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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1.08.09 18:09
(581) 강익중: 노후대책
조회 수 130 댓글 1
詩 아닌 詩 (49) 노후대책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태어난 이유
태어난 이유는 없다
바람이 없는 것처럼
들꽃이 없는 것처럼
새벽이 없는 것처럼
태어난 이유는 있다
바람이 있는 것처럼
들꽃이 있는 것처럼
새벽이 있는 것처럼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노후대책
마당을 청소하고
책상 서랍을 청소하고
삶의 잔가지를 청소하고
안경알을 청소하고
욕심을 청소하고
근심을 청소하고
외로움을 청소하고
서러움을 청소하고
나 아닌 나를 청소하고
하지만
설렘과 그리움과 사랑은
그대로 놔두고
호기심도
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람과 숲은
잘 견디었는데
잘 살아남았는데
잘 놀았는데
지금부터
마지막까지
우리도
잘 견딜 수 있기를
잘 살아남을 수 있기를
잘 놀 수 있기를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설렘과 그리움과 사랑은 그대로 놔두고~ 이 셋은 그대로 놔둬야지 어쩌겠습니까? 강 작가님의 언어를 자꾸 음미하게 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