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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웅덩이 페퍼로니 '로니컵'에 반한 피자 매니아들

소호 컬트 피자리아 프린스스트릿 피자(Prince Street Pi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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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Street Pizza

 

미국인의 93%가 한달에 적어도 한번은 피자를 먹는다. 지난해 미국인들의 피자 섭취습관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으로는 1인당 46슬라이스/조각(23파운드), 평생 6천 조각을  먹는다는 통계다. 미국인은 매초 350조각을 먹어치우고 있다. 미국 내 레스토랑중 17%는 피자리아며, 전국엔 피자리아가 7만여개, 뉴욕시에만도 약 9천여개의 피자리아가 있다.

 

뉴욕컬처비트가 즐겼던 브루클린의 3대 피자리아 의 빛이 바래져가고 있다. 디 파라(Di Fara's Pizza)의 주인장 도메니코 드마르코(Domenico DeMarco)씨는 몇년 전 은퇴한 후 올 3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웠던 마크 이아코노(Mark iacono)는 2006년 캐롤가든에 루칼리(Lucali Pizza)를 오픈한 후 데이빗 베컴, 제이지와 비욘세가 다녀갈 정도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마이애미에 분점, 캐롤가든 코트스트릿에 지점 베이비 룩(Baby Luc's)를 열며 확장했다. 하지만, 본점의 셰프가 바뀐 후 두차례 피자의 맛은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그리말디(Grimaldi's)는 2011년 오리지널 위치를 줄리아나(Juliana's Pizza)에 내준 후 코너의 2층 건물로 이사했지만, 원조의 분위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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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citiesbytheslice

 

밀가루 반죽, 토마토 소스, 치즈... 여기에 무궁무진한 토핑. 이제 뉴욕 피자리아가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간듯 하다. 코로나 팬데믹에 인플레이션으로 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간편 소울푸드 피자 한 조각은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는듯 하다. 소셜미디어 시대 피자도 '사진발이 왕'이다. 인스태그램을 타고 유니크한 피자리아가 스타덤에 오르고 있다.  

 

뉴욕 뉴웨이브 피자의 주역은 다름 아닌 소호의 프린스스트릿피자(Prince Street Pizza)다. 1905년 스프링스트릿에 오픈한 '미 최초의 피자리아(America's First Pizzeria)' 롬바르디(Lombardi's)가 '삐까뻔쩍'한 바(Bar)까지 설치하고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반면, 1블럭 북쪽에 자리한 자그마한 프린스스트릿피자는 의자 하나 없이 서서 먹어야 하며, 음료도 병물($2), 소다($2.25), 레드불($3)이 전부다. 그런데, 뉴욕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30분-1시간씩 줄서 기다렸다가 피자 조각을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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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bardi's

 

프린스스트릿피자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부상한 스타 피자리아다. 뉴욕매거진은 2016년 뉴욕 최고의 피자 슬라이스 #1에 조즈 피자(Joe's Pizza, 웨스트빌리지), #2 조앤팻즈(Joe & Pat's, 스태튼아일랜드), 그리고 #3에 프린스 스트릿 피자를 선정했다. 심플하게 거리 이름을 딴 프린스스트릿피자의 메뉴는 그다지 심플하지 않다. The Fancy Prince (Margherita Pie), Mercer Margarita (Grandma Style), Buzzy Broome Vodka, Green Machine (Pesto Pie), Smoked Mutz, Broadway Breadcrumb (No Mutz), Neopolitana Pizza Whit Roni Cups, Prince Perfection...그리고 매콤하고 두꺼운 페퍼로니를 듬뿍 올려 구워낸 블록버스터 히트작 스파이시 스프링(Spicy Spring™)이다.  프린스스트릿피자는 'Spicy Spring'을 트레이드마크로 등록했다. 롬바르디 피자가 자리한 스프링 스트릿 이름을 쓴 것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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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Street Pizza

 

어느새 뉴욕 피자리아에 디파라 스타일의 사각 시칠리안 피자(일명 그랜드마 파이/논나 파이 Nonna's Pie/할머니 피자)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두꺼운 크러스트에 새빨간 페퍼로니는 인스태그램 프레임에 딱 맞는 피자 파이다. 2013년 1월 소호에 오픈한 프린스스트릿피자의 간판 스타는 페퍼로니(Pepperoni)다. 페퍼로니는 미국인 36%가 선택하는 최고 인기 피자 토핑. 연간 미국인의 페퍼로니 소비량은 2억5천만파운드에 달한다.

