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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1.06.09 14:52

(573) 강익중: 이 맛에 산다

조회 수 122 댓글 1

詩 아닌 詩 (47) 이 맛에 산다 

 

 

image_50398209.JPG

Ik-Joong Kang, Waterfall and Jars, 47 X 47 in., Mixed Media on Wood, 2010

 

 

이 맛에 산다 

 

요즘 이 맛에 산다

매운 볶음면 한 입 물고

매일 입안에 불이 나는 맛에 

 

요즘 이 맛에 산다

자갈밭 위를 맨발로 걷고

매일 발바닥에 불이 나는 맛에 

 

요즘 이 맛에 산다

문틀 철봉에 매달리고

매일 팔뚝에 불이 나는 맛에 

 

요즘 이 맛에 산다

어차피 흘러가는 인생

매일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맛에

 

 

2 From the Happy World, 2021, 3 x 3in., Mixed Media on Canvas.jpg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다 좋다 

 

설익어도 좋고

눌어도 좋은

냄비밥 아침이 좋다

 

여려도 좋고

억세도 좋은

봄나물 점심이 좋다

 

뜨거워도 좋고

식어도 좋은

된장국 저녁이 좋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깍두기 인생이 좋다

 

 

3 From the Happy World, 2021, 3 x 3in., Mixed Media on Canvas.jpg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설거지

 

수도꼭지 옆에서

그릇을 비운다

허리를 세우고서

마음을 비운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을 비운다

 

하얀 폭포 아래서

그릇을 닦는다

구석구석 말끔히

마음을 닦는다

하루 일 년 십 년

시간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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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6.11 01:39
    강익중 작가의 시는 간결하고 순수해서 좋아요. 읽을수록 시골 밭에서 나는 흙냄새를 풍깁니다.
    "요즘 이 맛에 산다" 꾸밈없는 제목이 좋아서 시앞으로 마음이 쏠립니다. 시 속에서 이 맛이란 두 글자가 어찌 그리도 시원한지요. 난해하고 잡다한 시들울 다 물리칩니다.
    강 작가님의 신작 시 세편을 잘읽었습니다. "이 맛"을 느끼고 실감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