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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세계 식료품 숍 <2> 리틀 이태리의 디 팔로(Di Palo's)

111년 전통 디 팔로의 맛있는 이탈리안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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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Palo's, Little Italy, NYC

 

피자와 파스타, 오페라와 칸초네의 나라, 이탈리아. 우리 한민족처럼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반도국이다. 뉴욕시 5개 보로 곳곳에 제법 호화스럽고, 오래된 이탈리안 식당 몇곳은 마피아 커넥션으로 소문이 나 있다. 맨해튼에는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이탈리아 식당과 숍이 운집한 '리틀 이태리(Little Italy)'가, 브롱스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즐겨찾는 '아서 애브뉴(Arthur Avenue)'가 있다. 

 

뉴욕에서 이탈리안 식재료를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10년 이탈리안 수퍼마켓 이탤리(Eataly)가 맨해튼 플랫아이언 25스트릿에 미국 1호점을, 6년 후엔 로어맨해튼 오큘러스(Occulus) 옆에 오픈했기 때문이다. 이탤리가 진출하기 오래 전부터 이탈리안 식재료를 팔던 작은 가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소호의 돔스(Dom's)는 수년 전 폐업했고, 킵스베이의 토다로 브라더스(Todaro Bros.)는 길 건너에 페어웨이 마켓(Fairway's)가 오픈 한 후 7년간을 버티다가 2019년 항복했다. 종종 들렀던 두 가게는 마치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속에서 본듯한 연로한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특히 토다로는 페어웨이가 오픈한 후 헤비급 선수를 맞은 라이트급 선수, 페널티킥을 맞는 골키퍼의 불안처럼 안타까웠다.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이라는 게임의 규칙에서 살아남는데는 특별한 무엇이 필요할 것이다. 리틀 이태리에서 111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탈리안 식료품 마켓 디 팔로(Di Palo's)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웹사이트도 없는 디 팔로는 뉴욕의 소중한 가게다. 

 

*2021 리틀 이태리 산제나로 축제(9/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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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Palo's, Little Italy, NYC. 1903년 모트 스트릿에 디 팔로를 오픈한 사비노 디팔로씨(사진)와 파미자노 치즈

 

디 팔로는 1903년 사비노 디 팔로(Savino Di Palo)가 현 위치(Grand St. & Mott St.)에서 남쪽으로 몇 발자국 떨어진 131 모트스트릿에 자그마한 낙농제품 가게를 열면서 시작했다. 이탈리아 남부 루카니아에서 농부 겸 치즈 제조업자로 일한 사비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1903년 뉴욕으로 왔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리코타와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현재 디 팔로는 사비노의 증손자와 증손녀인 루(Lou, Luigi), 살(Sal, Salvatore), 마리(Marie) 디 팔로가 운영하고 있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 1972)'에서 말론 브란도(비토 코를레오네 역)가 131 모트 스트릿 앞에서 오렌지를 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사비노의 딸은 가게에서 모짜렐라를 만들고 있었다. 현장을 지휘하던 꾀죄죄한 남자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이었고, 디 팔로의 고객이 됐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식도락가인 코폴라 감독은 한때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에 모리시-코폴라 파스타 공장(Morisi-Coppola Pasta)을 운영했고, 필자는 오래 전 물어 물어서 찾아가 블루베리 파스타 등을 샀던 추억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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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디 팔로(사진 위)와 최근의 한산한 디 팔로.

 

디 팔로는 리틀 이태리에서 성장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블루까지 유명 셰프들이 즐겨 찾는 델리다. 또한, 뉴욕에서 이탈리아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열릴 때면, 여지없이 디 팔로의 치즈(파미자노-레지아노 혹은 그라나 파다노)나 샌드위치가 나와 있다. 이탈리아 본토인들이 인정하는 맛이기 때문이다. 디 팔로는 2014년 오픈 100주년을 맞아 'Di Palo's Guide to the Essential Foods of Italy: 100 Years of Wisdom and Stories from Behind the Counter'를 출간했다. 이 책의 서문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썼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살던 1950년대만 해도 리틀 이태리의 주민 절반이 이탈리안 이민자들이었다. 차이나타운이 계속 리틀 이태리로 확장했으며, 2000년 현재는 고작 6%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디 팔로의 인기는 관광명소를 방불케 했다. 평일 낮에도 모짜렐라 치즈와 모타렐라 햄을 사려면, 입구에서 번호표를 받아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주말이나 할러데이 시즌엔 2시간까지 기다려야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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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Palo's, Little Italy, NYC. 장남 루 디팔로씨가 고객에게 모타델라를 설명해주고 있다. 

