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9)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2)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523) 한류 33 코드 #23 '놀이의 왕국' 코리아
수다만리 (52) 호모 루덴스 코리안 Homo Ludens Korean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23 스튜어트 컬린: '놀이의 왕국' 코리아
2021년 9월 17일 넷플릭스에 데뷔한 한국산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은 초등학교 때 어린이들이 즐기던 오징어 놀이에서 착안한 서바이벌 게임 이야기를 그렸다. 오징어 놀이는 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을 붙이면 오징어처럼 생겨서 지어진 이름이다. 황동혁 각본, 연출에 이정재가 주연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세계 82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유쾌한 어린 시절의 게임을 어둡게 비틀어 대중문화의 감성을 자극했다", 월스트릿저널은 "누구도 원치않는 디스토피아적인 히트작"이라고 평했다. '오징어 게임'은 K-시네마와 K-게임이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이기도 하다. <Update 2021. 10. 4>
Stewart Culin, Korean Games : With Notes on the Corresponding Games of China and Japan
어떻게 한국은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선진국이 되었을까?
미국의 큐레이터이자 민족학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1958-1929)은 일찌기 한국이 놀이/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컬린은 1895년에 출간한 '한국의 놀이(Korean Games): 중국, 일본 놀이와의 비교'에서 "윷이 세계 수많은 놀이의 원형"이라고 주장했다. 컬린은 이와 함께 한국의 놀이 95가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네덜란드 문화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 )는 명저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 Homo Ludens, 1938)'에서 놀이(game)가 인류 문화를 탄생시킨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풍성한 놀이문화를 즐겨온 한민족이 오늘날 게임 한류뿐만 아니라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문화 한류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는듯 하다.
노랫가락 차차차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며는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시구절시구 차차차(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
황정자 노래/ 김영일 작사/ 김성근 작곡, 1954
'게임 한류'...한류 콘텐츠 수출 1위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수출규모(한국콘텐츠진흥원)/ 넥슨 제작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2003)
한류(K-Wave)하면 K-Pop, K-Drama, K-Film, K-Food, 그리고 최근엔 K-Beauty가 떠오른다. 하지만, 사실상 한류 수출의 1등 공신은 '게임 산업'이다. 'Made in Korea' 온라인, 비디오, 모바일 게임 산업은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수출액의 약 70%를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rea Creative Content Agency)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2018년 대비 6.4% 성장한 48억1천만 달러였다. 분야별로는 K-Game이 33억3천33만 달러(69.2%)로 K-Pop(5.4%)과 K-Movie(0.6%)를 훨씬 앞질렀다. 온라인 게임은 한류 수출의 넘버1 콘텐츠다.
1980년대 초 동네와 대학가 전자 오락실에서 갤러거(Galaga)와 제비우스(Xevious) 등 일본산 슈팅게임으로 시작한 컴퓨터 게임. 1987년엔 최초의 국산 컴퓨터 게임 '신검의 전설'이 나왔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 통신망과 PC방으로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며 한국은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2006년 한국에서 발행된 온라인 게임 우표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된 '키트 머드(KIT MUD)'로 시작,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빅3'가 온라인게임 한류를 이끌어 왔다. '단군의 땅' '쥬라기 공원', 고구려 건국 설화를 바탕으로 한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비롯,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리니지(Lineage)' '포트리스' '크로스파이어' '미르의 전설' '라그나로크' '오디션'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서머너즈워(Summoner's War)' 등이 블록버스터 게임이 됐다.
스튜어트 컬린의 '한국의 놀이'(Korean Games, 1895)
"한국의 놀이 윷(Nyout)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스튜어트 컬린, 한국의 놀이, p75(1895)-
Stewart Culin/ Pouch for Incense, Estate of Stewart Culin/ Brooklyn Museum
어떻게 브루클린뮤지엄은 일찌기 한국미술에 눈을 떴을까? 이 뮤지엄의 민족학 큐레이터(1903-1929)였던 스튜어트 컬린에 의해서다. 컬린 큐레이터는 1913년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인도로 가서 미술품을 수집해갔다.
원래 스튜어트 컬린의 주된 관심은 놀이(game)였다. 1895년 필라델피아의 펜실베니아대 고고학박물관(Museum of Archaeology and Paleontology, University of Pennsylvania) 관장 시절에는 한국의 놀이와 동아시아 놀이를 비교연구한 책 '한국의 놀이: 중국, 일본 놀이와의 비교(Korean Games : With Notes on the Corresponding Games of China and Japan)'를 출간했다. 1895년 조선은 청일전쟁, 명성황후의 피살(을미사변), 그리고 단발령으로 혼란했던 시기다. 이 와중에 필라델피아의 스튜어트 컬린 관장은 한국의 게임을 집대성한 것이다.
