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9)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2)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557) 허병렬: 훈민정음은 하나의 문화혁명
은총의 교실 (67) 한글, 디지털문화의 선두
훈민정음은 하나의 문화혁명
해방의 뜻은 무엇인가? ‘압박 하거나 가두었던 것을 풀어 놓음’ 이것이 사전에 있는 뜻풀이다. 그렇다면 1945년 8월15일의 해방 기념일은 무슨 뜻인가?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 자유롭게 되었음을 뜻한다. 더 구체적으로 무엇이 해방된 것인가? 한국의 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
맞는 말이다. 물론 한국이 독립된 한 나라의 행정기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일은 한국문화를 되찾았음을 깨닫게 한다. 한국문화는 그만큼 중요한 뜻이 있다. 1926년 태어난 필자는 성장기의 2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에서 생활하였다. 기본적인 가정생활 이외의 사회생활은 일본 의 정책에 따랐다.
학교에서는 조선어(한국어)를 전연 배우지 않았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일본문화 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였다. 일제시대의 말기에는 한국이름 대신 일본이름으로 바꾸 도록 장려하였고, 일상 생활용어는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였다. 말하자면 당시의 한국 은 일본의 연장이었다. 필자가 여자중학교 시절 일본 이름으로 바꾸는 운동이 한창이었다.
무엇이나 재미있던 소녀 시대의 학생들은 엉뚱한 일본이름을 지어놓고 서로 깔깔거렸다. 예를 들면 고엔 부랑꼬(공원의 그네), 구쓰시다 빵꼬(뚫어진 양 말) 같은 것이다. 일본의 강요되는 정책을 빈정거리는 여유가 있었음을 말한다. 이곳의 어떤 학생이 질문을 하였다. ‘우리가 미국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아요?’
좋은 질문이다. ‘다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이름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자진해서 지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보통 미국이름과 한국이름을 가 지게 되었다.’ 일제시대를 산 사람들이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모국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것이다. 또 ‘한국문화’를 자 랑하는 것이다. 긴 세월 잃었다 다시 찾았기 때문에 한층 귀중하게 생각한다. 한국문화의 으뜸은 한글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의 글’이 필요함을 절감하여 여러 학자들과 더불어 극비리 에 문자의 원리.음운학을 연구하여 만든 것이 한글이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하나의 문화혁명이다. 이것은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위업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어린 학생들에게 한글날의 의미와 세종대왕에 대하여 알리고 싶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하던 중 올해는 다음 두 가지를 실천하였다.
첫째는 다음과 같이 생일노래를 부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한글, 생일 축하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한글날’의 뜻을 알렸다. 둘째는 세종대왕의 사진(그린 것)을 찾아서 책을 읽다가 꽂아둘 수 있는 Book Marker를 만들게 하였다. 그 위에는 세종대왕의 모습이 있고, 그 아래 빈 곳에는 학생들이 제 각기 글을 쓰도록 하였다. 그들 이 쓴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세종대왕님, 보고 싶어요. 세종 대왕님 고맙습니다. 세종대왕님, 사랑해요. 나 한글 읽을 수 있어 요. 세종대왕님 No.1. 나 한글 사 해요. 나 한글 자랑해요. 한글 생일은 10월9일. 내 친구에게 한글 가르쳐 주겠어요…등등
이러한 방법으로 한글날을 기념한 것은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한글날의 의미를 뚜렷하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둘째는 일상생활과 한글의 관계를 맺어주기 위함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Book Marker가 이 일을 하기 바란다.
한국문화에는 한국의 정신, 마음, 의지, 소망, 몸짓…등이 보일락말락 숨쉬고 있다. 또 아름답게, 끈기있게, 새롭게, 지혜롭게 우리의 나날을 돕고 있다. 한글은 디지털 문화의 앞장을 서면서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큰 그물로 엮어가고 있다. 한글의 선견지명이 빛나는 요즈음이다.
한국 디지털 문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은 바로 한글이다. 전교 어린이들이 한글날 만든 Book Marker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회를 열면 가지가지의 마음이 담긴 작품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자못 기다려진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일전에 컬빗에 제가 글을 올린 게 있습니다(2/19/2021 백남준). 우리나라의 영원한 세계적인 자랑과 유산은"세종대왕의 한글"과 "백남준의 비디오 Art"라고요.
그렇습니다. 백남준씨가 예술혁명을 일으켰다면 한글은 문화혁명입니다. 혁명은 기존의 사물이나 세상을 바꾸는데, 한글이 바로 우리 민족의 삶을 바꿔놓았으니까요. 세계의 저명한 언어학자들이 한글의 과학성 음운학성 문자의 조합 등등이 어느 글자도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한글은 해냈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가로세로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모음과 자음이 만나서 낱말을 만들고 음을 냅니다. 한글하면 자랑 외에는 말을 할 것이 없습니다.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성군 세종 임금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허병렬 선생님께서는 코로나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계십니다. 완쾌를 다 같이 기도해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