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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24 댓글 5

아미시 청년에게 멈춘 시간

사진작가 진영미의 로체스터 딸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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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지 않고 바람만 부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뉴욕의 4계가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봄에는 봄꽃 보는 재미, 여름엔 노출이 아름다운 사람과 용기있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 

가을  단풍은 색동 저고리처럼 눈이 부시지요, 너무 짧아서 언제 가버리는지 모르는 아쉬움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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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첫눈은 첫사랑의 설레임을 주는 것같아 좋습니다. 얼마나 내릴까? 

눈으로 어떤 눈사람을 만들어 볼까? 이글루(igloo)를 만들수 있을 만큼 올까? 

하얀 눈을 먹어도 보고 ...무진장 눈으로 놀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눈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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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도 큰애가 사는 로체스터로 갔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왜 딸집에 자주 가냐고 묻습니다. 왜냐하면 멀어지기 싫어서, 점점 그끈의 길이가 길어지겠지만요.

자주 보지 않으면, 할 말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말을 듣고 하려고...

결혼을 하고나니 너와 나 사이에 또 다른 너가 생겼는데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은거지요. 가족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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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직통코스로 갔었답니다. 6-7시간 걸리지요.

지금은 직선코스가 아닌 곡선 코스 아니 딱히 코스가 정해져 있지 않지요. 목적지는 큰애 집, 가는 코스는 그날 마음과 어떤 것을 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멀리서 나오는 꿀뚝 연기를 보고 하이웨이서 로컬로 나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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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코넬대학교 캠퍼스를 둘러보고(예비학생들도 학교를 탐험하고 있고) 가자고 마을 길로 빠져 나왔다가 마차를 타고 오는 아미시 청년을 만났습니다. 펜실베니아 랭카스터의 아미시 타운만 생각했는데 이곳에도(Romulus, NY) 젊은 농부는 8마리의 말과 함께 쟁기로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소크라테스 같기도 합니다. 잘 생긴 얼굴인데, 표정이 없네요. 

 

트랙터로 1-2시간이면 그밭을 다 갈아 놓을수 있을것 같은데 쉬지 않고 말과 같이 일을 해도 이틀은 걸릴 것 같은데...

아미시 아니 모든 인류에 행복 유전자가 들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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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간은 천천히 가고 있는 걸까? 그럼 내 시간은?

고은 시인의 짧은 시가 떠오릅니다.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 가을에 모두가 행복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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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시족 Amish
17세기 스위스 목사 J. 암만이 창시한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교파 메노나이트(Mennonite) 교회 소속인 아미시족은 말과 마치를 타고, 외부 문명과 차단된 채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에서 검소한 복장과 전기,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생활방식으로 고수하며 살고 있다. 
미국 내 아미시 인구는 35만여명으로 31개주의 정착촌에서 거주하며, 그중 2/3는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주에 산다. 가장 유명한 아미시 타운은 펜실베니아주 랭카스터 카운티(2021 추정 인구, 4만1천700여명)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남쪽의 홈즈 카운티(인구 3만7천700여명)다. 아미시족은 현재 뉴욕, 미주리, 와이오밍 등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몬태나주엔 4개, 네브라스카엔 3곳의 정착촌이 있다. 평균 자녀 수는 7명이다. 
 
 
*뉴욕주 로체스터 가이드: 코닥 뒤에 숨은 자부심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447873&
 

진영미 Youngmi Jin/사진작가

경북 김천 출생. 2014 NYCB Photo Contest 대상 수상. 2018 멜린다 카츠 퀸즈 보로장 표창장 수상. 2018 뉴욕 뱅크오브호프 그룹전 'Along the Inner 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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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꽃 2021.11.16 21:08
    가을의 아름다움과 엄마의 넓음을 품은 그 마음이 사진속에 글속에 가득히 담겨져 있네요~♡
  • 늘봄 2021.11.17 10:22
    작가님의 사진과 글을 행복한 마음으로
    보고 있어서…고마움을 전합니다!!
    늦가을 맘껏 즐기시길 바랍니다(찰칵찰칵)
  • sukie 2021.11.17 22:38
    70년대 남편 친구가 로체스터에 살면서, 우리를 초청해서 갔었습니다. 한동안 Kodak 카메라와 필림이 세계를 석권할 때였습니다. 로체스터에 코닥 본사가 있어서 그 친구분의 안내로 구경을 했었습니다. 360˚ 화면이 빙글빙글도는데 지구를 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진영미 작가가 로체스터로 가는 여정이 옛날 나의 꿈 많던 젊은시절을 회상하게 하네요.
    -Elaine-
  • Helenlee 2021.11.18 13:46
    "왜냐하면 멀어지기 싫어서
    점점 그끈이 길어지겠지만"
    동감가는글
    작가님의 따뜻한 정이 샘물솟듯이...
    눈으로 마음으로 즐감
  • 이이순 2021.11.21 09:35
    딸네 집으로 가는 길에서
    그림같은 가을풍경과
    젊은 농부의 모습이 소시적 드물게 본 장면이
    잠시 추억 소환하며 그시절로 머물게 해준
    작가님의 빛나는 글표현력으로 같이
    여행 떠나는 착각이ᆢ
    늘 아름다운 여행길에 행운과
    건강이 함게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