시카고만국박람회(1893) 포스터/ 조선 전시실(오른쪽)
1893년 시카고에서 크리스토퍼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열린 만국 컬럼비아 박람회(World's Columbian Exposition, 1893. 5. 1-10. 30)가 열렸다. 1882년 미국과 수교를 맺은 한국은 중국, 일본 등 47개국과 함께 초대됐다. 한국의 첫 월드 엑스포엔 정경원 참의내무부사와 10인조 국악단이 '조선(한글), Korea(영어)'라는 국호와 태극기를 갖고 참가했다. 시카고 박람회는 조선의 문화와 예술을 세계에 소개한 첫 공식 무대였다.
한옥을 본딴 조선 전시관에는 가마, 병풍, 도자기, 관복, 삼회장 저고리, 도포, 망건, 갓, 버선, 부채, 짚신, 투구 덮개, 화승포, 악기(거문고, 양금, 해금, 피리, 대금, 장구, 당비파, 용고, 생황 등), 그리고 장기판과 연 등 놀이기구도 전시됐다. 옷감, 문발, 자리, 자개장과 자수 병풍 5종은 박람회 메달을 수상했다. 전시품의 대부분은 시카고의 필드 뮤지엄(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악기 10점은 피바디 에섹스박물관(Peabody Essex Museum)에 기증됐다.
Chun-gŭn Kim(Gisan), Korean Games, water color, 1886
시카고 박람회에 참가했던 스튜어트 컬린 관장은 게임 전문가였던 만큼 조선 전시실에서 장기판과 연 등 한국의 놀이 컬렉션에 주목했다. 그는 박람회에서 통역을 담당했고, 훗날 워싱턴 DC 주미 부대사가 될 박영규(Pak Young Kiu)씨와 미국에 거주하는 동아시아계 참가자들을 취재한 후 '한국의 놀이'를 제목으로 한 책을 집필했다. 1895년 펜대고고학박물관에서 550부 한정판으로 발행된 '한국의 놀이'엔 태극기가 전면에 실렸고, 한자로 '사해일가(四海一家, 세계는 한가족)'이라고 쓰여있다.
컬린은 '한국의 놀이'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3국의 놀이를 비교하면서 무려 95가지에 달하는 한국의 전래놀이를 기산(箕山)의 풍속도 22점과 함께 설명했다. 삽화는 1882년(고종 19년) 미국 전권대사 자격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로버트 슈펠트(Robert Wilson Shufeldt) 해군제독의 딸 메리 슈펠트(Mary Acromfie Shufeldt)가 도와주었다. 메리 슈펠트는 1886년 부산 초량동에 살던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에게 의뢰해 수채화로 그린 것이다. 이 그림들은 펜실베니아대 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Stewart Culin, Korean Games : With Notes on the Corresponding Games of China and Japan/ Chun-gŭn Kim(Gisan), Korean Games, water color, 1886. 윷놀이 판과 윷놀이하는 사람들 삽화
'한국의 놀이'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가 "한국의 게임 윷(Nyout)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게임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The Korean game Nyout may be regarded as the antetype of a large number of games which exist throughout the world." -Stewart Culin, Korean Games, p75, 1895)라고 주장한 점이다. 2003년 열화당에서 윤광봉 번역으로 출간된 '한국의 놀이: 유사한 중국 · 일본의 놀이와 비교하여'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한국의 놀이: 유사한 중국 · 일본의 놀이와 비교하여'
"힌두 게임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이 십자형이 있는 윷판의 확장된 형태임을, 그리고 여기서 발전된 놀이가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무사시(八道行成)임을 놀이의 방식이나 판의 형상 등을 들어 밝히고 있다. 또한, 스튜어트 컬린은 펜실베이니아 대학 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된 윷판(p.138)의 형상이 중국의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전투에서 스물여덟 명의 기마병들이 항우를 보호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그 윷판의 각 지점에 씌어진 한자(漢字)가 당시의 고사를 전해 주는 송시(訟詩)를 이루고 있음을 설명함으로써 ‘윷놀이’의 기원이 3세기경으로 거슬러올라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19세기말 정월이면 시장에서 팔리던 『척성법(擲成法)』이라는 책의 「척사점(擲柶占)」이라고 명기된 장(章)에 윷을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조합된 예순네 개의 점괘가 있다는 사실과, 중국의 고전인 『역경(易經)』의 육십사괘(六十四卦)를 구성하는 끊어지지 않은 효(爻)와 끊어진 효들이 각각 윷의 양면을 나타내고, 이 육효의 조합이 여섯 개의 윷가락을 사용한 증거임을 언급함으로써 윷놀이가 고대 점술에서 기원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Chun-gŭn Kim(Gisan), Korean Games, water color, 1886
