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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 홍영혜: 민들레보다 미나리처럼
빨간 등대 (38) Being Korean American
민들레보다 미나리처럼
Sue Cho, “Stop Asian hate: Don’t underestimate”, 2021, Acrylic.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오는 병원 엘리베이터에서였다. 6명이 조르르 탔다. 젊은 동양 남자, 중년 흑인 여자, 60 + 백인 부부, 중년 백인 남자 그리고 나. “이젠 코로나 방탄조끼를 입었으니, 좀 안심해도 되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는 찰나였다. 내 뒤에서 60+ 백인 남자가 “Finally got vaccinated. Complements from the Chinese Virus!”(드디어 백신을 맞았네. 젠장, 중국 바이러스 덕분에!) 비아냥거렸다. 내가 뒤돌아보면서 “ Don’t talk Asian slur!”(아시안을 모욕하지 마!)라고 쏘아붙였다. 조용해질 줄 았았는데 “Where do you think come from the virus?”(그럼 도대체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니?)라고 반격을 하였다.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온 것은 맞고,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고 할까, 그건 아닌 것 같고 속으로 무어라 답할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 때 다른 백인이 나를 거들어 주었다. 그들끼리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마침내는 “You are racist!”(인종 차별자!), I have freedom of speech!(나는 말할 자유가 있다고!)라고 큰 소리가 오갔다.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오면서 정문에 있는 수위에게 “Please report him to the police! He insulted Asians!"(경찰에 연락 좀 해주세요! 아시안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해요!)라고 소리쳤다. 정신없이 도망쳐 나오느라 도와준 백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도 못했다. 그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그 순간 무어라고 했어야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음날 아침 시편에 “Shame”이 나오는 성경 구절을 읽게 되었다. 문득 “그래, Shame on you!(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소리쳐 주었어야 했는데. 영어가 짧아서…” 도올 선생님이 '요한복음' 강의에서 영어 성경을 외우면 단순하고 심오한 영어를 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나 “과연!” 하고 미소 짓는다.
그후로 엘리베이터 장면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를 망신시키고, 소리쳐 주어 시원하다는 느낌보다는 마음이 어지럽다. 그가 마스크를 벗어 재끼고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면서 병원을 나가는 모습이 지금 미국의 현재, 인종차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아시안 혐오의 맨얼굴을 보는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전해주니, “엄마, 잘했어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요즘 뉴욕시 곳곳에서 아시안 혐오 범죄가 일어나 위험해요.”라고 걱정한다. “엄마도 위험한 상황이면 무조건 도망가지. 외출할 때, 모자를 쓰고 썬글라스를 끼고, 옷장에서 좀 좋은 옷을 꺼내 입고 나간단다. 그리고 꾸부정하게 걷지 않으려고 가슴을 하늘로 향하고, 손바닥을 앞으로 돌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으려고 한단다. 누가 아시안 노약자라고 건드리지 않게.”
Asian American Youth Council(AAYC) Asian Hate Crime Rally, Photo: Hye Kyung Won
지금 뉴욕시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 아시안 혐오 발언이나 범죄가 현저하게 증가했다. 아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6명의 아시안 여성이 사망한 사건 이후 아시안 커뮤니티, 한인 종교,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서로 연합하여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또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 세미나 모임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불이익을 당할 때 가만히 있지 말고 “speak out and confront” 하라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나처럼 나서기 싫어하고 겁이 많은 사람도 엘리베이터에서 엉겁결에 한마디 한 것 같다.
요즘 푸른 잔디밭에 노란 민들레꽃이 무성하다. 재미 신학자 이정영(Jung Young Lee) 교수가 “Marginality: The Key to Multicultural Theology”에서 민들레를 Korean American에 비유한 글이 생각난다. 노란 민들레는 아무리 뿌리를 뽑아도 계속 나오는 것처럼, 아무리 한국인임을 부인하고 미국인처럼 살아도, 한국인의 뿌리, 피부색, 인종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어정쩡한(In-between)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정영 교수는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인과 미국인(Korean American)으로 양쪽을 다 포용할(In-both) 할 때 뛰어넘을 수(in-beyond)있다고 한다.
이번에 아카데미상 6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Lee Isaac Chung 감독의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Korean American으로 두 세계를 포용하고 변방(미국에서의 한국인의 위치)을 중심으로 만든 진정한 뛰어넘는 작가, 감독이 아닌가 싶다. 한국 이민자로의 가족의 이야기는 그의 삶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진심이 담겨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이민 온 부모의 힘든 경험들, 아시아인으로 겪는 인종차별과 미국사회의 적응, 세대 간의 문화적 갈등은 한국 이민자라면 나의 이야기처럼 공감이 갈 것이다. 아니 한국 이민자의 스토리를 넘어서 미국의 이민자, 보편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이다.
민들레(사진: 홍영혜)/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MINARI)' 중 미나리밭 장면.
민들레보다는 미나리의 비유가 맘에 든다.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 이민자들은 아마도 한국인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미국인으로 동화하려는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간 놀라울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코리안 아메리칸 2,3세들은 한국의 언어, 음식, 문화를 알고 싶어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민들레처럼 뽑아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순자 할머니가 말했듯이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생명력과 적응력이 강한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에게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사랑을 담고있다고 한다.
올해 첫 민들레 씨를 보았다. 따서 후하고 불었다.
“우리 손녀 세대에는 서로 다름이 존중되고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 되기를!”
Sue Cho, “Love one another”, 2021, Mixed Media
PS1. 아시안 혐오범죄 대응 매뉴얼을 시민참여단체(KACE)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나도 이렇게 반응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차분히 ^^”
https://kace.org/wp-content/uploads/2021/04/Stop-Hate-Crime_Manual-2021-II.pdf
홍영혜/가족 상담가
수 조(Sue Cho)/화가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브루클린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주 해리슨공립도서관, 코네티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 뉴욕한국문화원 그룹전(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6월엔 첼시 K&P Gallery에서 열린 온라인 그룹전 'Blooming'에 작품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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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모두 멋지십니다.
작가님들같은 분들이 계셔서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차별이 없어지는 그런 좋은 세상이 꼭
오리라 생각 듭니다.
두 분 모두 건강 지키셔서 좋은 작품,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사회적 상황을
글과 그림으로 절묘하게
묘사하셨습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는
콤비 같습니다
후속작이 벌써 기대되는군요 -
미국에 살면서 저희 아이들을 어떻게하면 잘 키울수 있을까..에 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무작정 미국에 동화되려는 마음보다는 한국임임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지켜가도록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글쓴이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또 멋진 그림보면서 오늘하루 마이너리티라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가슴을 펴고 걸어야겠어요. 멋진 그림과 글 감사합니다.
한분은 글로 한분은 그림으로 두분의 기개를 느끼게 하네요.
당당히 어깨를 펴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리고 우리의 자손들이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아갈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때인것 같습니다.
좋은글과 그림으로 커뮤니티에 힘을 실어주시고 좋은 영향력 미치는 두분의 열정에 감사드리고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