 

페퍼로니는 미국에 정착한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살라미(salami, 염장건조 소시지)에 파프리카나 페페론치노 등 조미료를 넣으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사실 pepperoni는 이탈리아에서 피망/파프리카(pepperone/bell pepper, 피망)의 복수형이다. 페퍼로니는 '살라미 피칸테(salame piccante/spicy salami)'라고 하며, 페퍼로니 피자는 '디아볼라 피자(diavola pizza/ devil's pizza/ 악마의 피자)'라 부른다. 친구가 예전에 독일 여행 중 피자리아에서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했더니 피망이 올려져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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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zo Sausage Co.

 

프린스스트릿피자의 페퍼로니는 특별하다. 대부분의 피자리아에선 페페로니를 얇게 썰어서 야속하지 않을 정도의 피자 반죽에 올린다. 프린스스트릿피자는 아주 두껍게 썰은 페퍼로니를 넉넉하다 못해, 빽빽하게 도배한다. 그들이 쓰는 페퍼로니는 작은 크기에 '로니 컵(roni cup)'으로 불리우는 컵 모양의 페퍼로니'Cupping pepperoni'다. 일반 페퍼로니보다 작고, 두껍고, 바삭하며, 풍미가 좋은 에쪼 소시지(Ezzo Sausage Co.)의 페퍼로니다. 구웠을 때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검게 변하며 가운데가 파이면서 미니 기름 웅덩이, 컵 모양이 된다. 이 때문에 "cup and char"라 불리우기도 한다. 판판한 페퍼로니보다 기름광택이 나고, 3차원의 매력을 지닌 로니 컵은  인스태그램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에쪼의 '로니 컵' 페퍼로니는 원래 뉴욕주 버팔로와 중서부 지역에서 피자 토핑으로 오래 사용되다가 약 10년 전에야 뉴욕에 상륙했다. 로니 컵이 뉴욕에 부상한 이유는 1978년부터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로니 컵을 만들어온 에쪼가 뉴욕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다. 브루클린의 피자리아 에밀리(Emily)에서 처음 토핑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우리도 소문을 듣고 수년 전에 가보았다), 이후 프린스스트릿피자를 비롯해 Scarr’s Pizza, Paulie Gee’s Slice Shop, Beebe’s, Pizza School NYC, Speedy Romeo, Stiletto Pizza, Bocce Union Square, Bond 45, Fortina 등 피자리아에서 로니 컵을 토핑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로니컵의 정식 명칭은 에쪼 수프림 스페셜(Ezzo Supreme Special)이다. 돼지고기, 소고기살에 소금, 향신료, 설탕, 물, 파프리카, 올레레진(파프리카 추출물), 천연훈제향, 유산균배양액, 마늘 분말, 질산나트륨, 아스코르빈산, BHA, BHT, 구연산이 원재료다. 시중의 저렴한 페퍼로니에는 돼지나 소고기에 콩, 닭고기, 겨자가루를 섞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www.ezz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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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Street Pizza

 

프린스스트릿피자의 주인공인 스파이시 스프링 스퀘어는 프라 디아볼로 소스(Fra Diavolo sauce)를 쓴다. 아버지 프랭크(Frank)와 피자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도미닉 모라노(Dominic Morano)는 소스가 할아버지의 비법이라고 귀뜸했다. 프라 디아볼로는 고추 으깬 것(crushed red pepper/chillies), 마늘, 양파, 파슬리, 베이질 등을 넣은 매콤한 토마토 소스로 해물요리에도 쓰인다.  프라 디아볼로는 이탈리아어로 '형제 악마(brother devil)을 뜻한다. 한편, 이와 유사한 아라비아타 소스(Arrabbiata sauce)도 마늘, 토마토, 고추 으깬 것을 넣은 매운 소스로, 아라비아타는 '화가난(angry)'의 뜻이다. 프라 디아볼로 소스가 부드러운 매운맛이라면, 아라비아타 소스는 입안에서 불이날 정도로 매섭게 맵다. 

