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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강익중: 한식과 함께 라면 '무릉도원'
詩 아닌 詩 (46) 한식과 함께 라면 '무릉도원'
김치찌개
한 마디로
새콤하다라고만 말할 수 없고
얼큰하다라고만 말할 수 없고
시원하다라고만 말할 수 없고
그야말로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옛날 유행가다
어떤 때는
석유 곤로 위 보글보글 뚝배기가 보이기도 하고
알루미늄 밥상 앞 식구들이 보이기도 하고
숟가락을 휘젓는 빡빡머리 내가 보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옛날 사진첩이다
돼지갈비
까만 불판 위에 자글자글
돼지갈비가 구워진다
가위로 쓱쓱 자르다
젓가락으로 휙휙 뒤집는다
파란 상추에 익은 놈 하나 올리고
된장 콕 찍은 마늘 하나 보탠다
아 하고 입 크게 벌려 밀어 넣고
막걸리 한 잔 받아 마시니
여기가 뉴욕인가 서울인가
아무 데면 어떠냐 무조건 무릉도원
무생채
어느 시골길 닮은
풀향기 배어있는
내가 무친 무생채
맵지도 짜지도 않은
그야말로 엉거주춤
내가 무친 무생채
산동네 가난한 집
눈물로 무치셨던
우리 엄마 무생채
떡라면
라면도 좋고
떡도 좋고
날씨도 좋고
친구도 좋고
값도 좋고
주인도 좋고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고
막국수
막 먹어서 막국수인가
막 비벼서 막국수인가
막 만들어 막국수인가
아무튼 막국수 하나요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젓가락으로 비비면 끝
후룩후룩 넘기면 그만
마구 생각나 막국수다
*Images: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김치찌개가 여기도 있지만 고향의 찌개 맛과는 너무 달라요. 고향의 김치찌개 맛에는 그리움이란 양념이 들어가서 일꺼예요. 강 화가님의 그림과 시를 보고 읽으면서 행복 한 조각을 간직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