으로 점철된 사회에 관한 좀비 영화로 데뷔한 것만 같다"고 평했다.
"'킹덤'은 전염병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김은희 작가-
Kingdom, Netflix
한편, 올 4월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지는 '킹덤'의 김은희 작가, '킹덤 2'의 연출가 박인제 PD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이 현 상황과 비교되는 것은 좋든 나쁘든 간에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킹덤' 시리즈는 창작자의 와일드한 상상력의 결과이지만, 전염병이 이 시리즈처럼 통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킹덤'은 전염병 자체보다도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촛점을 맞추려 했다. 어떤 이들은 전염병과 싸우고, 어떤 이들은 포기하고, 어떤 이들은 권력을 얻으려고 전염병을 이용한다. 시청자들이 등장인물들에 더 집중을 한다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ngdom, Netflix
사실 김 작가는 "'킹덤'의 대본을 집필하는 동안 사무실 화이트 보드에 '정치란 무엇인가?'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 질문에 대해 작가가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위기가 닥쳐왔을 때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지도자는 누구인가?'였다" 면서 "개인적으로 한국정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인들이 훌륭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킹덤'과 현재의 정치상황의 연관성을 짓는가에 대해서 박인제 PD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킹덤'과 현실세계 일들의 유사성에 대한 댓글들을 봤다. 예를 들어 왕세자와 일행들이 좀비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라거나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연관해 장씨의 리더십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