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영혜/빨간 등대
2020.11.30 15:28

(540) 홍영혜: 수우족 노란 종달새의 기도

조회 수 368 댓글 0

빨간 등대 <34> 아메리카 원주민의 추수감사절 

 

수우족 노란 종달새의 기도

Native American's Great Spirit Prayer

 

sue american indian.jpg 

Sue Cho, Ceremony for the Lost Lands, 2020, Digital Painting

 

연일 올라가고 있는 코비드19 감염률로  2020 Thanksgiviging Day는 가족들이 모이지 않고 각자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터키 대신  통닭 한 마리를 구울까하다  간단하게 에어 프라이어에  닭다리를 바싹하게 구워 먹는 거로 낙착을 보았다. 아침나절 넉넉한 시간을 카톡으로 손가락 인사 주고받느라 분주하다. 가족들이나, 때론 홀로 있는 친지들과 함께 음식을 차리고 즐기면서, 감사의 인사를 나누던 예전의 추수감사절은 이젠 다른 빛깔로 다가온다.  코비드 때문이라기보다는 작년 이맘 때의 아하 모우먼트(Aha moment)로.

 

작년 추수감사절 즈음 로어 맨해튼의 아메리카 원주민 뮤지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에 들렸다.  뉴욕시에는 웹사이트에 따라서  83개 내지 100개나 되는  많은 뮤지움들이 있고, 유명 뮤지움에는 시즌별로 다양한 전시가 있어 이곳에 와 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뒷전으로 밀렸었다. 문 닫기 한 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건물과 전시를 둘러보려 했는데  마침 '아메리카 원주민 관점에서 본 추수감사절(American Indian Perspectives on Thanksgiving)' 강의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re thinking.jpg

'아메리카 원주민 관점에서 본 추수감사절(American Indian Perspectives on Thanksgiving)'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감사의 날을 따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그리고 수확 철마다 감사의 생활이 배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지키는 'Thanksgiving Day'는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인 땅을 빼앗기고 수백만이 학살당한, 죽음을 애도하는 날 'National Day of Mourning'이다. 처음 유럽에서 와 굶어 죽어가는 정착자에게 음식을 나누었던  원주민들이 그 땅에서 내몰리고 학살당하고 강제이주한 역사, 몰랐던 사실이 아니었는데 원주민 강사 Perry Ground씨가 분노와 공격의 톤이 아니라 차분하게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길 할 때, 처음으로 그들의 아픔이 내 안에 들어와 나의 아픔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추수감사절'에 내가 부여했던 의미들이 무너져버렸다. 한해를 감사하고,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명절이라는 기다림, 즐거움이 퇴색되고 한켠에는 인디언 원주민의 아픔이 물들었다. 

 

조지 캐틀린(George Catlin, 1796-1872)은 1830년대에 서부개척 당시 5차례 여행을 하면서 아메리칸 원주민의 초상과 삶을 그린 화가이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현재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워싱턴 D.C.)에 소장되어 있다. 위엄있고 용맹스러운 원주민의 모습과 생활상을 그린 작품들을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감상할 수 있다.

 

 

SAAM-1985.66.149_2.jpg

George Catlin, Stu-mick-o-súcks, Buffalo Bull's Back Fat, Head Chief, Blood Tribe, 1832, oil on canvas,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조지 캐틀린은 원주민에 관해 책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언제나 그들이 가진 가장 좋은 것으로 나를 맞아 준 인디언들을 사랑한다.

법 없이도 정직하고, 감옥도 없으며, 가난한 집도 없는 그들을 사랑한다.

성경책을 읽거나 설교를 듣지 않아도 신의 계명을 지키는 그들을 사랑한다….” 

-From 'Last Rambles Amongst the Indians of the Rocky Mountains and the Andes'-

 

 

santa fe.jpg

 

오래 전 Santa Fe에 방문했을 때  근처 푸에블로 공방에서  만난 추장이 떠오른다. 그 분이 손으로 빚어 구운 조그만  작품을 사고 싶었는데,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만 가진 돈이 모자란다고 하니, 주소를 적어주면서 나머지 돈을 부칠 수 있으면 부쳐달라고 하였다. 일반 상인의 거래, 돈 계산과 이윤과는 다른 세계가 느껴졌다. 조지 캐틀린이 증언에서 보여주듯 위엄과 지혜,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이 배불뚝이 피겨린을  볼 때  함께 기억된다.