 

음식 교육가이자 자문으로도 활동하는 장남 루 디 팔로씨는 고객들에게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치즈 전문가인 그는 파미자노-레지아노 치즈도 봄과 여름, 3년 숙성(old)과 1년 숙성(young)을 일일이 맛보게 해준다.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블루는 루 디 팔로씨를 "뉴욕 7대 불가사의 중의 한명"으로 꼽았다. 고객 한명한명에 성의를 다하기에 뒤에서 기다려야 하는 고객으로서는 조바심이 나지만, 일단 자신의 차례가 되면 친절한 서비스에 감탄한다. '이탤리(Eataly)'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밀함이 디 팔로에 있다.   

 

루 디 팔로씨는 2018년 MoMA 인근 레스토랑 일 가토파르도(IL Gattopardo, 표범)에서 열린 테이스팅에 스피커로 초대됐다. 아스티 와인, 살루미와 프로볼로네 치즈을 테이스팅하는 행사 'Pour It. Slice It, Cut It'였는데 "프로슈토의 비계가 가장 맛있어요. 버리지 마세요!"라는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디 팔로의 미트볼엔 프로슈토가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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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Palo's, Little Italy, NYC. 미트볼과 치킨 커틀렛이 방금 나왔다. 차남 살 디팔로씨. 

 

파미자노-레지아노 치즈와 모짜렐라 치즈부터 모타델라, 프로슈토 햄, 핫 소시지, 에그플랜트 롤라티니, 미트볼, 때로는 치킨 파미자노, 브로콜리 랍 등을 사간다. 언젠가는 한국산 흑마늘도 카운터에 보였다. 최근에는 라자니아를 새로이 발견했다. 메이시 백화점 6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텔라 34에서 반했던 2인용 라자냐(Lasagna per Due, $58) 못지않은 맛이다.

 

스텔라 34의 라자냐는 와규비프, 베샤멜 크림소스에 이탈리안 치즈 4종(폰티나, 스트라키노, 파미자노, 페코리노)를 넣어 만든다. 디 팔로의 라자냐엔 고기를 넣지 않고, 이탈리안 4종(모짜렐라, 파미자노, 리코타, 로마노)이 들어간다. 물론 최고 품질의 치즈를 썼을 것이 분명하다. 가격은 스텔라 34의 1/3 수준이다. 뒤늦게 발견해서 이제까지 세번 밖에 먹지 못했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먹어야할 소울 푸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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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34 트라토리아의 라자냐  (왼쪽) / 디 팔로의 라자냐, 미트볼과 리코타 치즈

 

2014년 크리스마스 즈음 어머니 비올라 디 팔로씨가 자신의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을 소개했다. 2019년 옆에 오픈한 와인 바 '디 팔로 에노테카(Di Palo Enoteca);는 루 디 팔로씨의 아들 샘이 맡았다. 

 

 

디 팔로에서 사야할 것 Shopping List at Di Pa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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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자노-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우리가 파미산이라 부르는 오리지널. 이탈리아엔 400여종의 치즈가 있는데, 루 디팔로씨가 인증한 치즈들을 맛볼 수 있다. 단연 파미자노-레지아노가 일품이다. 

-모짜렐라(Mozzarella, salted): 모짜렐라 치즈도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일품이다. 브루클린 캐롤가든 카푸토(Caputo's)와 함께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모짜렐라, 부팔라(버팔로) 모짜렐라는 부드럽다.

-리코타 치즈(Ricotta cheese): 두부의 비지같은 리코타 치즈는 토마토 파스타에 곁들이거나, 샐러드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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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델라(Mortadella): 볼로냐 지방 돼지햄으로 목의 비계가 총총하게 들어가 있어 부드럽다. 토마토, 모짜렐라와 함께 샌드위치로 먹기 좋다.

-브레사올라(Bresaola): 얄팍한 비프 저키같은 맛. 그러나, 부드럽고 담백하다.

-베로니 칼라브레세 살라미(Veroni calabrese salami): 매콤한 살루미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Prosciutto di Parma): 돼지 햄으로 쉬폰처럼 얄팍하게 썰어 멜론 위에 걸쳐 애피타이저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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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소시지(hot 매운맛/ sweet단맛): 매운 맛이 특히 우리 입밧에 맞는다.  