"한국의 놀이는 고대의 우주원리와 점술성이 심오하게 농축된 고상한 놀이"
-스튜어트 컬린-
스튜어트 컬린은 일찌기 한국을 게임의 종주국으로 간파한 것이다. 그는 한국의 놀이를 "고대의 우주원리와 점술성이 심오하게 농축된 고상한 놀이"로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놀이'에는 탈등(장난감과 등), 눈미륵(눈사람), 각시놀음(인형놀이), 그림자놀이, 연, 연얼리기(연싸움), 얼렁질, 소꿉장난, 광대, 도르라기(팔랑개비), 스라미(붕붕), 죽방울, 팽이, 매암돌기, 딱총, 나귀, 무등, 실뜨기, 거미줄채, 유객주(留客珠), 말농질하기(죽마놀이), 양반놀음(말타기), 헹가래질치기, 양금질(깨금발놀이), 뜀뛰기(줄넘기), 널뛰기, 추천(그네), 줄다리기, 씨름, 택견, 제기차기, 물택견(물장치기놀이), 성싸움(둑싸움), 주먹치기, 수벽치기, 몇개, 송장찾기, 반지찾기놀이, 묻고 찾기, 능견난사(能見難思), 숨바꼭질, 술래잡기, 순라밥, 다리세기놀이, 까막잡기(판수놀이), 꼬도롱깽, 오랑캐꽃치기(풀싸움놀이), 풀치기, 엿치기, 앵두치기, 능금치기, 감치기, 살구치기, 차모이치기, 조개싸움, 공치기(장/杖치기), 탱자던지기, 공기놀이, 쇠치기, 돈치기, 팔매치기, 편싸움, 활쏘기놀이, 짝박기(신발쏘기), 방통이(투호놀이), 윷놀이, 종경도, 주사위, 쌍률, 장기, 바둑, 우물고누, 네밭고누, 오밭고누, 육밭고누, 곤질고누, 골패, 호패, 짝맞추기, 꼬리붙이기, 골예세, 용패, 거북패, 신수점, 오관, 투전, 엿방망이, 동당, 산통, 수수께끼, 자(字)맞힘, 골모덤하기, 초중종(初中終)놀이까지 95가지의 놀이가 기산의 삽화와 함께 설명되어 있다.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1938)
"놀이(game)는 인류 문화를 탄생시킨 조건"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1938)
놀이, 축제, 의례 연구에 주력했던 네덜란드 출신 문화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 )는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1938)'에서 "놀이(game)가 인류 문화를 탄생시킨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놀이는 인간의 언어, 법률, 전쟁, 철학, 예술 등에 앞선 인간의 행위라는 것이다. 즉, 놀이는 문화보다 더 오래된 인간의 활동으로 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아니,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징아는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공동생활 자체가 놀이 형식을 갖고 있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삶의 통과의례인 제의에는 음악, 춤, 놀이가 수반됐다. 인간이 몸과 영혼은 동원해 표현하려는 욕구로부터 발생한 놀이는 창조의 원동력이다.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활동,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인 놀이가 법률, 문학, 예술, 종교, 철학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현대에 이르러 일과 놀이가 분리되어 '단순한 놀기 위한 놀이'가 퇴폐적인 것으로 변질되었다며, 고대의 신성하고 삶이 충만한 '놀이 정신'의 회복을 촉구하면서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랴말로 인류 문명을 빛나게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는 문화적 기능을 담당한다. 놀이에는 음악과 무용이 수반되며 연극으로 진화한다. 놀이는 또한 의례적이며, 축제, 종교의식과 연관된다. 놀이에는 규칙이 있으며, 경쟁심을 유발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동네의 놀이에서 각종 스포츠, 그리고 '제퍼디'(Jeopardy), '서바이버'(Survivor),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등 미국의 TV 게임쇼, 퀴즈쇼, 리얼리티쇼도 놀이가 그 원형이다. 놀이는 말싸움과 소송 분쟁으로 진화하며, 놀이는 또한 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1년 24절기 한국의 세시풍속(歲時風俗)
'목민심서' 영문판(2010)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목민심서'(牧民心書, Admonitions on Governing the People: Manual for All Administrators, 1821)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을 언급하며, 농업관을 펼쳤다. 신석기 시대부터 농경 중심사회였던 우리 민족은 날씨에 의존했기 때문에 비와 가뭄을 주관하는 하늘에 의존했다.
