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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59 (9/24-10/10) <4> 패씽(Passing): 백인으로 통과되기 ★★★★☆

 

1920년대 할렘 배경 혼혈 여성들의 정체성과 드림

'패씽(Passing)'의 진주 귀고리와 목걸이의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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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예고편

https://www.filmlinc.org/nyff2021/films/passing

 

할렘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하면, '코튼 클럽(The Cotton Club, 198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처럼 갱스터, 액션, 그리고 재즈가 떠오른다. #BlackLivesMatter 이후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예민해진 만큼 '그들(흑인)도 우리(백인)처럼'이 통념화되면서 문화계 전반에 흑인 작가, 예술가들이 재평가되고, 부상하고 있다. 2021년 레베카 홀(Rebecca Hall, 39) 감독의 데뷔작 '패씽(Passing)'은 갱스터도, 권총도, 불량소년도 등장하지 않는다. 1920년대 할렘을 배경으로 두 중산층 흑백 혼혈 여성의 이야기가 부드러운 재즈 피아노곡처럼 고요하게 펼쳐진다. 기존의 할렘 영화가 '외침(cries)'이라면, '패씽'은 속삭임(whispers)'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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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씽' 촬영장에서 레베카 홀 감독/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스칼렛 요한슨(좌)과 레베카 홀/ 소설 '패씽' 작가 넬라 라센.

 

영화 제목 '패씽(Passing)'은 혼혈인이 백인으로 통과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흑인 피가 한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간주된다는 농담이 있다. 사실 버락 오바마(케냐인 아버지, 백인 어머니) 대통령을 비롯, 가수 머라이어 캐리(흑인+베네수엘라 아버지, 아이리쉬 어머니), 배우 할리 베리(흑인 아버지, 영국인 어머니)도 흑백 혼혈이지만 '흑인(black)'으로 불리운다.

 

우디 알렌 감독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ristina Barcelona, 2008)'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아이언맨 3(Iron Man 3, 2013)'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공연했던 배우 출신 감독 레베카 홀은 '백인'으로 '통과'된다. 하지만, 오페라 가수였던 그의 어머니 마리아 유잉은 흑백 혼혈이었고, 연극 감독 피터 홀은 영국 출신 백인이다. 흑인 외할아버지는 네덜란드 백인 여성과 결혼했고, 자녀들은 백인으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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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by Rebecca Hall, NYFF59

 

그의 손녀 레베카 홀은 자신처럼 혼혈인이 백인으로 통과되는 것이 '정체성'과 '아메리칸 드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1920년대 할렘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두 혼혈 여성의 삶을 그린 넬라 라슨(Nella Larsen,1891-1964)의 소설 '패씽(Passing,1929)'을 직접 각색해 메거폰을 잡게 된다.

 

넬라 라슨은 시카고에서 카리비아-덴마크계 흑백 혼혈 아버지와 덴마크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뉴욕으로 이주, 병원과 양로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했으며, 1918년 스패니시 독감이 유행병을 돌았을 때는 뉴욕시 공중보건국 직원이었다. 1919년 흑인 사상 두번째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엘머 아이메스(훗날 NYU 교수)와 결혼한 후 할렘에 살며 도서관 사서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소설을 썼다. 이혼 후엔 간호원과 사무직을 병행하다가 1964년 브루클린에서 사망했다. 

 

 

Less Is More: 미니멀리즘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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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by Rebecca Hall, NYFF59

 

그런 의미에서 '패씽'은 혼혈 여성들에 의한, 혼혈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중량감을 준다. 

 

'패씽'은 흑백 영화이며, 스크린 비율은 4(가로):3(세로)를 택했다. 흑백영화는 컬러가 주는 산만함 대신 집중하게 만들며, 옛날 분위기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피부색이 주제가 되는 '패씽'에선 탁월한 선택이다. 흑과 백 사이의 수많은 회색 그레이드를 통해 흑백 논리로 규정하는 편견과 오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대부분의 영화는 스크린의 가로가 훨씬 긴 1.85:1나 2.39:1(시네마스코프)의 비율로 찍고 있다. 초창기 TV의 화면 비율인 4:3은 불필요한 배경을 잘라냄으로써 주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며 보다 친밀한 느낌을 준다. 이와 함께 더 인물이 갈등관계에 있을 때는 긴장감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음악(디본테 하인스, Devonté Hynes)은 장면 전환 때 재즈 피아노곡 정도로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현장음을 사용함으로써 인위적인 분위기와 감성을 배제한다.  자연광과 인공 조명의 정교한 사용, 거울을 비치한 장면의 깊이 (촬영 에두아드 그라우 Eduard Grau)가 영화를 더욱 우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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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by Rebecca Hall, NYFF59

 

 

영화는 여름에서 시작해 겨울에서 끝난다. Summer Kisses, Winter Tears? 맨해튼 거리에 무더위로 쓰러진 남자, 눈 내리는 겨울 할렘의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여자. 

 

할렘의 브라운스톤 타운하우스에서 사는 의사 부인 아이린(테싸 톰슨 분)이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쇼핑한 후 백인 전용 호텔에서 우연히 어린시절 친구 클래어(루스 네가 분)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프닝은 백색 화면에서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을 소프트 포커스로 잡으며, 차량과 거리의 소음, 사람들의 대사를 흡수한다. 흐릿한 이미지는 레베카 홀 감독이 말하고 싶은 피부색에서 흑과 백의 명료한 구분의 무의미함을 강조하는듯 하다.   