 

스파이시 스프링 스퀘어. 오일이 담긴 페퍼로니 미니컵, 매운 페페로니에 매운 프라 디아볼로 소스, 페코리노 치즈에 할라피뇨 피클까지 넣는다. 이 매서운 피자를 중화시켜주는 것은 프레시 모짜렐라 치즈다. 이 콤비네이션이 뉴요커들에게 시각적으로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맛으로 매료시키며 인스태그램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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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Street Pizza

 

줄이 무척 길다는 이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4월 어느날 6시 30분경 친구 두명과 프린스스트릿피자로 갔다. 7시경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가 피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약간의 불안감을 주었다. 다행히도 횡단보도에 비닐 지붕이 있는 허름한 테이블 2개가 있었고, 그중 하나를 확보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젠 불안감을 떨치고 스릴을 즐기면 될 것이었다. 스파이시스프링(Spicy Spring™)과 보드카 프라디아볼(Vodka Fra Diavolo Square Pie)를 한판씩 주문하니 30분 기다리라고 했다. '경로석' 테이블을 잡은 우리는 친구가 가져간 키안티 클라시코 폰토디(2018 Fontodi Chianti Classico DOCG. Tuscany)로 목을 축였다. 

 

보드카 소스(Vodka sauce)는 토마토, 모드카에 헤비 크림, 버터, 파미자노 치즈, 허브를 넣고 만든다. 예전에 9애브뉴 링컨터널 인근의 오래된  이탈리아 식당 망자나로(Manganaro, 2011년 폐업)에선 한국산 소주를 보드카 소스에 쓴다고 했다. 알콜은 조리 중 날아가므로 취할 염려는 없다. 프린스스트릿피자의 스파이시 보드카는 프로슈토를 넣어만든 소스다. 

 

바워리스트릿의 뉴뮤지엄(New Museum)에서 가까운 프린스스트릿피자는 벽에 대부분 알 수 없는 유명인사(?) 사진으로 도배했다. ;대부'의 마론 브란도 사진에는 유명한 대사(거부할 수 없는 제안) 대신 "난 네가 거부할 수 없는 피자를 만들겠어(I'm gonna make you a pizza you can't refuse!)"가 붙어있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 1972)''에서 마론 브란도(돈 비토 코를레오네 역)가 "난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어(I'll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라고 말한다.  신시아 닉슨(섹스 앤더 시티), 라이언 시크레스트(뉴이어스이브 호스트) 등의 방문 기념 사진이 붙어있고, 고객들은 반대편에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우리 나이의 절반 정도로 푸릇푸릇한 청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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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쪼 페퍼로니의 황홀경 Prince Street Pi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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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소스 피자 Prince Street Pizza

 

이윽고 피자 두판이 흔들거리는 테이블 위에 당도했다. 새빨간 페퍼로니들이 빽빽하에 직사각형 파이를 채웠다. 소시지 기름을 담은 페퍼로니가 컵모양으로 펼쳐졌다. 바삭하고, 매콤짭잘한 맛이 기다림을 보상해주었다.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짜고, 맵고, 매섭지만, 매혹적인 페페로니다. 친구는 기름끼를 흘리지 않도록 로니컵 페퍼로니를 뒤집어 나열해서 베어 물었다. 보드카 프라디아볼로 스퀘어는 부드러운 소스 맛이 일품이었다. 둘다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뿌려준다. 그러나, 마늘이 더 들어갔다면 감칠맛이 좋았을 것 같다. 소나기가 들이쳤지만, 비닐 천막도 있고, 피자 먹기에 열중하느라 날씨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시칠리안 사각 파이의 크러스트다. 타버린 크러스트에 안은 눅눅하며, 케이크같이 달달했다. 디파라의 시칠리안 파이는 올리브 오일을 듬뿍 올렸고, 크러스트가 달지 않고,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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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쪼 페퍼로니의 매혹. Prince Street Pizza

 