 

뉴욕시에서 흥미로운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각상을 St. Mark’s Church in-the-Bowery 입구에서 볼 수 있다. Solon Borglum 의 작품, Aspiration 과  Inspiration, 대리석으로 만든 실물 크기의 조각이다. 1920년대에 목사 Norman William Guthrie 재임 기간에 사들인 것인데, 어떤 의미로 인디언 동상을 교회 문 앞에 세웠을까? 그들에 대한 사죄일까? 아니면 그들이 인디언이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늘을 우러르는 경건한 예술적 표현이 아름다워서였을까? 

 

 

duo.jpg

 

자연이 착취되고 환경이 오염되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오늘날, 자연을 돌보고 만물과 함께 하는 그들의 포용력과 지혜를 생각한다. 통나무 집이 있는 Sterling Forest도 오래전  원주민들이 살았던 곳이라 한다. 잘 보존된 이곳의 자연을 보며 평화롭던 시절,  그들의 삶을 그려본다. 뗏목으로 배를 만들어 호숫가에서 낚시하고, 모카신을 신고 살금살금 검은 곰과 사슴, 와일드 터키를 사냥하던 그들.  티피 속에 아기를  잠재우며, 코로 숨을 쉬나 확인하며 입을 다물어 주는 어머니들. (조지 캐틀린은 원주민의 경험을 바탕으로1870년에 'Shut your Mouth and Save your Life'란 책을 썼다.)  세 자매(Three sisters)라 불리우는 옥수수(Maze), 콩(Bean), 호박(Squash)을  함께 심어 상생하게 하는 지혜, 매일의 삶이 감사의 기도가 되는 그들을 생각한다. 석양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래 전,  친구 테레사가 나에게 가르쳐 준  '수우족 노란 종달새의 기도문'을 읊어본다.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내가 늘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소중하게 여기도록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가 늘 열려 있도록 하소서.

당신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thanksgiving.jpg

Jean Leon Gerome Ferris(1863-1930), The First Thanksgiving, photomechanical print , 1621. Courtesy of the Library of Congress

 

 

Great Spirit Prayer

 

Oh, Great Spirit,

Whose voice I hear in the winds

and whose breath gives life to all the world.

Hear me! I need your strength and wisdom.

Let me walk in beauty, and make my eyes

ever hold the red and purple sunset.

Make my hands respect the things you have made

and my ears sharp to hear your voice.

Make me wise so that I may understand

the things you have taught my people.

Let me learn the lessons you have hidden

in every leaf and rock.

 

Help me remain calm and strong in the

face of all that comes towards me.

Help me find compassion without

empathy overwhelming me.

I seek strength, not to be greater than my brother,

but to fight my greatest enemy: myself.

Make me always ready to come to you

with clean hands and straight eyes.

So when life fades, as the fading sunset,

my spirit may come to you without shame.

 

- Translated by Lakota Sioux Chief Yellow Lark in 1887

 

 

museum.jpg 

PS 1.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1 Bowling Green, New York, NY 10004

워싱턴  DC의 Smithsonian Instition과 연계된 뮤지엄으로 입장료는 무료이다.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문화, 예술품 전시뿐 아니라, 영화, 공연, 학교 그룹 프로젝트, 강연을 한다. 해밀턴 관세청으로 쓰였던 이 건물은  보자르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2층 로탄다는 압권이다. https://americanindian.si.edu

 

*수 조(Sue Cho)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브루클린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주 해리슨공립도서관, 코네티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 뉴욕한국문화원 그룹전(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6월엔 첼시 K&P Gallery에서 열린 온라인 그룹전 'Blooming'에 작품을 전시했다.  

 

 

홍영혜100.jpg 홍영혜/가족 상담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탐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