그래서 1년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24절기로 나누어 풍년을 기원하고, 추수를 감사하는 의례와 놀이인 세시풍속이 다양했다. 절기 하나하나 고유한 세시풍속은 농경의 일상에서 벗어나 신명나게 노는 생활의 액센트이며, 자연을 숭배하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축제이기도 했다.
3세기에 중국의 역사가 진수가 집필한 '삼국지' 중 '위서 동이전'에 나오는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은 한민족 세시풍속의 원류다. 세시풍속은 계절별로 농사와 긴밀하게 짜여졌으며, 각종 제의와 놀이, 그리고 음식이 곁들여졌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씨름(단원 풍속도첩), 18세기 후반, 보물 52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농한기인 정월에는 세시놀이가 풍성했다. 설날의 놀이는 섣달 그믐부터 시작된다. 연날리기로 시작 설날 아침에는 떡국을 먹고, 윷놀이, 널뛰기, 승경도(陞卿圖) 놀이, 돈치기 놀이를 즐겼다. 대보름엔 지신밟기, 줄다리기, 다리밟기, 볏가릿대 세우기, 보리타작, 고싸움, 나무쇠싸움, 동채싸움(*안동 차전놀이), 석전, 망우리 돌리기, 횃불싸움, 놋다리밟기, 기와밟기, 탈놀이, 석전(石戰, 돌팔매 싸움), 쥐불놀이가 벌어졌다. 함경도 북청에선 사자춤, 경상도에서는 들놀음(부산진, 동래, 수영), 오광대 놀이(통영, 고성) 가 유명하다.
꽃 피는 봄이 오고,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3월 삼짇날엔 산과 들로 나가 화류놀이(꽃놀이, 꽃다림)를 하면서 버들피리, 풀각시 만들기를 하고, 진달래 화전을 먹었다. 삼짇날엔 방울모양 산떡, 고리떡, 쑥떡을 만들어 먹고, 두견주, 벽향주, 계당주, 서향로 등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의 술을 빚었다.
신윤복(申潤福, 1758-1814), 단오풍정(端午風情, 혜원전신첩), 19세기 초반, 국보 135호, 간송미술관 소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엔 연등행사, 탑돌이가 열렸으며, 그림자놀이, 만석중놀이, 물장구놀이, 밤에는 줄불놀이가 펼쳐졌다.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인 5월 단오(수릿날)에는 풍작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단오날엔 아낙네들이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비녀를 만들어 악귀를 쫓았다. 마을 청년들은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모아 그네를 만들었고, 남녀노소 차려입고 그네를 뛰었다. 장정들은 마당에서 씨름판을 벌였다. 지역마다 장터에선 봉산탈춤,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등 탈춤과 가면극이 공연됐다. 강릉 단오제는 한국 무형문화재 제 13호, 2005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됐다.
6월 보름 유두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하며 액을 막고, 정화하는 풍속이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복날에는 약수터나 폭포 아래서 물맞이와 냇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놀이를 하고, 음식을 차려놓고 복놀이를 즐겼다. 제주도에서는 보름인 백중에 하는 물맞이는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믿어지며, 그 물을 약수로도 마신다.
7월 칠석 날 밤엔 바느질감과 과일을 마당에 차려놓고 별을 보며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기를 비는 '걸교(乞巧)제'를 지냈다. 7월 보름 백중은 세벌 김매기가 끝나 한가로운 때다. 백중은 '머슴의 날'로 머슴에게 새옷을 장만해주고, 일 잘한 머슴에게는 상도 주었다. 장정들은 씨름판을 벌이고, 휴가를 받은 머슴은 소나 가마를 타고 하루를 흥겹게 보냈다. 두레 일꾼들은 노동의 피로를 풀어내는 놀이 두레먹기(호미걸이, 술멕이, 풋굿, 질먹기)를 즐겼다고 한다.
