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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미 최초의 메이저 뮤지엄 수잔 발라동 특별전

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September 26, 2021–January 9, 2022

@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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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Barnes Foundation

 

반즈 파운데이션  '수잔 발라동: 모델, 화가, 반항'

 

곡예사였던 그녀는 모델이 매춘부처럼 취급되던 그 시절 화가 르누아르, 로트렉, 드가, 그리고 작곡가 에릭 사티의 뮤즈였다. 포즈를 취하면서 자신도 그림을 그렸고, 파리 미술학교 첫번째 여성 입학생이 됐다. 드가로부터 판화를 배웠고, 그림도 팔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생부를 알 수 없는 아들을 출산했고, 그 아들은 몽마르트의 화가가 됐다. 그녀 자신은 아들의 친구와 재혼해 행복하게 살았다. 73세로 숨을 거둔 그녀의 장례식엔 피카소, 조르쥬 브라크 등이 찾아갔다. 그녀는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1865-1938), 본명은 마리-클레망틴 발라동(Marie-Clémentine Valad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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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Barnes Foundation

 

'인상주의-후기인상주의 미술의 보고'인 필라델피아 반즈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에서 화가 수잔 발라동의 특별전 '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이 열리고 있다. 수잔 발라동 뮤지엄급 전시는 미국 내 최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36점, 종이작품 14점 등이 소개되고 있다. 

 

 

행운의 반전: 페미니스트 수잔 발라동의 영감과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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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로트렉, 피에르 퓌뷔 드 샤반의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 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Barnes Foundation

 

화가 수잔 발라동의 스타일은 르누아르와 로트렉보다 마티스와 고갱, 그리고 세잔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 하다. 그녀의 스타일은 후기 인상주의와 상징주의를 혼합해 검은색의 윤곽에 강열한 색채와 대담한 구도를 즐겼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야외에서 변화하는 빛을 포착했지만, 발라동은 실내에서 인물의 심리적인 내면 묘사에 집중했다. 르누아르처럼 사교계 인물 대신 가족, 친구나 하층계급을 주로 그렸다. 그녀의 누드화는 남성 화가들의 관음주의 시선과 몽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현실감각이 서려있다. 

 

 

아담과 이브: 발라동과 티치아노/티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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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Adam and Eve, 1909/ Titian, Adam and Eve, 1550

 

발라동이 자신과 연하의 남편 앙드레 위터를 모델로 그린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1909)'는 티치아노(Titian/Tiziano Vecellio, 1490-1576)의 '아담과 이브'(1550)이나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아담과 이브'(1597-1600)와 비교할만 하다. 발라동은 티치아노와 루벤스 회화 속 이브처럼 금단의 열매(사과)의 유혹에 빠지는 이브와 그녀를 저지시키는 아담 대신 나란히 에덴동산을 떠나는/추방되는 모습을 묘사했다. 발라동의 이브는 유혹당하는 인물이 아니라 아담을 이끌고 당당하게 나가는 여인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는 유럽의 여성화가가 그린 최초의 남성 누드일 가능성이 있다. 1920년 파리 인디펜던트 살롱에 전시될 때 발라동은 잎사귀로 남성만 성기를 가려야 했다. 이 그림에서 가부장적인 성차별과 발라동의 반항정신이 충돌한다.  

 

 

발라동의 푸른 방(Blue Room)과 마티스의 붉은 방(Red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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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The Blue Room, 1923/ Henri Matisse, Red Room, 1908

 

발라동의 '푸른 방'은 마티스의 '붉은 방'을 연상시킨다. '푸른 방(The Blue Room, 1923)'에서 검은 머리의 여인은 핑크색 웃도리와 줄무늬 파자마 차림으로 침대에 기대있다. 그녀는 담배를 물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으며, 침대에는 책이 두권 놓여 있다. 이 그림에서 발라동은 자신이 더 이상 누드로 포즈를 취하거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거나(Dance in the City, 1883/ Dance at Bougival, 1883 by 르누아르), 술에 취한 여인(The Hangover by 로트렉) 같은 모델이 아니라 당당한 신여성임을 선언하는듯 하다.

