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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이수임: 철없는 남편과 따로 건배!
창가의 선인장 (101) 우리집 삼형제
철없는 남편과 따로 건배!
“오늘 엄마 생일이지요? 뭐 필요한 것 있어요?”
“고마워. 가지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 너희가 말 잘 들어서 엄마는 하루하루가 생일이다. 그냥 네가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것이 선물이야. 바이러스 물러가면 함께 밥 먹자.”
무소식이 희소식인 요즈음, 올해 들어 두 아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만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가량 아이들이 안부 전화만 한다.
“엄마 괜찮아요? 뭐해요?”
“바빠. 할 게 많아. 너는?”
“동생하고 한국 드라마 봐요.”
“드라마?”
“엄마는 안 봐요?”
난 송혜교 나오는 ‘가을동화’와 ‘올인’을 본 이후로 한국 드라마 본 적 없다.
"뭘 보는데?"
“마이 미스터(나의 아저씨)요.”
“재미있니? 엄마는 뻔한 스토리에 울고 짜는 드라마 보기 싫어.”
“이 건 좀 달라요.”
“그래, 너희들은 어렵게 익힌 한국말 잊지 않도록 보는 것이 좋지.”
한국 드라마 하면 오래전 핼쑥하고 침울한 몰골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지인이 생각난다. 그는 와이프와의 갈등을 잊으려고 몇 달째 두문불출하며 드라마만 보고 있다고 했다. 방 구석에 비디오테이프가 가득 쌓여 있던 어두운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나 또한 아이의 중국 친구가 ‘가을 동화’ 보고 너무 재미있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칠 겸 빌려다 본적이 있다. 너무 울어서 머리가 빠개지도록 아팠다. ‘올인’ 드라마에는 너무 올인해서 밥맛을 잃고 볼이 움푹 패이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남편은 섬뜩한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
“마누라 완전히 미쳤군. 그만 보고 가서 거울 좀 봐. 귀신 같아.”
하지만, 아이들 말이라면 토 하나 빠트리지 않고 잘 듣는 나인지라 ‘나의 아저씨’는 보고 싶었다. 아이들이 왜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다르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모두 16편이다. 아무리 아이가 재미있다고 해도 첫 편을 보고 싫으면 고만 봐야지 했다.
그런데, 꽤 재미있다. 잠 시간을 놓치고 꿈에서도 드라마 장면에 들어가 헤맬 정도로 생활 루틴이 깨지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했으니 빨리 끝장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쓸데없이 질척거리며 질질 끌어 흥미를 잃었다. 아이가 내준 숙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보다가 마지막 두 편은 포기했다.
드라마 속 세 아저씨는 툭하면 흥분하고 격분해 소주잔을 부딪치며 자신들의 삶을 한탄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에 나오는 삼형제가 생각났다. 둘보다 셋이라야 더 흥겹고 술맛이 나는지? 나도 아들 하나 더 낳을 걸 그랬나?
남편과는 브루클린 스튜디오에서 지내며 주말 부부가 됐다. 그래도 남편은 가까이 있는 아이들과 이따금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친하게 잘 지낸다. 그냥 철없는 남편을 아들로 생각하고 삼형제 두었다고 치자. 나 없이도 셋이 잘 노는 것을 보니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분이 좋았다. 와인잔에 술을 가득 따라 혼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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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 화가님의 글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 컬빗에 올린 글은 다 읽었다고 해도 될겁니다. 그 분의 애독자가 된 이유는 글이 꾸밈이 없고 부담이 없어서 금방 읽어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의 수필은 자기과시, 자기자랑에 사자성어까지 억지로 붙여서 그만 불쾌감이 생겨서 읽는 것을 중단합니다. 이수임씨의 글속에는 순수가 흘러요. 솔직해서 공감이 절로 가요 예를 들면 남편인 이일 화가와의 결혼 얘기에서 "나 영주권 좀 내줘라"라는 솔직한 이런 일화들이 다른 이의 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오늘 실린 펜데믹 가족 얘기도 쓸데 없는 수사의 나열없이 재밌게 써서 금방 읽었습니다. 거기다 자유로운 표현의 그림까지 그려서 함께 올려주니까 일석이조를 얻게 됩니다. -El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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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ine 라는 분이 누구일까? 내가 아는 분일까? 한동안 생각하다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제글을 다 읽으셨다니!!!
글을 쓴다는 것이 끝 간 데 없는 산 고개를 넘는 것처럼 쓰다가 힘들어지곤 합니다.
계곡에 앉아 다음 넘을 높은 산봉우리를 쳐다보며 '고만 쓸까?' 고민할 때,
격려해주셔서 산등성이가 가까이 와 내 손을 잡아끄는 듯 일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수임 작가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써서 독자인 저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세요. 뵌적도 만난적도 없지만 이수임 화가님의 글이 친구같은 친밀감을 줘서 옛날부터 아는 사이 같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