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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정영양 박사 조선시대 흉배의 현대적 해석

메트뮤지엄 한국실 흉배의 상징성과 예술성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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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Yang Chung, Contemporary Rank Badge,  Silk and metallic thread on silk, 9 1/4 x 9 1/4in. (23.5 x 23.5cm), Korea Gallery,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ollection/ Dr. Young Yang Chung

 

메트로폴리탄뮤지엄 한국실(Korea Gallery, #233)에 조선시대의 흉배와 텍스타일 역사학자이자 자수예술가인 정영양(Young Yang Chung) 박사의 흉배 자수 작품 'Contemporary Rank Badge)이 전시되어 있다. 

 

흉배(胸背, insignia)는 조선을 비롯, 명나라와 청나라 등 중국에서 왕족과 백관이 입는 의복의 가슴과 등에 붙이던 사각형의 표장이다. 모티프는 계급의 고저에 따라 공작, 호랑이, 사자, 구름, 기러기, 여의주, 파도, 바위, 물결, 불로초, 물방울, 꽃, 모란, 칠보, 해, 달,  물고기 등 다양한 무늬를 수놓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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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Gallery #23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뮤지엄에는 조선시대 문관의 흉배 4점과 정영양 박사의 현대적으로 해석한 흉배가 소개되었다. 고종 때 문관 당상관은 두마리의 학, 당하관은 한 마리의 학이 수놓인 흉배를 달았다. 

 

정영양 박사의 작품은 전 메트뮤지엄 아시아미술부의 텍스타일 큐레이터였던 진 메일리(Jean Mailey)씨에게 헌사하는 흉배다. 정영양 박사는 뉴욕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던 중 진 메일리씨의 요청으로 메트뮤지엄의 텍스타일 작품을 정리, 분석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대 유물을 수집하게 됐다. 

 

정영양 박사는 "자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형태 중 하나로 원시시대엔 가죽 옷에 자연 산물들을 꿰매달아서 부족을 표시했다. 족장은 특별히 귀한 새털이나 범의 이빨 등으로 장식해 사회계급을 표시했다. 자수는 예술적 표현이자 소통의 기능을 갖고 있다. 문무 백관의 조복에 자수로 된 흉배를 달아 그들의 계급과 소속을 표시한다'는 진 메일리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자수를 통해 감사표시로 창작한 것이 지금 전시되어 있는 '현대 흉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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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Yang Chung, Contemporary Rank Badge(Detail),  Silk and metallic thread on silk, 9 1/4 x 9 1/4i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ollection

 

정 박사는 '현대 흉배'에서 메일리씨가 학자이므로 조선시대의 문관에 비유하고, 학 대신에 보다 화려한 공작(peacock)을 모티프로 사용했다. 핑크색 눈매에 깃털을 부채처럼 활짝 펴서 비상하는 공작은 여성성을 상징는듯 하다. 조선시대 관직은 남자들이 독점했으므로 정 박사는 진 메일리씨의 무관 흉배로 조선시대 가부장적인 질서에 반격한다. 여기에 축복의 상징 모란꽃과 불사의 상징인 복숭아로 페미니스트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의 흉배가 계급성과 장식성의 표상이라면, 정 박사의 흉배는 더 나아가 페미니즘의 은유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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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Official Hyungbae(Rank Badges), Joseon Dynasty, late 19th century, Silk embridery on silk damas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ollection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흉배는 명나라의 영향을 받았다. 세종 28년(1446)에 우의정 하연과 우참찬 정인지가 흉배 제정을 건의했지만, 영의정 황희가 검소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 단종 2년(1454) 때 양성지의 건의로 흉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문무관 3품 이상의 상복에 흉배를 붙이게 됐다. 단종실록(端宗實錄, 1452-1455에는 흉배 무늬가 다음과 같이 지정됐다.

 

"대군(大君)은 기린(麒麟), 도통사(都統使)는 사자(獅子), 제군(諸君)은 백택(白澤)으로 하고, 문관 1품은 공작(孔雀), 2품은 운안(雲雁), 3품은 백한(白鷴), 무관 1, 2품은 호표(虎豹), 3품은 웅표(熊豹), 대사헌(大司憲)은 해치(獬豸)" -단종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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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Official Hyungbae(Rank Badges), J0seon Dynasty, late 19th century, Silk embridery on silk damas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ollection

 

연산군 대(1495-1506)엔 모든 품계의 관원들이 흉배를 달았으며, 기러기, 돼지, 사슴, 거위 등 명나라 문양과 다른 자주성을 보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무신의 흉배엔 비금을 금지했다. 영조 10년(1734)에 이르러서는 간소하게 문관 당상관을 운학흉배(구름과 학), 당하관은 백학흉배(흰 학)을 사용했다. 이어 고종 8년(1871)엔 문관 당상관은 쌍학(학 두마리), 당하관은 단학, 무관 당상관은 쌍호(호랑이 두마리), 당하관은 단호를 사용했으며, 1899년까지 시행됐다. 