-브로콜리 랍(Broccoli Rabe): 브로콜리 사촌으로 쓴맛이 사로잡는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듬뿍 넣고 볶으면 천상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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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냐(Lsagna): 모짜렐라, 파미자노, 리코타, 로마노-4종 치즈를 넣은 라자냐!

-가지말이 튀김(Eggplant Rollatini): 에그플랜트 롤라티니는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매일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미트볼(Meat Ball): 우리도 집에서 송아지, 소, 돼지 고기 간 것으로 미트볼을 만들지만, 때때로 디 팔로 미트볼을 사다 먹는다. 프로쉬토가 씹힌다. 

 

-발사믹 비네거(Balsamic Vinegar)

-올리브 오일

-샌드위치류

-설리번 스트릿 베이커리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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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Palo's Fine Foods

200 Grand Street

(212) 226-1033

 

 

카푸토 파인 푸드 Caputo's Fine Foods, Brooklyn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걸어서 20여분, 자전거로 7-8분 걸리는 이탈리안 동네 캐롤가든(Carroll Gardens)의 카푸토(Capuot's Fine Foods,  460 Court St. Brooklyn)는 20여년 전부터 다녔는데, 모짜렐라를 만드시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가 늘 울적해 보이셔서 안타까왔다. 두 형제가 카운터에서 맡아 하다가 큰 형은 남미(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동생이 직원들을 데리고 운영하는데, 예전같은 훈훈함과 할머니의 손맛은 사라졌지만 가끔씩 가는 가게다. 카푸토의 모짜렐라는 단연 뉴욕 최고인듯 하다. 모타델라, 프로슈토, 살라미, 브레사올라 등에서 냉동 라비올리(시금치&리코타, 랍스터), 뇨끼, 그리고 구운 야채(아티초크, 피망, 가지, 호박) 등을 한아름 사고, 몇 블럭 떨어진 카푸토 베이커리(Caputo Bake Shop, 329 Court St.)에서 내 얼굴만한 빵을 사오면, 푸짐한 상을 차릴 수 있다. 

 

 

 

*이탈리아 먹거리의 모든 것 이탤리(Eataly)로 

*이탈리아의 3색 자부심: 아스티 와인 & 살루미 & 프로볼로네 치즈 테이스팅@일 가토파르도

*이태리(Eataly)의 살루미와 프로볼로네 

*브런치 릴레이: 일 부코(Il Buco) 알리멘타리 & 비네리아 

*리틀 이태리 산 제나로 페스티벌 2017 

*진짜 리틀 이태리, 브롱스의 아서애브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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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9.04 22:07

    남편이 워낙 모짜렐라를 좋아해서 리틀 이태리 디 팔로에가서 모짜렐라를 사와야겠다고 마음 속에 다짐을 했습니다. 111년이나된 가게라니 가게가 아니고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이라는 게 맞겠지요. 사대째 내려오면서 가게의 명성을 지키고 빛내는 '디 팔로'를 영원히 머물게 하려면 그곳을 자주 가서 식재료를 사고 칭찬을 한마디하고 와야되겠습니다. 한세기를 훌쩍 넘긴 가게가 시민들에게 먹거리의 즐거움을 주고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100년 전통을지닌 건물이나 다리는 있지만 가게는 못 봤습니다. 컬빗이 디 팔로를 상세하게 소개해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휴를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Elaine-

  • yh77 2021.09.05 12:53
    어제 이 글을 읽고 입맛이 땡겨 디 팔로에 가서 라자냐와 파미자노 레지아노 치즈 모짜렐라 치즈를 사가지고 와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라쟈냐를 데우지 않은 것을 사가지고 와서 얼마나 베이크하는 지 몰라 전화했더니 친절하게 20분 정도 데우고 젓가락으로 푹 들어가면 잘 구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이미 다 익혀진 것이라 해서 저는 15분 정도 구워서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다음엔 에그 플랜드 파미쟝을 먹어보라고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네요. 컬빗을 통해 이태리 식품점을 소개 받고 또 무얼 살지도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sukie 2021.09.06 00:47
    디 팔로 라자냐 드셨군요! 저는 에그플랜트 파미자노보다는 에그플랜트 롤라티니(가지말이 튀김)이 더 맛있더라구요. 그런데, 롤라티니는 매일 만들지는 않아서 전화로 확인하고 가야 해요. 맛있게 드셔서 저도 기쁘네요. Happy Ea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