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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0.10.20 00:32
(536) 강익중: 가을이 왔다
조회 수 446 댓글 1
詩 아닌 詩 <40> 가을, 나뭇잎, 산
Ik-Joong Kang, Untitled5 (from Happy World), 2000,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가을이 왔다
늦마 지나
가을이 왔다
발가파란 단풍이
올까 하던
가을이 왔다
흰여울 시냇물 사이로
소문 없이
가을이 왔다
소나무길 가랑비 따라
느닷없이
가을이 왔다
우두커니 먼산 바라보다
Ik-Joong Kang, Untitled7 (from Happy World), 2000,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나뭇잎
나뭇잎 하나
물 잔 안으로
떨어졌다
후후 불며
이리저리 보낸다
이것도
인연인데
누구나 맞는
가을인데
내가 미안했다
Ik-Joong Kang, Untitled9 (from Happy World), 2000,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산
산에 올라
세상을 보면
내가 작아진다
듣는 이 없이 노래하는
새들을 보면
내가 작아진다
바위 틈새로 자라는
나무를 보면
내가 작아진다
쉬지 않고 일하는
계곡물을 보면
내가 작아진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산을 보면
내가 작아진다
간결해서 좋아요.
금방 알 수 있게 써서 좋아요.
난해하지 않아서 좋아요.
소박해서 좋아요.
한글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강 작가님은 소나무길, 가랑비, 흰여울 등등- 이런 한글만이 가지는 낱말들을 시로 풀어내는 언어의 마술을 가지셨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