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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1.03.16 13:24

(561) 강익중: 내가 좋으면

조회 수 118 댓글 1

詩 아닌 詩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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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으면 

 

행복이 뭐 별거 있나

풀섶 이슬에 젖은 운동화처럼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사랑이 뭐 별거 있나

바위 틈새에 피어난 작은 꽃처럼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인생이 뭐 별거 있나

아침 햇살에 빛나는 먼지처럼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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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지나온 시간이 

얼굴 위에 남아있다

햇살이 지날 때

간질이면 웃다

이렇게

주름으로 앉았다

 

지나온 계절이

손등 위에 남아있다

별들이 지날 때

손잡고 놀다

이렇게

주름으로 내렸다

 

지나온 인생이

마음결에 남아있다

폭풍우 지날 때

물속의 달로 숨었다

이렇게

주름으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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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로 하늘을 이고

아래로 땅을 딛고

 

잎새로 숨을 쉬다

이슬로 세상 본다

 

낮에는 해가 놀고

밤에는 새가 자고

 

바람과 동무 되어

은하수 얘기 듣고

 

때 되어 불리우면

고향의 별이 된다

 
 

*Images: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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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3.18 19:56
    강익중 화가님을 생각하면 달항아리가 떠오릅니다. 오색찬란한 색으로 덮히지 않아도, 은은하고 깊은 맛이 담겨져 있어서 강익중님은 달항아리에 숨어서 시와 그림을 그린다는 걸 느꼈습니다. 오늘 컬빗에 올린 시 세편을 잘 읽었습니다. 쉽고 간결해서 이해가 잘 되네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이런 말을 어디서 뽑아냈을까? 어떤 자를 사랑하고 이런 삶을 택한 것도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길고 구차한 말이 필요할까요?
    책꽂이에 두번째 시집 "사루비아"가 있어서 꺼내서 읽었습니다. 모든 시가 순수함을 주었습니다. "이름은 백자"를 또 읽고 읽었습니다.
    "달항아리 놓여있다. 이름은 백자 별명은 순수 당당" 이름과 별명이 이렇게 크고 멋질수가 없네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