'5월 농부, 8월 신선'. 5월은 농사에서 가장 바쁜 철, 8월은 신선처럼 한가롭게 지낼 수 있는 시기다. 8월 보름 한가위, 추석은 수확기이므로 햇곡으로 빚은 송편을 먹고, 차례를 지내며, 송이버섯을 이용한 요리도 즐겼다. 놀이로는 풍요를 상징하는 달밤 아래 강강술래(월월이청청, 놋다리밟기)를 비롯, 쾌지나칭칭, 줄다리기, 지신밟기, 가마싸움, 동채싸움, 길쌈놀이, 소놀이, 탈놀이, 씨름, 소싸움 등이 펼쳐졌다. 중부 지역에선 농경의 주체 소를 가장한 소놀이와 십장생에 등장하는 영물 거북이를 가장한 놀이가 벌어졌다. 강남에서 온 제비가 돌아가는 9월 중구(중양절)에는 수확놀이로 바쁜 일손을 잠시 놓고, 국화주와 국화전을 만들어 먹고, 운치있게 단풍을 감상했다.
추수를 감사하는 10월은 으뜸의 달, 상달(上月)이다. 고대 제천의례는 모두 10월에 행해졌다고 한다. 상달엔 길일을 잡아 고사를 지냈다. 호남지방에선 성주굿, 서울과 경기도에선 도당굿, 제주도에선 만곡대제가 열렸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엔 팥죽을 쑤어 액을 막는 고사를 지냈다.
Elizabeth Keith(1887-1956), Korean Kite, 1922
그해의 마지막날, 섣달 그믐날, 궁중에서는 악귀를 쫓는 제의 '나례'를 행했으며, 대포(연종포)를 쏘기도 했다. 한편, 백성들은 대불놓기를 하며 잡귀를 쫓았다. 자정이 넘어서면 대나무로 만든 여성 복조리 장수가 다녔다. 복조리 안에 돈, 음식, 성냥 혹은 긴 실을 넣고 를 방이나 부엌 귀퉁이에 걸어놓으면, 복이 온다고 믿었다. 가족과 친척이 모여 윷놀이를 하고, 윷점을 쳤으며, 연날리기를 즐겼다.
현대의 한국 풍속놀이
우리 민족은 늘 놀이와 축제를 통해 노동과 유희의 균형을 맞추었다. 절기마다 다양한 세시풍속은 오늘날까지 원형이 그대로 전해지는가 하면, 시대에 맞추어 진화해왔다. 21세기 어린이에게도 전통놀이(전래놀이, 민속놀이, 풍속놀이)는 전통문화 의식을 함양시키며, 체력을 발달시킬뿐만 아니라 언어 구사력과 표현력을 기르며, 사회성을 키우는 신체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인 가치가 있다.
'지금 해도 재밌는 한국 풍속놀이 33가지'(박영수 지음, 풀과바람, 2019)는 풍속놀이 33가지를 체력놀이/ 두뇌놀이/ 상징놀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5가지로 분류했다. 체력놀이(13)에는 투호, 공차기, 구슬치기, 썰매타기, 눈썰매, 딱지치기, 공기놀이, 땅따먹기, 돌차기, 제기차기, 팽이차기, 장치기와 자치기, 그네 뛰기, 두뇌놀이(8)에는 수수께끼, 가위바위보, 손뼉치기, 장기, 바둑, 오목, 고누두기, 칠교놀이, 상징놀이(7)에는 윷놀이, 술래잡기, 쌍륙과 승경도, 말뚝박기, 연날리기, 꼭두각시놀음, 널뛰기가 속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풍속 놀이(5)는 농악(2014), 택견(2011), 씨름(2018), 줄다리기(2016), 강강술래(2009)의 5종이다. <계속>
키즈파람 http://www.kidsparam.co.kr
오늘날 한국이 K-팝, K-드라마, K-영화에서 게임 한류까지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내부에 문화의 원형인 놀이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56년 황정자의 트로트 가요 '노랫가락 차차차'엔 놀이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듬뿍 담겨있다.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며는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시구절시구 차차차(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
한류 시리즈를 애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놀이' 번역판은 미술 도서 전문 출판사 열화당에서 출간되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332493
영어 원판은 인터넷 Google Book에서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oogle.com/books/edition/_/nYuEAAAAIAAJ?hl=en&gbpv=1 -
Stewart Culin의 Korean Game 에서 '놀이 문화의 원형'에 해당하는 원문 문장(the Korean game of Nyut may be regarded as the antetype of a large number of games which exist throughout the world)을 찾아내느라 온통 뒤져보다가 몇 시간 만에 겨우 찾았는데 , 이걸 벌써 인용하고 계신 걸 보고 반갑고 놀라웠습니다. 의미 있는 칼럼을 많이 쓰시네요. ^^!!
-
GoogleBooks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