 

한편, 왕, 왕비, 왕세자, 왕세손의 평상복 곤룡포의 가슴, 등과 양 어깨엔 용의 발톱 수에 따라 오조룡, 사조룡, 삼조룡 등을 금실로 수놓은 용문(龍文) 흉배를 달았는데, 이를 용보(龍補)라고 한다. 흥선대원군의 보에는 기린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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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Yang Chung, Textile, Silk and metallic thread on silk, 9 x 10 1/2in. (22.9 x 26.7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ollection/ The Art of Oriental Embroidery, 1979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은 정영양 박사의 '현대 흉배'와 'Textile' 두점을 소장하고 있다. 정 박사의 작품은 스미소니언 협회와 청와대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  

 

텍스타일 역사학자이자 자수가인 정영양 박사는1965년 서울에서 취업전문기관 국제수(繡)공예학원을 설립했으며, 뉴욕으로 이주해 1976년  논문 '자수의 기원 및 중국, 일본, 한국에서 자수의 역사적 발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이 논문을 보완해 출간한 'The Art of Oriental Embroidery'는 메트뮤지엄 '1981년 미술서적'에 선정됐다. 이후 'Painting with needle: Learning the Art of Silk Embroidery with Young Yang Chung'(2003), 'Silken Threads'(2005)를 출간했다.  

 

2004년엔  자수와 섬유직물에 관한 전시, 교육, 연구를 위해 자신이 평생 수집한 600여점의 섬유미술품을 기증, 숙명여대에 정영양자수박물관(Chung Young Yang Embroidery Museum/C.E.M.)을 설립했다. 뉴욕에선 설원재단(Seol Won Foundation)을 통해 동서 문화의 이해 증진을 위한 전시, 교육, 학술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2001년 숙명여대 명예박사, 2013년 뉴욕대 문화교육인간개발학교 명예 졸업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2020년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 민간유공자 표창장을 받았다. 

 

최근 워싱턴 D.C. 조지워싱턴대학교 텍스타일뮤지엄(The Textile Museum at the George Wasgington University)에서는 자선사업가 바바라 토버(Barbara Tober)씨가 정영양 박사에게 헌사하는 자수연구기금(Embroidery Studies Fund)으로 10만 달러를 쾌척했다. 이 기금은 향후 자수예술 및 한국 텍스타일 프로젝트의 리서치, 프로그램, 전시 및 출간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 박사는 기금을 조성해 조지워싱턴 대학교 내에 한국자수연구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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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Gallery #23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규방에서 세계로: 정영양 자수박사 뉴욕한국문화원 특별전

*NYCB Gallery <214> 정영양 자수박사의 삶과 예술@뉴욕한국문화원(3/2-4/27, 2017)

*Threads of Splendor, 천자만홍을 짓다@정영양자수박물관

*정영양자수박물관 구글 프로젝트 'We Wear Culture' 참가

*설원재단 문화 이야기: 정영양 박사 조선 궁중복식 자수의 아름다움 특강

*설원재단 워싱턴 DC 한국영화제서 조선 궁중의상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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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7.15 21:20
    정영양 박사님의 자수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비단을 수틀에 고정해서 수를 놓으셨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엄마는 불로초와 목단꽃, 무지개를 품사(명주 실타래)를 꼬아서 한뜸한뜸 수를 놓아서 귀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수바늘이 모본단을 뚫을 때마다 바람이 문풍지에 스쳐가는 소리가 났습니다. 자수를 컬빗이 올려주셔서 몇 십년만에 엄마와 자수를 떠올리게 됐네요. 장미꽃 향수가 서양이라면, 섬섬옥수로 자수로 수놓은 꽃들이 동양의 향기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자수의 빼어난 미는 보는 사람마다 빠져들 것 입니다.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서, 널리널리 알려지기를 바립니다.
    -Elaine-
  • 어재선 2022.02.25 20:58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대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원효로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언제나 행복하시고 만수무강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원효로 동양자수의 영향을 받아 사진작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