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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최불암씨와 KBS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하이라이트 <7> 만두: 따스한 온기와 행운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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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찬 바람에 몸은 움추려 들고, 마음은 자꾸 허전해집니다. 이맘 때면 뭐든 뜨끈뜨끈한 게 제일이지요. 이 만두처럼 말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한 입에 베어 먹을 때까지 속을 알 수 없으니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모든 걸 감싸 안아줄 것 같은 복스러운 모양에 속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맛, 따스한 온기로 속을 꽉 채운 만두입니다."


KBS-TV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제 152회는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2013년 12월 26일 방영)편이다. 날씨가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즈음 독특한 만두문화와 지방의 소박한 사람들, 그리고 삶 이야기를  최불암씨의 연륜과 구수한 해설로 감상할 수 있는 시리즈다. 



#만두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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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차이나타운 골든 유니콘(Golden Unicorn)의 딤섬 


사람들은 만두(饅頭)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중국 남만(南蠻) 지방(현 베트남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밀가루를 발효시켜 고기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찐 것을 만두, 혹은 포자(包子), 기름에 지지거나 찌는 것은 교자(餃子)라 불렀다. 중국 만두 '딤섬'은 종류가 수천개에 달한다. 인도에는 사모사(samosa), 이탈리아엔 라비올리(ravioli), 폴란드엔 페로기(perogi), 아르헨티나엔 엠파나다(empanada) 등 각국마다 만두를 닮은 음식들이 있다.


만두는 고려시대 즈음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충혜왕조(1343년)에 나온 '고려사(高麗史)에 "수라간에 들어가 만두를 훔쳐먹은 죄로 처벌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려 충렬왕 때 지어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가요 '쌍화점(雙花店)'에 나오는 쌍화는 바로 만두를 지칭한다. 

  


#강원도 정선: 메밀채만두, 귀리채만두, 닭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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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최불암씨는 폭설이 겨울산을 포근하게 덮은 강원도 정선의 대관령으로 갔다.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정선에서 사람들은 겨울 양식으로 감자와 무를 땅 속에 묻어두었다가 폭설로 고립된 겨울에 끼니로 떼운다. 쌀과 밀가루가 귀해서 메일가루, 귀리가루를 빻아 반죽해 만두나 칼국수를 만들어 별미로 먹는다. 땅 속에서 꺼낸 무는 만두 속재료다. 


무와 백김치를 잘게 채썰어 두부, 들기름 등을 넣어 속을 만든다. 마른 수수잎에 만두를 싸고, 싸리나무 가지를 가마솥에 깔아 받침대로 사용해 만두를 쪄낸다. 그러면, 나무의 풍미가 만두에 고스란히 베어든다. 메밀채만두는 뜨끈할 때 먹어야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살며, 귀리채만두는 한 김 식힌 후 먹어야 더 고소하고 쫄깃하다.


정선의 할머니가 집에서 키우는 닭 한마리를 잡았다. "꿩 대신 닭"으로 닭만두를 만드실 요량이다. 닭의 살코기와 백김치를 섞어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는 닭 육수에 삶는다. 감자를 갈아 건더기를 짜고, 녹말을 섞어 치댄 후 강낭콩을 섞어 찌거나 전을 부친다. 고소하고, 쫀듯쫀듯한 감자 반대기 부침은 강원도의 겨울 별미다.



#강원도 주문진: 명태살 어만두, 굴림만두탕, 석류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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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다음엔 강원도 산골을 떠나 바다로 간다. 동해안의 최대항구인 주문진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이곳에선 명태를 김치 담글 때도, 만두에도 쓴다. 명태는 비린내가 나지않는 생선이다. 명태 서거리(아가미 덮개)는 멸치보다 칼슘 함유량이 더 많아 김치 담글 때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명태를 분해해서 아가미, 내장, 알까지 요모저모로 쓴다. 명태를 포로 떠서 가볍게 두드려준 후 오징어와 함께 다져서 버무려 만두 속으로 어만두를 만든다. 만두피가 없을 땐 밀가루에 둥글리면 굴림만두가 된다. 조개육수에 끓여내면 깔끔하고, 구수한 굴림만두탕이 된다. 


 "속 먹자는 만두요, 피 먹자는 송편이요." 

만두 속은 꽉꽉 채워야 한다. 도란도란 둘러 앉아 만두를 만드는 한 여인은 말한다. 


주문진에서는 양미리 만두국, 늦가을 석류가 열매를 맺어 입이 약간 벌어진 모양을 본떠서 복주머니처럼 만든 궁중요리 석류탕도 즐겨 먹는다.  



#서울 무교동 '이북만두': 평양만두, 김치말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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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한국에서도 평양만두, 개성 만두, 강원도 만두...추운 지역 만두가 이름을 날렸다. 산이 많은 이북에는 쌀이 귀하고, 밀, 수수, 조, 콩이 풍부했다. 그래서 만두 문화가 발달했다. 그래서 만두는 추운 겨울에 제맛이다. 