 

한편, 마티스의 '붉은 방 (Red Room (Harmony in Red, 1908, 러시아 에르미타쥬뮤지엄 소장)'은 슬픈 표정의 여인이 꽃과 그림으로 장식된 붉은 방의 식탁에 과일 접시를 놓는 모습을 묘사했다. 발라동의 모델은 에두아르드 마네(Édouard Manet)의 벌거벗은 여인 '올림피아(Olympia, 1865)'와는 달리 파자마 차림에 담배를 물고 있는 모델이다.   

 

 

발라동의 '삶의 기쁨'과 마티스의 '삶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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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Joy of Life, 1911.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Henri Matisse, The Joy of Life, 1905-1906, Barnes Foundation

 

발라동의 '삶의 기쁨(The Joy of Life, 1909, 메트뮤지엄 소장)'은 마티스 작 '삶의 기쁨(The Joy of Life/ Le bonheur de vivre, 1905-1906, 반즈 파운데이션 소장)'의 패러디가 아닐까? 누드의 여인들이 자신이 모델로 일했던 르누아르의 'The Great Bathers(1884-87)'처럼 달콤하고, 작위적인 포즈가 아니다. 기지개를 펴는 모델, 옷을 입고 있는 모델 등 숲속에서 방금 지루한 누드 모델이라는 노동을 마치고, 정리하는 모습의 여인들이다.

 

마티스의 '삶의 기쁨'이 나체의 남녀가 춤추고, 피리 불고, 뒹구는 모습이라면, 발라동의 버전은 여성 누드 모델들이 일을 마치고, 즉 돈을 벌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을 더 강조한듯 하다. 누드 모델 경험이 있는 여성 화가 발라동은 가부장적인 관음주의적 시선에서 리얼리스틱한 풍경을 포착했다. 남성 화가들에게 누드 여인들은 파라다이스로 묘사되지만, 그림 밖 실제 모델들에게 현실은 각박하다. 발라동은 그녀 자신들의 시간을 캔버스에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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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Barnes Foundation

 

 

수잔 발라동의 파란만장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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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마리-클레멩틴 발라동(Marie-Clémentine Valadon). 발라동의 엄마는 몽마르트르 세탁부였고, 아버지는 모른 채 가난 속에서 자랐다. 마리는 9살 때부터 11살 때부터 모자 작업실, 장례 제품 공장, 시장, 웨이트레스, 서커스 곡예사까지 산전수전을 겪다가 15살에 화가 앙투안 드라 로셰푸콜드와 테오 와그너를 만나 모델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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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Barnes Foundation

 

이후 마리는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모델이 됐다. 8개월 동안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모습(Dance in the City, 1883/ Dance at Bougival, 1883)으로 여인들이 냇가에서 목욕하는 회화(The Great Bathers, 1884-87)'의 포즈를 취했다. 마리는 1885년 스무살의 툴루즈 로트렉을 만났다. 로트렉은 마리에게 성서(다니엘서 13장) 속에서 두 장로가 음욕을 품었던 바빌론의 유부녀 이름을 따서 '수잔나(Suzanna)'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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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de Toulouse-Lautrec, The Hangover, 1889/ Claude Monet, Portrait of Eugenie Graff (Madame Paul), 1882. Harvard Art Museum

 

로트렉은 발라동의 누드 초상화, 술병 앞에 앉은 여인 ‘숙취(The Hangover, 1889, 하버드뮤지엄 소장)'을 그리면서 연인이 됐다. 그러나, 이들은 1888년 발라동의 자살기도 사건 후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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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동의 연인 작곡가 에릭 사티와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 Suzanne Valadon, Erik Satie, 1892/ Suzanne Valadon, Maurice Utrillo, 1921

 

1892년 발라동은 캬바레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를 만났다. 다음날 새벽 3시 발라동은 사티의 프로포즈를 수락했지만, 결혼식의 주례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곧 동거를 시작했고, 사티가 작곡하는 동안 발라동은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 사티는 우산을 100개 수집하고, 고양이에게 캐비아를 먹이고, 발라동의 그림을 염소에게 먹이며, 발라동에게 소시지 목걸이를 선물하는 기행으로 6개월만에 헤어진다. 사티는 이후 30년간 발라동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알콜중독에 빠져 사망했다.    