 

아이린처럼 흑백 혼혈인 클래어는 부자 백인과 결혼해 시카고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호텔방에서 회포를 나누다가 클래어가 '백인'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게다가 클래어 남편은 아이린 앞에서 '흑인이 싫다'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다. 금발의 클래어는 옛친구 아이린을 만난 후 할렘 흑인사회로 돌아가려 한다. 아이린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자신의 가정에 인종차별주의 백인과 살고 있는 클래어의 방문이 불안하다.

 

당돌하고, 사교적이며, 유혹적인 클래어는 클럽에선 열정적인 댄스로 '시카고에서 온 금발의 공주'가 되고, 아이린의 남편, 두 아들, 가정부와도 친밀해진다. 아이린은 자신과 딴 판인 클래어에 대해 매료되면서도 조심스럽고, 자매애도 느끼게 된다. 뉴욕으로 이사와서 아이린의 서클에 들어간 결국 클래어는 선을 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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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by Rebecca Hall, NYFF59

 

세심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두 여배우도 혼혈이니 이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린 역의 테싸 톰슨은 파나마계 흑인이며, 어머니는 파나마와 멕시칸 혼혈이다. 클래어 역의 루스 네가는 이디오피아계 아버지와 아이리쉬계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린과 클래어는 대조적인 캐릭터이기에 서로에게 끌린다.

 

진 시노다 노블린(Jean Shinoda Bolen)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Goddesses in Everywoman: A New Psychology of Women, 1984)'에서 분류한 아키타입을 인용한다면, 아이린은 아테나(지혜와 공예의 수호신)와 헤라(결혼의 수호신, 신실한 아내), 그리고 데미테르(곡식의 수호신, 양육자, 어머니) 타입이다. 반면, 클래어는 아프로디테(사랑과 미의 수호신)과 페르세포네(감수성 예민한 여성)의 전형으로 보인다. 안정을 추구하는 아이린, 모험을 즐기는 클래어. 대조적인 두 여자는 자신의 결핍에 대해 갈망하는듯 하다. 그들에게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가슴 속에 깊이 묻혀있는지도 모른다. 

 

 

'패씽'의 진주 귀고리와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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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by Rebecca Hall, NYFF59. 예고편 포착 이미지.

 

'패씽'에서 에두아드 그라우(Eduard Grau)의 촬영은 영화의 무드를 잡아준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뛰어난 의상 디자이너 마시 로저스(Marci Rodgers)의 감각도 주목해야할 것이다. 아이린과 클래어의 캐릭터와 심적 상태를 보완하는데 귀고리와 목걸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에서 처음 만났을 때 클래어는 큰 백색 진주 귀고리를 달고 있다. 이는 그녀가 '백인 패씽'에 성공한 것을 보여주는 액세서리다.

 

클래어는 백색 진주 목걸이를 겹쳐서 달고 아이린의 집에 방문하고, 이때 아이린은 대형 흑진주 귀고리를 하고 있다. 백인사회에 통합된 클래어와 흑인사회를 지키는 아이린을 표현하는 장신구다. 아이린의 삶에 클래어가 깊이 들어오면서 아이린은 흑백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다. 마지막, 파티로 갈 때 아이린은 태슬이 달린 절단된 목걸이를 차고 있어서 불길한 예감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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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by Rebecca Hall, NYFF59. 예고편 포착 이미지.

 

 

의상 디자이너에게 흑백영화, 모노크롬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시 로저스는 재즈 시대 단발의 아이린과 클래어의 모자에도 성격을 불어넣었다. 지성적이며, 조심스럽고, 우아한 아이린은 챙이 달린 재즈 모자를, 자유분방하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인 클래어에겐 챙 없는 재즈 모자를 씌웠다. 의상도 규범대로 살아가는 아이린은 체크 무늬, 클래어는 자유로운 프릴 타입이다. 두 배우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마시 로저스의 공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녀들을 '흑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 모두 색맹의 사회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할렘에 내리는 흰눈은 레베카 홀 감독의 조용한 속삭임이다.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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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SUNDAY, OCTOBER 3 6:30 PM

MONDAY, OCTOBER 4 8:45 PM

WEDNESDAY, OCTOBER 6 7:00 PM

@Alice Tully Hall - BAM Cinemas

https://www.filmlinc.org/nyff2021/films/pa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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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10.04 23:49
    "Passing"이란 영화를 잘 해설해 주셔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피부가 뭐길래 인생을 뚜렸하게 갈려서 살게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는 피부가 흑백이 아니라 백인우월주의라든가하는 인종문제를 심각히 고민을 하지않고 살았습니다. "패싱"을 읽으면서 흑인들은 이 문제를 깊이 고심을 했구나를 느꼈습니다. 흑인 피가 한방울이라도 들어가면 흑인으로 분류된다니 무섭네요. 그러나 지금은 흑인이든 백인이든 각자가 당당히 살아가는 시대라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영국 해리 왕자가 떠오르네요. 부인인 메건과 아들 아치, 딸 릴리벳도 원칙대로라면 흑인이네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