최불암씨는 중앙대 동창 박혜숙(72)씨가 운영하는 무교동의 이북만두 식당을 찾아갔다. 평안도 출신으로 10살 때 피난가 음대를 다닐 때 최불암씨는 연극영화과 과대표였다고 한다. 성악을 전공했던 여인이 만두집 주인이 됐다.


이북만두 식당에서 랑데부한 대학 동창생은 마주 앉아 만두를 빚는다. 만두 속은 삼겹살을 다진 고기를 쓴다. 만두를 찌는 대신 사골 육수에 삶아 낸다. 여기에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말이 밥이 이북만두집의 별미다.

  

"누군가와 만두 빚은 추억 하나 없다면 그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오늘 좋은 추억 하나 보탰으니, 이번 겨울은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기도 이천: 오방색 볏섬만두, 게걸무 양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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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이천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에서는 특별한 만두를 소개한다. 이천의 토종무 게걸무는 일반 무보다 수분 함량이 적어 더 단단하고, 맵고, 쌉사름하며, 고소하다. 게걸무 시래기는 무청 시래기보다 연하며 부드럽다. 이 시래기를 물에 불렸다가 다져서 숙주, 고기, 두부에 갖은 양념을 버물여 만두 속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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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만두 속은 시래기 무청이지만, 만두피는 비트, 치자, 시금치, 물, 흑미로 빨간색/노란색/청색/흰색/검은색 알록달록 오방색(五方色)으로 물을 들여 반죽해 만두피를 만든다. 벼농사가 중요했던 이천에선 볏가마니 모양으로 미니 만두를 만들고, 다섯개의 볏섬만두를 넣어 큰 볏섬만두로 보자기처럼 싼다. 만두 속에 풍년을 기원하는 소망이 담기고, 행운을 빈다는 것. 볏섬 만두는 만들면서, 먹으면서 복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게걸무는 썰어 양념장에 발라서 구워먹으면 별미. 이천 게걸무는 게걸스럽게 먹을 만큼 맛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도 영월: 약초김치, 김치말이 만두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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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만두, 뜨거운 겨울을 품다-KBS다큐멘터리 <YouTube>


'한국인의 밥상' 제작팀은 강원도 영월의 산속에서 약초 캐는 부부를 만났다. 그날은 부부가 귀한 봉황삼을 캐는 행운도 있었다. 도시에 살면서 골골했던 백금자씨와 남편이 시골에 처음 마련한 집은 몇년 째 수리 중이다. '종합병원'이라할 만큼 수시로 아팠던 백씨는 친정 부모 가까이 살면서 약초를 캐다가 김치부터 만두까지 모든 음식에 넣으면서 건강해졌다. 


백씨네 집 장독대엔 항아리가 즐비하다. 간장 독 안에는 마른 북어를 넣어 맛을 내며, 산에서 캐온 약초는 말렸다가 육수를 내서 김장할 때 쓴다. 백씨네는 친정 부모님 댁에 모이는 날, 돼지고기 김치 만두를 빚고, 김치말이 전골을 만든다. 만두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식사로 자체가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이기도 하다.     


"만두도 사람을 많이 닮았습니다. 맛을 보기 전까지는 속을 알 수 없지요. 여러 재료들이 어우러져서 맛을 내고, 허물을 감싸주고, 좋은 기운만을 꽉 채운 만두. 이 겨울 만두처럼 우리도 서로를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까요."


정겨운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만두편을 맺는 최불암씨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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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11.17 20:31
    오늘은 컬빗이 만두를 얘기해 주셨네요. 마침 묵은지가 있어서 만두를 만들어 먹을려던 참이었습니다. 이심전심입니다. 겨울이면 만두와 군고구마가 제일 맛있는 일품 먹거리로 떠오르지요. 내가 어릴 때 외할머니께서 우리집에 오시면 주먹만하게 만두를 빚어서 찜통에 쩌서 해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뜨끈뜨끈한 만두를 온돌방 아랫목에 앉아서 초간장에 찍어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행복을 느꼈셨지요. 할머니의 그 만두의 손맛솜씨도 하늘나라로 가버렸고 이제는 나도 만두를 만들어서 손녀에게 주는 할매가 됐습니다.
    몇년 전에 서울에 갔을때 동생들이 메밀채만두를 사줬는데 약간 누르스름하면서 잿빛을 띄우는 겉모습과는 달리 맛이 일품이 었습니다 쫄깃하면서도 금방 씹혀서 혀끝에서 녹아버리더라구요. 한접시에 6개가 나오는데 4접시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강화도 순무우김치를 별미로 내와서 밥 한공기를 훌쩍 비웠습니다. 여기까지 써내려오니까 만두가 먹고싶어서 군침이 돕니다. 빨리 내 식대로 만두를 빚어 먹어야지. 컬빗님 만두 얘기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