프린스스트릿피자는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파이시 스프링 스퀘어는 한번쯤 먹어볼만 하다. 보드카 프라디아볼로를 먼저 시도한 후 에쪼 페퍼로니로 가는 것이 순서인듯 하다. 그러나, 너무 기름지며, 달달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도록 마늘은 적게, 설탕은 더 많이 넣는 것은 아닐까? 프린스스트릿피자는 인스태그램 등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스타덤에 오른 피자리아다. 페퍼로니 피자는 사진발(윤기나는 특별한 페퍼로니 피자), 독특한 이름(로열 피자같은 Spicy Spring Square), 맛(매콤하고 달고 짠맛)으로 소셜미디어의 달링이 된듯 하다. 

 

이외에도 카라멜라이즈드 양파, 브레드크럼에 마리나라 소스로 만든 브로드웨이 브레드 크럼파이(Broadway Bread Crumb Pie), 모짜렐라(프레시, 슈레드)-리코타, 페코리노로마노의 4치즈(Four Cheese), 비건 치즈에 마리나라 소스로 만드는 비건(Vegan Square) 등도 메뉴에 있다. LA에도 지점 두곳(West Hollywood, West LA)와 마이애미에도 지점을 운영한다.  

https://www.eatprincestreetpiz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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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Street Pizza  사진: 홍영혜

 

Prince Street Pizza

27 Prince St.

212-966-4100

https://princestreetpizzanyc.com

 

 

*데이빗 베컴, 비욘세도 가는 브루클린 컬트 피자리아 루칼리(Lucali)

*Top 10 NYC 뉴욕 피자리아 베스트 10

*아름다운 요리사, 디파라의 도메니코 디마르코 

*브루클린 다리 아래 헤비급 피자 전쟁: 그리말디 vs.  줄리아나

*스타일로 본 피자: 뉴욕, 캘리포니아, 시카고, 하와이, 뉴헤이븐... 

*뉴욕의 완벽한 조개피자: 피자테리아 브루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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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5.05 09:08
    피자의 종류와 그들의 맛을 상세하게 써주셔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피자맛과 그 역사얘기"란 제목으로 해도 손상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몇번 더 읽고 친지들을 만나면 잘난척 할려고 합니다.
    우리동네에서 약15분정도 프린스톤대학쪽으로 들어가기전에 '파파 존스'라는 피자집이 있습니다. 테이블 두개정도의 작은 가게인데 이 가게가 파파존스의 원조라고 합니다. 줄을서거나 북적대지는 않지만 주문해서 만들어 놓은 피자가 박스에 층층이로 쌓여있습니다. 가끔가서 사다가 먹곤하는데 껍질이(도우)두껍고 부드러워서 찐빵껍질 씹는 것 같지만 맛이 있어서 몽땅 먹어요. 파파존스는 한국에도 진출했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입에 맞나봅니다.
    페퍼로니 피자는 기름이 많아서 싫고 주로 버섯을 토핑으로 주문합니다.조개 피자가 있다니 입맛이 당기네요. 김치피자도 LA에서는 인기가 있다고 듣었는데 컬빗에서는 언급이 없군요. 조개피자로 유명한 만하탄의 롬바르디 피자집은 꼭 갈려고 벼룹니다.
    -Elaine-
  • sukie 2022.05.05 09:14
    일레인 선생님, 파파존스 피자 좋아하시는군요. 뉴욕에선 김치 피자를 먹어볼 기회가 없었네요. 피자도 비빔밥처럼 어떤 재료에도 개방된 음식이지요.
    롬바르디 조개 피자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휘트니뮤지엄 근처 브루네티의 조개피자 맛있게 먹었는데, 메뉴에서 사라졌네요. 제가 먹어본 가장 맛있는 조개피자는 멀지만, 뉴헤이븐 예일대학교 인근 프랭크 페페였습니다.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3605983&mid=Travel2
  • yh77 2022.05.05 12:05

    아들이 모처럼 뉴욕에 와서 애 맡기고 점심 먹으러 나간다더니 Prince Street Pizza가서 페파로니 피자를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계속 update 되고 유용하고 흥미로운 글 잘 읽고 있어요.