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FF 59 (9/24-10/10) <9> C'mon C'mon 컴온 컴온 ★★★☆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컴온, 컴온(C'mon C'mon) ★★★☆

*C'mon C'mon by Mike Mills 예고편

https://youtu.be/7mzushAOM88

봉준호 감독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오스카 트로피를 받으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 '아이리시 맨(The Irish Man)'으로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한 거장에게 경의를 해서 화제가 됐었다. '컴온 컴온(C'mon C'mon)'의 마이크 밀스(Mike Mills) 감독은 이 말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감독 중 한명일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리 아이삭 정(Lee Issac Chung) 감독은 다섯번째 영화에서 가족 이야기 '미나리(Minari)'로 아카데미상과 선댄스영화제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뮤직비디오 연출가이기도 한 마이크 밀스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왔다. 1966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태어난 마이크 밀스는 뉴욕의 쿠퍼유니온을 졸업했다. 록밴드의 베이스 연주자, 앨범 커버 디자이너로도 일하다가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영화를 보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그의 아버지는 미술사가이자 뮤지엄 관장이었고, 엄마는 드래프트맨으로 일했다. 1995년 엄마가 뇌암으로 사망한지 6개월 후 아버지는 75세에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했고, 5년 후 사망했다. 밀스는 서른살이 될 무렵 돌연 게이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던 것이다. 밀스는 2010년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영화 '초심자들(Beginners)'를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으로 연출했다. 2016년엔 아네트 베닝을 캐스팅,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20세기 여성(20th Century Women)'를 만들었다. 

C'mon C'mon by Mike Mills, NYFF59

이번에는 삼촌과 조카가 등장하는 흑백 로드무비 '컴온 컴온(C'mon C'mon)'의 메거폰을 잡았다. 2017년 뉴요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5살 짜리 소년(의 마음)은 결코 떠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밀스 감독이 아버지가 됐다. 뒤늦게 결혼해 얻은 아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라디오 방송 기자 조니(호아킨 피닉스 분)은 중년의 위기에 서있다. 엄마는 1년 전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고, 그후로 여동생 비브(개비 호프만 분)과는 사이가 나빠졌다. 게다가 최근엔 오래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미국의 10대들에게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조니는 비브의 9살 짜리 아들 제씨(우디 노만 분)를 돌보게 된다. 비브가 조울증이 발작한 남편을 돌봐야하기 때문이다. 흔쾌히 제시를 돌보기로 하지만, 조카는 보통 소년이 아니다. 자신이 고아라고 상상하기를 즐기는 엉뚱하고, 영리한 소년이다. 이제 삼촌과 조카 콤비가 미국 어린이들의 세계관을 담기 위한 LA- 뉴욕-뉴올리언스로의 여정을 떠난다.   

C'mon C'mon by Mike Mills, NYFF59

'조커(Joker, 2019)'로 연기상을 휩쓸었던 우리 시대 최고 연기파 호아킨 피닉스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푸근한 기자로 변신해 영악한 조카와 동행하면서 좌충우돌하게 된다. 그 여정이 따사롭고, 정겹다.  지난해 '그녀(Her, 2012)'에 출연하면서 만난 배우 루니 마라('캐롤')와 사이에 아들을 낳아 아버지가 됐다. 아들 이름은 요절한 명배우 형 리버 피닉스(River Phoenix, 1970-1993)를 따서 리버라고 지었다고 한다. 

영국 출신 우디 노만은 탁월한 재능과 카리스마를 갖춘 아역배우이며, 엄마 역의 개비 호프만는 과잉이 아닌, 자연스러운 연기로 감칠맛을 준다. 마이크 밀스 감독의 영화는 배우들을 돋보이게 한다.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초보자들'로 82세에 첫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으며, 아네트 베닝은 '21세기 여성'으로 골든글로브 등 다수의 상 후보에 올랐다. '컴온 컴온'도 피닉스, 노만, 호프만의 연기가 이끌어가는 영화다.

C'mon C'mon by Mike Mills, NYFF59

노만의 대사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아 아이가 '가면을 쓴 냉소적인 성인'같은 순간들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듯 싶다. 오히려 조니가 인터뷰하는 디트로이트, LA, 뉴욕, 뉴올리언스 등지의 10대들에게서 직설적이며, 진솔한 아이들의 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무슨 걱정이 있니?(What worries you?)” “미래에 도시가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니?(What do you think cities will look like?” “너에게 경련을 일으키게 만드는 게 뭐니?(What makes you crampy?)”라는 질문에 대한 요즘 아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조카는 삼촌에게 일종의 테라피스트가 되어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준다. '아이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의 시처럼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the father of the man)'이다. 

C'mon C'mon by Mike Mills, NYFF59

뮤직 비디오 감독답게 밀스의 영상은 아름답고, 음악도 감각적으로 사용했다. 촬영감독 로비 라이언(Robbie Ryan)의 흑백 화면은 곧 과거가 될 현재를 미래의 시점에서 보게 만드는 노스탤지어가 담겨 있다. 로어이스트사이드와 차이나타운, 코니 아일랜드 등 뉴욕의 흑백 풍경은 황홀하게 아름답다. 주제곡인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피아노 솔로가 아니라 재즈풍의 샌프란시스코 색소폰 쿼텟(San Francisco Saxophone Quartet) 버전으로 멜란콜리하게 흐르며 여운을 준다. 108분. 11월 19일 개봉

My Heart Leaps Up/ The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William Wordsworth(1770-1850)-

C'mon C'mon

WEDNESDAY, OCTOBER 6 3:30 PM 

SUNDAY, OCTOBER 10 12:15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1/films/cmon-c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