 

사티와 헤어진 발라동은 스탁브로커 폴  무씨스와 결혼했다. 발라동은 모델로 화가들의 작업방식을 연구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894년엔 파리 국립미술협회(Société Nationale des Beaux-Arts) 사상 최초의 여학생으로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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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Barnes Foundation

 

그러나, 발라동이 본격적으로 붓을 잡은 것은 1909년 44세가 되어서였다. 발라동은 아들 모리스의 친구인 23세의 화가 앙드레 위터(Andre Utter)와 재혼해 보헤미안 전업작가가 됐다. 에드가 드가는 모델이었던 발라동에게 동판화를 가르쳤고, 작품도 사주었으며, 아트 콜렉터 앙브로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에게도 소개했다. 발라동은 파리 가을 살롱(Salon d'Automne)에 출품하고, 1911년부터는 파리, 런던, 리용 등지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그녀의 그림은 호평받고, 먹고 살 정도로 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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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과 아들 모리스 우트릴로, 1889/ Maurice Utrillo. Street: Red Tower, c. 1912-1914. Barnes Foundation

 

사생아로 태어난 발라동은 18세에 아들 모리스(Maurice Utrillo, 1883-1955)를 출산했다. 발라동은 아기를 데리고 르누아르에게 갔다. 르누아르는 "내 아기일리가 없어! 피부색이 흉칙해!"하고 반발했다. 이번에는 드가에게로 갔다. 드가는 "내 아기일리가 없어. 모양이 형편없네!"하며 돌려보냈다.

 

발라동은 어느날 카페에서 만난 남자 미구엘 위트릴로에게 사연을 토로했다. 그랬더니 위트릴로는 "르누아르나 드가 옆에 이름을 얹는 것도 기쁘겠다"며 아기 성을 위틸로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아들 모리스는 9살에 위트릴로에게 입양됐다. 모리스 위트릴로는 알콜중독과 정신질환을 겪으면서 몽마르트에서 이름난 도시풍경화가가 된다. 발라동은 당대 화가 아들의 명성에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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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동을 모델로 한 구스타프 베르트하이머의 회화 Gustav Wertheimer, The Kiss of the Siren, 1882 

 

수잔 발라동은 1938년 72살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엔 피카소, 조르쥬 브라크, 앙드레 드랭이 참석했다. 1948년과 1967년 파리 모던아트미술관(퐁퓌두센터)에서 대규모 전시가 열렸다. 

 

알버트 반즈 박사는 모리스 위트릴로의 작품을 수집했지만, 발라동은 1점도 구입하지 않았다. 수잔 발라동의 극적인 삶을 다룬 전기가 여러권 출판됐으며, 1994년 캐나다의 팀 사우스햄(Tim Southam) 감독이 에릭 사티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티와 수잔(Satie and Suzanne)'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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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Model, Painter, Rebel

September 26, 2021–January 9, 2022

Barnes Foundation

2025 Benjamin Franklin Parkway, Philadelphia, PA

https://www.barnesfoundation.org

 

 

*아티스트와 뮤즈 <5> 로트렉과 수잔, 카르망, 제인

*아티스트와 뮤즈 <8> 르누아르와 리즈, 알린, 마고, 가브리엘, 수잔...

 

*반즈 파운데이션 하이라이트

http://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405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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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12.10 15:47
    화가 수잔 발라동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가슴을 찡하게 만드네요. 사생아로 태어났고 그녀도 18살에 사생아를 낳아서 비참한 삶을 사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반전이 온 것도 놀랍습니다. 미술가로서의 천재성이 인생의 높고 낮은 파도를 타고나서 페미니스트 화가로 탄생하는 용기와 투지가 찬사를 받고 또 받아도 모자랍니다. 핑크빛 샤츠와 파란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담배를 입에 문 모습은 위풍당당한 여걸로 보입니다. 오른쪽에 책도 이 여인을 더 당당하게 보이게 하네요. 저는 이 작품이 맘에 들어서 자꾸 봅니다.
    거장들을 호령하는 여장부로 보여서 통쾌함을 느끼게 합니다. 한맺친 삶이지만 그당시로서는 70넘세까지 산 것을보면 의지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장례식에 피카소가 왔을정도니 말년에는 멋있는 삶을 누리지 않았나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